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단독주택 지산심한 준공에 부쳐-부족한 딸을 시집 보내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무설자 2024. 7.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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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심한이 다 지어졌다. 작은 집인데도 짧지 않았던 설계 기간을 가졌지만 아쉬움을 남기며 마무리해야 했었다. 건축주께서 공사에 직접 참여해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공 중에 설계도를 임의 변경해 설계자의 마음을 힘들게 해서 아픔을 가진 프로젝트로 남겨야 했다.

 

대화를 나눈다는 건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일방적인 변경은 한탄할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부분적인 변경이라 하지만 집이 가지는 근본을 흔드는 내용인지 모르니 안타깝다. 설계자는 건축주를 위해, 건축주가 살 집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설계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고쳐지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산심한 준공 사진-공사는 건축주와 함께 시공자인 니드하우스가 열성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사라져 버린 처마 밑 투톤 마감

 

설계 마무리 단계에서 거실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문이 창으로 변경되었다. 또 집에 설치된 창도 대부분 고정창으로 변경되면서 크기도 줄어들었다. 건축물에서 창은 사람 얼굴의 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눈이 작다고 해서 미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은 눈이 크다. 집도 마찬가지로 같은 조건이라면 창이나 문이 커야 외관이 좋아 보인다. 집의 외관이 변경되면서 단순한 모양새를 가진 지산심한은 볼만한 집이 아니게 되고 말았다.

 

다락이 들어가면 집의 높이가 높아진다. 다락의 아랫부분만큼 건물 높이가 높아지면서 외관디자인에서 비례를 맞추는 게 어려워진다. 그 비례를 시각적으로 조정하려고 처마 이래에 세라믹사이딩을 짙은 색상으로 띠를 두었다. 그런데 그 띠가 없어진 상태로 시공이 되고 있었다.

 

창문도 작은데 백색 면이 너무 넓은 집의 외관은 볼품없이 되고 말았다. 직육면체 박스에 지붕을 올린 단순한 매스의 집인데 최소한의 외관 디자인마저 없이 지어지고 말았다. 밖에서 볼거리는 없어져 버린 지산심한이 지어졌다.

없어지고 만 계단홀

 

연면적 서른 평, 100인 지산심한은 작은 집이다. 그렇지만 거실의 풍성한 공간감과 다락으로 이어지는 계단홀이 열려 있어 작아 보이지는 않게 설계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맞닥뜨리게 되는 계단홀 상부로 열린 공간은 방문객에게 의외의 울림이 인다.

 

그 계단홀을 벽으로, 천장으로 막아 버렸다. 계단 폭이 1미터 남짓이라 계단 하부를 막으면 수납공간으로 쓰기 어렵다. 그런데 올라가는 폭만 남기고 벽을 쳤으니 이를 어쩌나. 작은 집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거실과 침실이 구분되도록 중문을 두었다. 거실과 침실은 사용하는 환경이 다르니 중문을 두어 영역을 구분하는 의도였다. 그런데 크지 않은 집이라 중문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건축주의 의지로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침실 영역은 일층에 건축주의 침실과 서재가 있고 다락층에는 손님이 쓸 수 있게 방을 두었다. 중문은 수납할 수 있는 여닫이문이라 평소에는 문이 없는 상태로 쓸 수 있다. 손님이 와서 밤늦도록 거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 중문을 닫아 영역을 분리해 쓰면 집의 쓰임새가 얼마나 좋을까?

 

 

설계의도와 다르게 설치된 담장

 

담은 마당을 만드는 필수요소이다. 마당은 건물 바깥에 남은 외부 공간이라고 보면 안 된다. 우리나라 집만의 독특한 외부 공간인 마당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붕이 없을 뿐 집의 일부분으로 담으로 집 밖과 구분되어야 마당이 안정적인 공간이 된다.

 

지산심한은 자연지반에 흙을 돋워 집터를 만들었다. 집의 맞은 편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로 열려있다. 마당 높이에서 담을 치지 않으면 도로에서 집 안이 들여다보이게 된다. 마당에서 1.5미터 정도 높이로 담을 두르면 집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다. 그렇지만 도로에서는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런데 도로에서 경사를 이룬 터의 동쪽 일부를 마당과 이어진 조경공간으로 쓴다는 의지로 담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집 안이라는 영역이 구분되지 않아서 불안정한 집이 되고 있다. 주도로에서 마당으로 들어오는 길과 조경이 어우러져 있는 지산심한의 특별한 공간이다. 마당에 담을 둘러도 이 공간의 정체성은 훼손되지 않는데 집 안의 영역으로 삼으려는 게 건축주의 의도인 것 같다.

 

설계자는 건축주에게 마당에 樹壁수벽을 쳐서 도로에서 보이는 시선을 막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건축주는 그러겠다고 동의를 해서 관목을 심었다. 나무가 자라서 수벽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담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설계자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지 안타깝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산심한을 글로 옮기면서 안타까운 심정만 피력하니 마음이 무겁다. 설계자의 설계대로 공사를 했어도 건축주가 바라는 집과 다른 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자와 대화 없이 현장에서 변경되어 공사가 이루어지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설계자는 뜻대로 지어지지 않아서 마음이 불편하지만 건축주는 아주 만족하며 고마움을 표하니 다행이다.

 

건축사는 자신이 살 집이 아니지만 건축주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좋은 집을 지으려 한다. 그렇지만 대화 없이 이루어지는 변경을 막을 수 없으니 집 짓기의 끝에 가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집은 설계자에게 시집보내는 딸과 같아서 마음에 차지 않게 지어지면 먼발치에서 한숨만 쉴 뿐이다. 지산심한이 그렇다.

 

 

 

설계자 김정관 건축사는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단독주택 이입재로 부산다운건축상, 명지동 상가주택 BALCONY HOUSE로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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