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석경헌

단독주택 석경수헌晳涇帥軒, 터를 살피면서

무설자 2021. 7. 21. 16:57
728x90

단독주택 석경수헌晳涇帥軒, 터를 살피면서

-소나무와 대나무가 대지를 감싸고 남향으로 열려있는 터

 

해마다 단독주택을 한 채씩 설계를 하게 되는데 올해도 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작업했던 단독주택의 규모는 보통 45평 내외였는데 근래에는 작은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를 만나게 된다. 이번 작업은 스물다섯 평 정도로 지으려고 하는데 과연 그 규모로 지을 수 있을까?  

 

건축주와 사돈지간인 친구가 나를 설계자로 추천하였다. 친구도 단독주택을 지을 예정이어서 부지런히 집터를 찾고 있는 중이다.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동안 단독주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건축사로서도 신뢰를 얻게 되었는가 싶다. 

 

쉽지 않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 

 

사돈사이는 참 어려운 관계인데 교분을 나누면서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술 석 잔을 얻어 마시기는커녕 빰을 안 맞으면 다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나를 믿고 사돈에게 설계자로 추천해 준 친구가 고맙기 그지없다.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친구의 요청으로 집터에 가서 건축주 분과 집 짓기에 대한 이모저모 얘기를 나누었다. 건축주와 설계자로 관계를 맺기 전의 상견례 자리를 가진 셈일까?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건축주께서 나를 설계자로 정하는 데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건축주께서는 사돈의 인품을 잘 알기에 틀림없는 추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이 친구와 나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나이를 주고받으며 친구 사이로 지내게 되었다. 지금도 이 친구와는 서로 존댓말을 주고받으며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다. 

 

사돈 사이는 아주 어려운 관계가 아닌가? 집 짓는 일은 또 어떤가? 그 어려운 일에 중재자의 역할은 일이 끝나고 고맙다는 술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친구의 어려운 역할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설계 계약에 이르기까지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사무실을 방문해서 계약 전 조율을 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건축주께서 건네기가 쉽지 않은 설계비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대지에 대한 행정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양산시청을 들렀다가 토목설계사무소를 방문했던 자리에서 건축 설계비까지 문의를 해보았다고 한다. 내가 제시한 설계비의 근거를 듣고 즉시 동의를 해 주셔서 계약에 이르게 되었다. 

 

서른 평 이하의 주택 설계비를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적정할까? 적정한 설계비는 '단독주택은 규모로 산정될 수 없다'가 내가 내리는 설계비의 근거가 된다. '노후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도면을 그리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지어내는 비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설계비를 설계도 매수로 얘기하면서 종이값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흔이 된 건축주께서 여생을 보낼 집을 지으려고 한다. 대지는 300 평이 넘는데 집은 서른 평 이하로 짓는다니 200 평이 넘는 잔여 부분까지 집 안으로 보고 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자는 도면 몇 장 그리는 사람이 아닌데.

 

도로를 내면서 1.5~2미터 높이의 석축을 쌓았고 집이 앉을자리는 중간 단에서 3미터의 높이차가 있어서 도로와는 5미터 높이에 터가 있다

.

집이 앉혀질 자리, 서쪽과 북쪽은 소나무 숲의 앞에 대가 자라고 있는데 벌채 작업을 하고 있다.
대지의 동쪽은 풍채 좋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둘러서 있다.
대지의 남쪽으로는 경관이 열려 있어서 삼대가 적선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정남향 집에서 살 터를 얻은 셈이다.

 

설계 작업을 시작하면서

 

2021년 6월 21일, 계약이 되었고 글을 쓰는 오늘이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대지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대지면적은 1,022㎡(309 평)이며 지목은 전이다. 대지와 도로에서 약 5미터의 고저차가 있고 현재는 3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집터를 돌아보고 기획안을 작업해서 7월 12일 첫 번째 협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25평 정도의 작은 집을 원하던 건축주는 규모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다고 했다. 손님방을 두지 않고 부부만 지낼 수 있으면 된다는 25 평 정도가 건축주가 생각했던 집의 규모였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오면 어디에서 묵어야 할까? 하룻밤이니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면 그만일까? 가까이 살지 않은 자식이라고 그들이 다니러 와서 자고 갈 방을 고려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설계자는 건축주가 생각해 둔 집에 대한 구상을 그대로 받아 도면으로 옮기는 사람이 아니다. 일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이 이 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300 평이 넘는 터에 부부만 살 수 있으면 되면 그만이라는 집이라면 왠지 허전하지 않을까 싶다. 꼭 자식의 방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집을 찾는 손님이 하룻밤을 편히 쉬어갈 방은 꼭 두면 좋겠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게 외로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집터의 크기가 아니더라도 여생을 보낼 집이라면 부부의 일상이 집 안에서 한정되어 이루어진다.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부부만 사는 생활에서 정체된 기氣를 돌리는 운기運氣로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잘 지내는 사돈 간의 교유를 위해서 멋진 객실 한 칸은 꼭 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