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2021년 운남의 햇차를 마시면서-대평 석귀 고수차

무설자 2021. 5. 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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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10510

2021년 운남의 햇차를 마시면서-대평 석귀 고수차

 

멀고도 먼 중국 운남성에서 만든 올해 햇차를 마실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 하겠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바람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고수차를 만드는 분을 가까이 두고 사는 특권을 가지고 있어서 올해 햇 고수차 5종을 받아 올해 봄차의 향미를 음미하고 글로 옮겨 본다.

 

석귀昔歸, 차 산지의 이름이 사뭇 심상찮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석귀는 고수차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임창차구의 대표주자인 빙도와 함께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건 아니지만 시상반나차구의 포랑산 노반장과 의방의 만송, 임창차구의 빙도와 석귀를 4대 명품고수차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네 군데의 고수차는 값을 치루더라도 순료차라고 믿고 마실 수 있을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이 네군데 차를 소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구입하기 어려운 차값이라 인연이 닿으면 맛이나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평님이 보내주신 다섯 종류의 햇차 중에 노반장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석귀 차산은 뒤로는 망록산(蟒鹿山)이 위치하고 앞에는 한강보다 넓이가 큰 란창강이 흐르고 있어 차산은 높은 산허리를 휘감는 구름과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로 좋은 고차수가 나올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풍수상으로  배산임수의 좋은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석귀 보이차를 마시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더욱더 각광을 받았다. 필자가 만나 본 그 곳 원주민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석귀 보이차는 란창강 유역의 적홍토양과 망록산의 광천수가 풍부하고 품질이 좋아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맛과 우려낸 차안에 많은 미네랄이 있어 차별화 된다고 했다.

 

석귀 고수차가 ‘임창의 노반장’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면서 방동지역 망록산 고수차 전체가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찾고 즐겨 마시는 보이차로 거듭났다. 석귀 보이차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가 많아지면서 생산량에 비해 찾은 사람이 많아 가격이 비싼 것이 아쉽기만 하다. 현재 석귀 보이차는 연간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진귀한 보이차로 취급 받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공산당이 선물로 많이 사용하고 특히, 보이차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소장용으로 구입을 많이 하므로 가짜도 많다. 

                                                                                  -고재윤 교수의 보이차커뮤니케이션 2021. 5. 10 발췌

 

차를 받은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라 보이차를 마시는 딸과 사위가 와서 함께 마셨다. 딸은 대학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곤명에서 한 학기, 상해에서 일년을 공부한 이력이 있어서 일찍 차를 접하게 되었다. 사위는 우리 식구가 되면서 차를 마시게 되었으니 집에 오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딸과 사위는 따로 차 공부를 하지 않고 차 마시기를 즐기고 있으니 함께 찻자리를 할 때마다 지식을 조금씩 얘기해주고 있다. 석귀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주고 올해 햇차라며 맛을 보자고 했다. 사위는 이 차가 녹차와 어떻게 다른지 물어서 짧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우리집에서 자고 가는 날에 보이차개론을 얘기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딸과 사위는 쌉스레한 맛과 고수차 특유의 향이 너무 좋다며 잔에 따르기 무섭게 비우며 탄복을 한다. 둘 다 몸이 찬 편이라서 생차보다 숙차를 즐기는 편이라 오랜만에 고수차를 맛보는 셈이다. 딸이 대학생일 때 빙도를 맛보고는 철관음이냐고 묻던 기억이 났는데 석귀는 빙도에 비해 단맛을 조금 덜한 편이다.

   

올해 운남의 기후가 차의 향미를 즐기기 좋도록 괜찮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맛이 석귀라고 할만큼 그윽한 향미가 입안에서 목넘김 후에 구감이 너무 좋다. 맛은 고미가 바로 회감으로 다가와 단침이 솟아나고 향은 회운과 함께 코로 남어온다. 밀향이 조금 부족해서 쓴맛에 바로 반응하는 내 구감으로 석귀차의 특별한 향미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마다 다른 입맛은 보이차를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된다. 쓴맛에 익숙한 사람은 임창차보다 포랑산차를 더 좋아하게 하고 나처럼 단맛을 덜 느끼는 사람은 반대로 차산지를 선택하게 된다. 매운맛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땡초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그렇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아삭고추만 먹는 것과 같다.

 

2021년 석귀 고수 봄차를 마시며 올해 운남의 봄 향기를 음미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누구나 봄을 맞이하고 그 시간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운남의 차산지를 상상하면서 이렇게 봄날을 즐긴다. 햇차를 보내주신 대평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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