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숙차이야기 2004
치명적인 숙차의 향미-2018 대평 延年益壽
사실 이 차를 소개하는 글을 접하고 그 가격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수차 가격을 넘어서는 숙차값이라면 어떤 산지의 모료로 만들었기에 이런 가격으로 출시된 것일까?
하지만 포장지에는 어떤 차산의 모료인지 알 수 없고 차의 이름만 떡하니 '延年益壽'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延年益壽,
사전을 찾아보니 '나이를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사는 것. 목숨을 늘림. 長壽(장수)함'이라 되어있다.
이 차를 마시면 오래 살 수 있단 의미이니 묵을수로 대접 받는 보이차의 이름으로는 너무 잘 지었다.
사람도 나이를 먹을수록 공경을 받아야 하는데 요즘도 그럴까? ㅎㅎ
보이차를 대별하면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다.
쇄청차를 모료로 해서 그대로 긴압을 하면 생차가 되고 조수악퇴로 발효과정을 거쳐 압병을 하면 숙차가 된다.
생차는 지난 시간동안 보이차를 만들어온 기법을 따르므로 전통보이차라 부르고,
숙차는 발효기법을 개량해가면서 새로운 향미를 찾아내고 있으므로 현대보이차라고 한다.
숙차가 개발된 초기에는 악퇴과정에서 발생되는 숙미때문에 마시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숙미가 없어지기까지는 최소 3년 정도가 지나야 하고 5년 정도 되어야 비로소 숙차의 제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발효기술의 발달과 고급 모료를 써서 그동안 가졌던 숙차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차가 나오고 있다.
고급 모료라고 하면 당연히 고수찻잎을 써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수차를 봄차로 숙차의 재료로 쓰기는 어렵겠지만 이름난 산지가 아니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름이 알려진 산지, 그 중에 노반장이나 빙도의 모료로 숙차를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제 대평보이에서 출시한 2018 연년익수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기로 하자.
연년익수는 숙차인데도 한편에 26만원이라는 몸값을 가지고 있다.
이 가격이라면 빙도나 노반장을 제외한 어지간한 차산지의 고수차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산지의 모료를 써서 숙차를 만들었기에 이렇게 깜놀할 값이 매겨지게 되었을까?
음...분명히 귀한 모료를 썼을 텐데 그 가치에 비해 병면은 예쁘지 않게 긴압이 되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데 고급차는 압병할 때도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
2018년도 숙차인데 병면에 코를 갖다대도 악퇴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5g을 계량해서 개완에 넣는다.
언제부터 한번 마실 양을 정량으로 저울을 써서 계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저울을 쓰지 않으면 양을 많이 넣게 되기 때문인데 보통 4~5g으로 마신다.
와우~~~ 아 탕색은 황홀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연년익수는 경발효차가 아니라 중발효차인데 2년 된 차의 탕색이 이렇게 맑을까?
탕색만 봐도 그냥 입에 단침이 돈다.
향미를 음미하자니 쓴맛이 도드라지면서 묵직한 탕감蕩減에 단맛이 깔린다.
숙차는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떫은맛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연년익수는 입안이 너무 깔끔하게 다가온다.
숙미? 숙향? 거북하게 느껴지는 향미가 거의 없어서 그동안 마셨던 숙차에서 이 정도 될 차가 있었는지 떠올려보지만...없다.
고급지게 씁스레한 이 맛을 내어줄 모료는 어느 차산의 찻잎일까?
시음기를 쓰기 전에 이 차의 정보를 살피다가 댓글에서 노반장이 연년익수의 모료임을 알게 되었다.
노반장 모료라니...노반장 찻잎으로 숙차를 만드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숙차를 오래 마셨고 양으로 쳐도 종류로 봐도 엄청나게 마셨지만 이렇게 고급스런 맛은 처음이다.
그런데 연년익수는 꼭... 귀한 손님의 '접대용'이거나, 나를 위하는 특별한 날에 '별식용'으로만 마셔야 할 것이다.
장담하건데 다른 차를 마시지 않고 연년익수만 한 편을 마셔버리면 아마도 다른 숙차는 더 이상 마시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연년익수의 엽저를 보면 발효를 얼마나 신경써서 했는지 알 수 있다.
과발효되어 탄화된 엽저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경발효로 숙차를 가벼이 하지도 않았다.
延年益壽...
이 차에 빠진다면 치명적인 숙차의 향미에 다른 숙차를 마시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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