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심한, 집 짓는 현장 이야기 2
대지위치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설계자 : 도반건축사사무소 김정관
시공자 : 니드하우스 유창민
단독주택 지산심한, 골조완성과 창호설치 작업완료
중목구조로 짓는 단독주택 현장은 감리를 갈 때마다 즐거워진다. 삼나무 향기도 좋지만 중목구조의 디테일을 보는 것으로도 집은 이렇게 지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8일에 프리컷 자재가 도착해서 토대를 놓고 거의 한달 만에 골조와 방수포 작업이 완료되고 창호까지 설치가 되었다.
중목구조로 짓게 되면 현장에서 변경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변경 작업이 생겨서 설계자 입장에서는 너무 안타까운 데 건축주 안주인의 요청이라 어쩔 수가 없다. 집은 지어지고 나면 다시 바꿀 수 없으니 설계단계에서 짚지 못한 사항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설계 과정에서도 마무리 단계에서 창호를 바꾸면서 설계자의 제안이 채택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은 그렇지 않는 내용이라서 우울해진다. 8개월의 설계기간을 가지면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설계자의 의도를 실현하려고 애를 쓰지만 내가 살 집이니 그렇게 짓겠다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설계도는 2차원으로 보지만 지어진 집은 3차원
서른 채에 가까운 단독주택 설계를 해오면서 거실과 침실이 하나의 매스로 작업하는 건 오랜만이다. 규모도 서른 평으로 작업하기는 처음인데 집에 상주하는 부부와 손님의 침실까지 해결했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규모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 해야겠다.
지산심한의 골조 작업에서 상량을 하면서 거실의 공간감이 생각보다 웅장하게 드러났다. 3차원 모델링 작업을 통해 미리 공간을 검토를 했었지만 실제 공간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다락을 가중평균으로 1.8미터를 찾아낸 볼륨이 거실로 이어져서 나온 공간이다.
단독주택을 평지붕으로 지으면 실현될 수 없고 경사지붕이라 할지라도 다락이 없으면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거실 볼륨이 웅장하지만 침실부분은 천정고가 2.4미터로 편안하고 집의 폭이 만들어낸 다락 공간도 쓰임새에 맞게 잘 나와서 건축주도 아주 흡족해 한다.
중목 골조로 짓는데 설계변경이라니
골조 작업 중에 처음 일어난 설계변경은 계단실 홀 상부에 다락바닥을 연장하는 일이었다. 안주인께서 요청하신 사유는 다락에서 거실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것이다. 거실의 공간감을 위에서 내려 보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로인해 계단과 이어지는 공간이 사라지고 말았다.
두 번째 변경은 계단하부를 막고 계단 난간도 벽으로 막아 버리는 일이었다. 사실 계단의 폭은 1미터밖에 되지 않아서 벽으로 구획해 수납공간으로 쓸 수 없다. 계단홀과 연장된 계단실의 공간이 이 변경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애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건축주의 거실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거의 없을 텐데. 또 일층에 수납공간이 없다고 하지만 벽으로 막기보다 열린 상태에서 물건을 두면 될 일인데 깔끔한 성품이신지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공간이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시공자의 디테일한 작업이 돋보이는 처마
나는 스스로 처마 신봉자라고 얘기한다. 아파트가 주거로 보편화되면서 경사지붕도 처마도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살기 시작하면서 지가가 올라가니 더 이상 처마를 둔 집을 짓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처마 없는 집은 외벽이 우수에 노출되어 버리니 외장재의 오염과 하자 발생은 필연적이다. 남향의 햇볕 관리는 물론이고 비가 올 때 창문을 열 수 없게 되면서 실내생활도 한계가 많다. 처마 있는 집은 백년을 장담하며 살 수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집의 수명이 오십년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 되어 버렸다.
지산심한은 모임지붕이 아니라 박공지붕인데 처마를 사방으로 돌리니 팔작지붕의 집이 되었다. 1미터 길이의 처마를 목골을 짜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힘 들고 어려운 공정을 니드하우스 유창민 대표께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 뽑아낸 처마가 너무 멋스럽다.
이제 골조공사와 창호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세라믹사이딩으로 외장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내부 단열공사, 방통공사가 끝나면 내장작업이 진행 될 것이다. 니드하우스가 짓는 목조주택의 환기장치는 실내공간의 산소농도 유지와 청량한 공기질을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건물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외부공간 공사도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적잖게 소요되기에 건축주를 압박하고 있는가보다. 지금까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사가 끝까지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집 이야기 > 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독주택 지산심한 준공에 부쳐-부족한 딸을 시집 보내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5) | 2024.07.22 |
---|---|
단독주택 지산심한, 집 안에 들인 영취산 (0) | 2021.06.15 |
단독주택 지산심한 착공, 기존 건물철거 및 기초 공사 (0) | 2021.05.12 |
단독주택 知山心閑, 설계를 마무리하며 남는 아쉬움--단독주택은 실내와 마당이 모두 집인데 (0) | 2021.03.29 |
단독주택 知山心閑, 주택의 외관을 배우자 혹은 애인으로 살피니 (0) | 2021.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