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지산심한

단독주택 知山心閑, 주택의 외관을 배우자 혹은 애인으로 살피니

무설자 2021. 2. 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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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知山心閑, 주택의 외관을 배우자 혹은 애인으로 살피니

 

단독주택의 얼개를 구상하면서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 하는 점은 무척 중요하다. 평면을 구성하는데 심도深度를 준다는 것은 이 집에서 어떻게 살지 쓰임새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관에 관심을 둔다는 건 어떤 집으로 보이느냐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니 모양새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가 되겠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하는 건 그 집에서 평생을 보낸다고 작정을 하고 짓는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을 지어본 사람들이 십중팔구 하는 말은 다시 집을 지으면 성을 간다며 머리를 내젓는다. 집짓기는 건 백년을 내다보아야 하는 일이니 지난至難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짓는 집은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닮았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외모에 관심을 두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외모보다는 속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상대를 찾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설계를 건축사에게 일임 하게 되면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지만 건축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결과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건축사는 아무래도 모양새에 치중하는 결과를 만들려고 하겠지만 건축주는 쓰임새를 살피면서 속속들이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겉모양을 멋지게 만들어서 보기에 예쁘면 외부인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다. 속을 잘 따져서 요모조모 쓰기에 좋은 집으로 짓게 되면 식구들이 편하게 살 수 있다. 겉과 속을 다 좋게 지어야 한다는 시작이 지어지고 나서 결과에 이르러서도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하는 준비는 집짓기의 시작인 설계에서 결론이 지어져야 한다.

 

필자설계의 양산시 원동면 심한재, 의도된 외관디자인이 아닌 쓰임새에 충실한 내부공간을 구성한 뒤 지붕과 처마로 집의 품격을 더했다.

 

애인 같은 집

집 이야기를 하면서 애인 같다고 들먹이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에 만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속마음보다 겉모양에 더 관심을 두어 선택을 하게 된다. 서로 사귀기로 한 뒤에 그 만남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속마음을 알아가면서 결론이 난다.

 

사람을 사귀면서 겉모양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서 만남의 깊이가 달라진다. 외모는 금방 익숙해져서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데 그 역할이 어렵지만 마음 씀씀이는 정도에 따라 정이 달라진다. 결국 외모보다는 마음이 사람의 관계를 이루게 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 만나서 즐기는 사이라면 마음보다 외모가 우선하는 조건이 되니 애인을 사귄다면 내면을 살피기보다 멋진 사람이 우선이 될 것이다. 집으로 보자면 가끔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찾는 휴양지의 호텔이나 펜션은 멋진 외관과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애인 같다고 할까?

 

하지만 단독주택을 애인 같은 집으로 짓는다면 어떤 삶을 담을 수 있을까? 집이라면 편안한 분위기가 우선이며 일상의 모든 게 소소하게 다 담겨야 하니 애인 같은 집은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외관이 멋지게 만들려고 평면이 무시되는 집에서 평생 살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배우자 같은 집

평생에 한 명만 선택해야 할 사람이 배우자이듯 우리 식구가 살아야 할 집을 짓는 것도 딱 한번이라야 할 터이다. 십년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도 지겹지 않아야 하는 배우자 같은 집이라야 우리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집에서 살다가 다른 집으로 옮겨가서 살지 못한다고 할 얼개를 결정하기란 바로 배우자의 선택처럼 어렵다.

 

배우자는 멋진 외모보다는 속이 깊은 사람을 선택하듯이 우리집도 속을 꽉 채우고 외관은 수수하게 만들어야 오래 봐도 정감이 가지 않을까 싶다. 화려한 옷을 입고 명품 악세사리를 걸친 애인처럼 멋들어진 외관을 가진 집은 가끔 보는 사람은 탄성을 지르겠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특별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 내실內實을 기하지 못한 집에서 일상의 행복이 보장될까 싶다.

 

한 눈에 반하기보다 살아갈수록 정감이 더해지는 배우자처럼 우리집도 살면 살수록 편해야 한다. 그 집의 외관은 화장빨이 아니라 익숙해져서 눈에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오래 살아봐야 제대로 진가眞價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배우자이듯이 우리집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지산심한知山心閑의 외관

지산심한은 외관 디자인을 따로 의도하지 않았다. 높은 대지 위에 앉은 집이지만 담장으로 가려져서 밖에서는 지붕선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집 안에서는 거실 앞 데크에 서면 담장 밖이 훤하게 내다 볼 수 있다.

 

지산심한의 터가 가진 약점 중의 하나가 밖으로 나서 있다는 것이었다.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길에서 집이 내려다보이기까지 하니 남의 이목에 드러나는 건 집터로서는 큰 취약점이었다. 그 약점은 1.5미터의 담장을 두르는 것으로 해결되면서 집의 마당은 아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바깥에서는 집 안을 살필 수 없고 집 안에서는 밖을 두루 살필 수 있으니 담장 하나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낼 수 있었다. 마당에서는 처마선 아래만 보이고 집 밖에서는 지붕선만 보이니 외관에 따로 의도된 디자인을 더 할 필요가 없다. 배우자에게 키가 크고 작다거나 인물이 좋고 나쁘다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다름 아니다.

 

3월 착공 예정인 양산 지산리 지산심한 조감도, 넓지 않은 대지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매스로 형태를 구성했다. 지형의 특성을 살려 담장을 둘러서 집밖의 시선은 지붕선이 보일 뿐 집안의 안락한 일상을 보전할 수 있게 했다.
마당에서 보이는 외관, 처마선과 외벽만 보이므로 디자인에 들이는 치장은 의미가 없어 늘 함께 하는 배우자같은 집이 된다.
경사지붕의 내부는 거실에서 풍부한 공간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아파트에서는 가질 수 없는 우리집만의 삶을 누릴 수 있다 
경사지붕을 가진 집에서만 쓸 수 있는 다락방은 객실로 쓸 수 있어 손님이 특별한 공간에서 지내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집을 애인 같은 집으로 지으면 남에게 집구경 시키는 건 즐거울 수는 있다. 마치 멋진 애인과 다니면서 그 덕에 부러움을 사게 되는 것과 같다. 눈요기는 남이 하게 되지만 그 옆에 있는 나는 어떤 입장이 될까?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남의 이목을 염두에 둔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우리집을 짓는 입장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속을 살펴 선택하듯이 집도 모양새에 치중하기보다 쓰임새에 온 힘을 다해 살펴서 지어야 한다.

 

지산심한은 사방에 처마가 둘러져 있어서 백년이 지나도 처음처럼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경사지붕의 속을 이용해서 거실은 풍부한 공간감을 가지도록 했고 방의 상부에는 다락을 두어 수납공간과 객실을 두었다. 꽉 찬 내부공간의 쓰임새와 꾸미지 않았지만 품격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수수한 외관은 백년가百年家로 손색이 없는 지산심한知山心閑을 마무리한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21,2 )

다음 편은 '한실에다 구들방을 놓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글을 이어간다.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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