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대평보이 21' 망폐고수 모차 시음기

무설자 2021. 5. 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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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10530

대평보이 21' 망폐忙肺고수 모차毛茶 시음기

 

코로나 시국이 언제쯤 사그러들까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올해 안으로는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저도 유월십사일 접종 예약을 했습니다.

 

하수상한 시절을 보내면서 차를 마시지 않는다면 갑갑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하는 일인 건축설계가 코로나 분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는 않는다지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죠. 우리 업계가 힘든 건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때문이니 더 일찍 움츠리며 지내왔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그래도 살아가고 있으니 먼 훗날 다 지나가더라는 말을 하겠지요. 그렇게 다 지나가겠지만 지금 시간은 차를 마시며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니 운남의 봄차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대평보이에서 막 도착했다며 맛보기 고수 모차를 보내왔습니다. 그 중에 처음 맛보게 된 망폐차가 있어 들뜬 마음으로 마셔보았습니다. 

 

 

계절을 앞질러 에피소드인커피 정원에 수국이 한창입니다. 수국은 유월에 피는 꽃인데 한달을 일찍 만개하니 코로나로 어수선한 세상을 위안해주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요? 봄꽃은 이제 다 지고 여름꽃이 장미를 필두로 피어납니다.

 

 

오월의 마지막 휴일에 제 서재에서 망폐고수차를 마십니다. 책으로 가득했던 제 서재에 이제는 절반이 차로 채워졌습니다.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ㅎㅎ 

 

 

忙肺는 운남의 어디쯤에 있는 차산일까요? 차산지도를 뒤져보니 임창차구의 서쪽, 영덕 인근에 있습니다. 차산이라고는 하개만 다녀왔던지라 언젠가 다녀보리라 생각하면서 지도로만 길을 익히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데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옻칠한 목그릇으로 차판을 대신해 쓰고 있습니다. 망폐모차를 개완에 담아 놓고 찻물이 끓기를 기다립니다. 어떤 향미를 내어줄지 궁금합니다.

 

 

고수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차산마다 다른 향미를 음미하는데 있지요. 운남의 차산지를 놓고 크게 구분하면 남차와 북차가 있고 더 세분하면 남차는 이무와 맹해, 북차는 임창, 그 중간에 사모가 있습니다. 남차의 대표는 노반장과 만송이고 북차는 빙도와 석귀가 이름을 내고 있지요.

 

망폐는 북차인 임창차구의 서쪽, 영덕 근처에 있습니다. 대설산과 마안산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설산은 대평보이에서 차를 많이 만들어서 잘 알고 있고 마안산도 차가 참 좋았습니다.

 

망폐차는 처음 마셔보는데 단맛과 쓴맛이 깔끔하게 다가옵니다. 쓴맛에 민감한 저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맹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겁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제 입맛에는 괜찮은데 단맛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서 밀향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라는 맛입니다.

  

 

 

저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차기라고 표현하는 강한 느낌은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쓴맛과 단맛이 담백하게 드러나는 향미인지라 망폐만의 특별한 느낌은 크게 와닿지는 않아서 빙도와 석귀에 익숙한 입맛이 이 차의 격을 낮춥니다. 처음 마시는 망폐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