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단독주택 지산심한, 집 안에 들인 영취산

무설자 2021. 6. 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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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심한, 집 짓는 현장 이야기 3

 

대지위치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설계자 : 도반건축사사무소 김정관

시공자 : 니드하우스          유창민

 

단독주택 지산심한, 집 안에 들인 영취산

 

지산심한의 배후는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이다. 영축산이 하북면 지산리에 속하니 지산심한도 큰 산의 품에 안겨 있는 셈이다. 지산심한의 집 밖에서는 독수리 머리처럼 생긴 靈鷲山 정상이 보인다.

 

 

집 안에선 볼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영축산 정상이 글쎄 눈앞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골조 공사가 다락 바닥까지 진행이 되어 다락방 창을 내다보니 떡하니 시야에 들어오는 게 보였다. 설계 과정에서는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의외의 수확을 거두게 되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대 사찰 중 불보사찰에 해당된다. 통도사 일주문 주련에는 佛之宗家 國之大刹이라 적혀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 중 정골사리가 봉안되어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이 되었다.

 

집터가 있는 지산마을도 이름에 영지의 '芝'가 들어 있다. 진시황의 불로장생 영약을 구하러 와서 영지를 찾아갔다는 전설과 연관된다. 영축산도 그렇지만 지산마을도 내력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다락방은 손님이 오면 묵을 수 있도록 만들어낸 공간이다. 밤이 이슥해서 잠자리에 들 땐 모르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창으로 밖을 내다보게 될 것이다. 그때 보이는 영축산 정상, 독수리가 쳐다볼 때 그 방에서 묵었던 손님은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설계를 할 땐 의도하지 않았던 장면이 공사를 하다 보면 나올 때가 있다. 지산마을에 있어도 영축산 정상을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집은 드물 것이다. 숲이 가리고 이웃집이 막아 서기도 하겠지만 의도를 담아 창을 내는 집이 있을까 싶다.

 

 

 

다락방을 두지 않았으면 영축산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없었을 터이다. 다락방에서 창 문을 열면 눈앞에 영축산 정상이 들어오는 집이라니 참 귀한 공간이 아닌가? 작은 방 한 자리가 세상 어디에도 없을 희유한 공간이 되었다.

 

불심 깊은 불자라면 아마도 이 방은 혼자 고요히 자신을 살피는 명상의 공간으로 쓸 것이다. 창의 프레임에 들어오는 영축산 정상을 바라보며 명상 시간을 가지면 절로 깊어지는 마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곳이라 했는데 지산심한의 다락방은 더 갈 수 없는 곳이 되겠다.

 

건축사로 집을 설계해서 좋은 시공자를 만나 잘 지어지고 나면 내 집인 양 신이 난다. 이 집에 살 사람, 건축주는 참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건축사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내가 살 집이 아니지만 설계자가 마음에 드는 집으로 지어졌을 때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심정으로 일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제 지산심한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시공 중에 설계도와 다르게 변경이 생긴 내용이 있어서 현장을 살피러 오면 마음이 편치 않기는 하다. 그렇지만 건축주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고쳐 짓는 것이니 내 마음은 불편하지만 잘 마무리되길 빌어본다.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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