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10201
대평보이 '지계持戒'를 마시며
대평보이의 차 이름은 차를 마실 때마다 잠깐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지계란 무엇일까? 거창하게 불가의 육바라밀을 들쳐내지 않아도 일상에서 지켜야 할 생활의 지침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해가 바뀌면서 첫달은 말을 좀 삼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묵언'을 실천해보았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말을 그친 건 아니지만 SNS의 글쓰기를 하지 않고 한달을 보냈다. SNS에 글은 페이스북과 카페활동인데 한달간 글을 올리지 않아도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없었으니 온라인 인연의 허망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삶은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우니 주변을 살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달간의 글쓰기 묵언을 통해 나와 주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나를 살펴보며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해본다.
말도, 행동거지도, 음식도 절제하는 시간을 가질 때 그 소중함을 알게된다고 한다. 일상에서 지켜야 할 생활계율의 우선은 절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절제하는 생활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지계를 놓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대평보이 '지계'
지난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나무다리를 타고 건너듯이 아슬아슬하게 보내야 했다. 그 안타까운 시간을 버틸 수 있있도록 한 건 차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깨어있어야 했었기 때문이었던지 차는 숙차보다 거의 고수차가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른차를 보면서 운남의 차나무를 떠올려본다. 그 푸르런 잎이 이런 모습으로 바뀌어져 버린 과정을 생각해보면 모든 결과에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함께 했을까? 아무 생각없이 차를 우려 향미를 탐하는 게 차 마시는 사람의 일상이지만 가끔은 차농의 노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내어본다.
뜨거운 물을 부으니 마른차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싱싱한 찻잎이 피어나듯 개완을 가득채운다. 마른찻잎에서 물기를 더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건조한 삶에도 따뜻한 정서를 더하면 이 찻잎처럼 활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계를 마시면서 나는 어떤 차를 즐겨마시는지 생각해본다. 아니 차를 왜 하루종일 마시고 있는지 돌아본다. 달콤한 맛도 향기도 뚜렷하지도 않은데 왜 하루내내 그렇게 마시고 있을까?
꿀처럼 달콤하다면 몇 잔이나 마실 수 있을까? 코를 자극하는 짙은 향기가 있다면 얼마나 가까이 둘 수 있을까? 차의 향미는 있는듯 마는듯 그 실체가 말로도 뱉어내기도 글로 쓰기도 쉽지 않다. 사과맛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며 먹어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던가?
지계는 임창차구의 서반산 고수차의 향미가 진하게 다가온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귀한 차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얘기를 대평님께 들었다. 밀향의 달콤함이 삽스레한 맛을 품고 있는 서반산 고수차 특유의 향미가 매혹적이다.
새해 들어서 사마천의 사기를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는 위앙이라는 사람의 변법을 통해 강성해져서 일곱나라 중에 가장 힘을 드러내게 된다. 강력한 법치法治로 부국강병을 이루게 되지만 인의仁義가 없는 법치가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도 알게되었다.
나는 쓴맛이 우선해서 단맛이 보완하는 맹해차구의 차보다 단맛이 풍부하고 쓴맛이 따르는 서반산차구의 차를 더 좋아한다. 부드럽기만 해서는 모양새를 잡기가 어렵고 거세기만 해서는 품어내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달콤한 부드러움으로 입안을 달래면서 쌉스레한 기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서반산 고수차의 향미는 누구라도 좋아할 매력이라 하겠다.
생활 속의 지계,
지키기 힘든 규칙보다 실천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습관으로 소박하게 지계를 지켜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생활 속 지계의 첫번째는 바로 차 마시기이다.
빈 잔,
눈으로는 비워져 있지만 차향이 듬뿍 담겨져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고수차를 마시면서 입안에 담긴 차맛만 즐기면 그만이 아니라 빈잔에 가득한 차향도 함께 즐긴다. 차맛만큼 차향이 함께 하는 여운의 시간이 더 오래 다가온다.
건차가 뜨거운 물을 만나서 드러내는 찻잎,
차만 마시면 되지 엽저를 볼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향미의 근거를 찻잎을 살피면서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도톰한 잎과 줄기, 뚜렷한 주맥에서 순료 고수차의 면모를 본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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