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10127
2021 금우반장(포랑산 노반장 등 7개 산지)고수차 시음기
辛丑年 새해를 맞이하여 2021년 1월에 긴압한 새차가 도착했다. 포장지에 그려진 기세등등한 황금소는 코로나로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복돋워주려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2021 金牛班章, 올해는 하얀소의 소띠해라고 하는데 은보다는 금이 더 좋아서 金牛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차를 마시면서 기운을 차리기를 바라면서 포장지 디자인을 했으리라 생각해본다.
200g 무게로 출시한 금우반장은 포장부터 정성을 다한 제다 기획품이라는 느낌이다. 통단위가 아닌 편단위로 선물용 종이가방에 담겨져 있다. 전통적으로 보이차는 죽포에 싼 7편 통포장인데 200g 한 편씩 포장된 데서 이 차에 대한 가치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금우반장의 개별포장 박스를 보면 이 차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보이차 한 편을 다 마시려면 최소 한 달이상 차를 보관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종이 포장지 채로 보관하던지 별도의 종이상자를 마련해야 하는 번거러운 상황이다.
중국의 다른 차들은 포장이 다양하고 고급스러워지고 있지만 보이차는 통단위, 편 단위가 다 오래 된 기존 형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고가로 거래되는 고수차는 이제 포장에도 변화를 주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금우반장은 포장지도 두터운 고급 종이를 사용해서 茶格에 어울리도록 했다. 2021년 1월1일로 찍혀있는 제조일자가 신축년의 시작을 기념하는 의미를 드러낸다. 차엽의 산지는 맹해현 맹해진 만농한촌曼弄罕村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대반장, 노반장, 신반장, 노만아 등 7개 산지 모료를 써서 포랑산을 대표하는 고수차로 출시했다고 한다.
고급 고수차 답게 얇은 종이를 속지로 한겹 더 싸져있다. 종이가방, 포장상자, 외피, 내피를 거쳐오면서 이 차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성이 오롯이 느껴진다. 이렇게 정성을 다한 보이차 포장을 오랜만에 접하지 않는가 싶다.
속지를 벗겨내면서 드러나는 금우반장의 속살이다. 찻잎 한올한올이 그대로 드러나는 석모긴압도 정성스럽게 다가온다, 찻잎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곱게 석모로 누르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내비에 한글로 적힌 연하인사가 우리나라 사람이 주문제작했다는 걸 알게 한다.
4g을 저울에 달아 개완에 담았다. 검녹색의 건차는 햇볕에 건조한 쇄청모차라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건차향에서 고수차향이 살짝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쓴맛에 민감해서 맹해차구의 차는 자주 마시지 않는다. 임창차구의 차는 쓴맛을 단맛이 감싸고 있다면 맹해차구의 차는 단맛을 쓴맛이 덮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쓴맛 위주의 차와 단맛이 많은 차 중에 어떤 차를 좋아할까? 아마도 단맛 쪽으로 더 손이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
고수차에 중국 본토의 수요가 몰리면서 처음에는 노반장이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되었다. 2009년에 357g 한 편에 십만 원도 안 하던 노반장고수차가 그 후로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아 200~3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임창차구의 빙도고수차가 노반장고수차의 가격을 뛰어넘고 있다.
인기에 있어 후발주자인 빙도고수차는 북쪽노반장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를 추론해보자면 임창차가 맹해차에 비해 쓴맛이 덜하고 단맛이 많다보니 다소 밍밍하다는 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빙도고수차는 풍부한 단맛에 쓴맛이 받쳐주면서 회감이 주는 여운이 좋아서 인기가 급상승되었다고 본다.
이제 금우반장차의 향미를 음미해보자. 茶氣가 어떤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인지 뚜렷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쓴맛이 주는 강한 느낌이라 생각해본다. 보이차의 차기는 주로 포랑산 차에서 자주 언급된다. 포랑산 차는 단맛보다 쓴맛에서 다른 지역의 차와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포랑산 계열의 차를 대표하는 반장고수차는 주로 노반장, 신반장, 노만아인데 여기에 다른 네곳의 차를 병배해서 금우반장차가 만들어졌다. 금우반장차를 음미해보면 고급스런 쓴맛이 그대로 느깔 수 있다. 고급스럽다고 하면 저급의 쓴맛이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쓴맛보다는 단맛의 선호도가 높을 것인데 쓰기만 하다면 차를 왜 마시겠는가? 쓴맛으로만 따지자면 노만아가 노반장보다 더하다. 그럼에도 노반장이 더 선호되는 건 단맛과 쓴맛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고급스런 쓴맛이란 단맛과의 조화를 따져서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금우반장차는 포랑산 일곱 곳 산지의 모료를 황금비율을 찾아 병배했다. 무게로 따지자면 금값보다 더 비싸다는 노반장고수차는 언감생심이니 황금비율의 병배로 포랑산고수차의 고유한 향미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만든 차가 금우반장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금우반장은 그 황금비율의 병배로 포랑산 고수차의 향미를 구현해내었을까?
차를 마시면 첫 단맛인 甛味가 느껴지자 바로 苦味가 다가오는데 첨미와 고미가 어우러진 맛이 참 고급지다. 이어 회감이 따르면서 입안의 달고쓴 노반장고수차 못지 않은 포랑산고수차의 향미가 그득하게 다가온다. 고수차 특유의 두터운 탕질이 열포를 넘어도 계속되니 고차수의 나이도 적잖을 것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200g 소병임을 감안해보면 차의 가격은 구매를 결정하는데 다소 망설임을 주게 한다. 그렇지만 노반장에 밀리지 않는 향미를 감안하면 포랑산 대표하는 일곱 차산 모료의 황금비율 병배차의 가성비는 착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순료 노반장을 구입하기가 가격에서 저 멀리 있다면 금우반장 선택에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이름만 노반장인 차는 숱하게 많지만 금우반장은 포랑산고수차의 향미를 오롯이 담아낸 진품차이기 때문이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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