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어떤 고수차를 마시면 만족할까? -대평보이 2019 화초수花椒樹 시음기

무설자 2020. 1. 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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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001

어떤 고수차를 마시면 만족할까? 

- 대평보이 2019 화초수花椒樹 시음기


보이차는 종류에 있어서는 헤아릴 수 없다고 해야할만큼 많다.

보이차에 입문하게 되면 도대체 어떤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생차, 숙차, 대지차, 생태차, 고수차, 대수차, 노차...이런 이름을 파악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보이차를 크게 나누면 생차와 숙차로 구분하게 될 것인데 생차의 갈래는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고수차가 대세가 되어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어떤 차를 마셔야 할지 이정표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고수차의 대표차라고 할 수 있는 노반장과 빙도가 난무한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TV프로그램에 진품명품을 보면 가품은 아예 평가대상이 되지 못하고 가격은 '0'이다.

이름만 노반장, 빙도라면 가품일 것이니 이름에 팔려 차를 선택해서 마시고 실망하면 어떨까?

'茶는 茶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너무 기대하며 차를 대하면 '혹시나했다가 역시나'라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산지를 밝히지 않고 차이름을 달고 나오는 차는 오로지 그 차의 향미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생차를 마시는 이유는 그 차만의 고유한 향미를 즐기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새 차가 출시될 때마다 이 차는 어떤 향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내가 보이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밥처럼 부담없이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데 있다.

더 맛있는 차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 맛을 보여줄지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보이차를 수십 편에서 수백 편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맛있는 차에 관심을 둔다면 내차를 홀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평보이에서 한턱 쏘듯이 저렴하게 낸 花椒樹는 어떤 향미를 보여줄까?

  


차이름이 花椒樹,

화초를 한자로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말로는 산초, 화초수는 산초나무라는 말이다.

산초나무가 차이름이라고 해서 산초나뭇닢으로 만들었다는 건 아닐 것이다.

왜 차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하다.




대지차와 고수차를 구분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병면으로 볼 때 잎이 균일하면 대지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찻닢이 생장하는 환경을 보면 대지차는 햇볕을 받는 여건이 균일하지만 고수차는 나무에 달려있는 상태가 다르다.

잎의 크기에서도 그렇겠지만 모양새도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게 고수차이다.


이 차의 병면을 보면 긴압도 아주 알맞게 되어 있어서 차를 덜어내기도 좋다.

동그란 모양도 잘 잡혀 있고 찻닢이 한올한올 살아 있는 게 보기에도 좋다.

석모긴압은 아니겠지만 모양이 적당히 잡히도록 압력조절을 아주 잘했다.

  


4.5g을 계량했는데 개완크기에 비해 차의 양이 좀 많다.

오래되지 않은 생차는 물온도를 낮추어서 우리는 게 좋다고 하지만 습관대로 열탕을 바로 부었다.

물을 붓자 향기로운 차향이 훅 올라온다.

  



두 포를 따라내니 차가 채 우러나오지 않아 탕색이 옅다.

차를 입에 넣자말자 단맛이 감돌면서 코로 넘어오는 차향이 감미롭다.

이런 향미를 즐기기 위해 고수차를 찾지 않는가? 

   


두 번째 숙우부터 차가 진하게 나온다.

3g정도가 쓰고 있는 개완의 크기에 맞는 양이었다.

차탕이 농해지니 연하게 우렸을 때 맛 본 단맛보다 쓴맛이 먼저 입안에서 느껴진다.


내 구감이 단맛보다 쓴맛을 먼저 감지하기에 건차의 양은 적게 넣어야 했는데...

사람마다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으로 구분되는 五味의 감도가 다르다.

苦茶라고 하는 포랑산 계열의 차를 단맛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쓴맛에 둔감하고 단맛에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聞香은 빈 잔으로 해야한다.

聞香盃를 쓰지 않더라도 차를 마시고 난 빈잔에 입김을 불어넣고 코에 갖다대면 고수차의 맑고진한 향을 음미할 수 있다.

향이 좋기로는 청차를 따를 수 없다고 하지만 고수차의 향은 그에 못지 않다.



엽저를 보면 화초수는 아주 어린잎을 써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줄기가 많이 보이고 향이 시원한 걸 보면 가을차를 썼을까?

차가 맛있으면 되지 봄가을을 따질 필요가 있을까...ㅎㅎㅎ



빙도차가 좋을까? 석귀차가 좋을까?

차산지에 집착하면서 이름만 명차를 마시면서 고개를 저으면 차맛은 저멀리 달아난다.

포장지에 찍힌 이름에 선입관을 가지고 실망하기보다 차의 향미를 오롯히 빠져드는 게 좋지 않을까?


음~~~이 향미가 花椒樹로구나 !!!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