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숙차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가요?-2019대평보이숙차 연분緣分 시음기

무설자 2020. 1. 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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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00111

숙차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가요?-2019 대평보이숙차 연분緣分

 

 

보이차는 대엽종 쇄청모차로 긴압한 생차와 모료를 인공발효시켜서 만드는 숙차로 대별된다. 숙차는 현대보이차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 세상에 나오게 된지 50년이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숙차가 1974년에 처음으로 출시되면서 보이차는 중국 변방의 차에서 벗어나 전 세계로 알려지게 되었다.

 

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향미를 좌우하는 주 성분은 폴리페놀과 아미노산이다. 폴리페놀의 맛은 쓰고 떫으며 아미노산은 감칠맛으로 표현되는 달고 상쾌한 맛이다. 폴리페놀 대비 아미노산의 비율이 높으면 쓰고 떫은맛이 많으며 반대로 낮으면 달고 상쾌한맛이 주가 될 것이다.

 

보이차의 모료가 되는 대엽종은 녹차를 만드는 소엽종에 비해 폴리페놀 대비 아미노산의 성분비율이 높다. 그러다보니 중국에서도 대엽종으로 만드는 보이차를 마시기보다 소엽종인 녹차를 주로 마시고 있다. 보이차는 산지인 중국 운남성에서도 외면받아오다가 숙차가 개발되면서 중국보다 다른 나라에서 즐겨 마시게 되었다.

 

대엽종의 성분은 중소엽종에 비해 너무 강해서 바로 마시지 못하고 10년 이상 묵혀서 마셔야 한다. 묵혀서 마셔야 하므로 후발효차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점이 보이차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후발효의 장점이라고 하면 묵히면 묵힐수록 향미가 좋아진다는 것이고 단점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후발효에 필요한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켜서 그해에 바로 마실 수 있게 한 차가 바로 숙차이다. 숙차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쓰고 떫은 맛인 폴리페놀 성분이 줄어들면서 달고 순한 맛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이 생기게 되었는데 발효과정에서 발생된 숙미숙향이라 부르는 고약한 악퇴미이다.

 

생차는 보관된 환경이 시간과 함께 그 향미를 만들어 가지만 숙차는 발효의 기술로 결정된다. 물론 생차나 숙차 모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좋은 모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모료를 써서 과학적으로 개선된 발효기법으로 악퇴미가 거의 없는 숙차가 최근 많이 출시되고 있다.

 

고수차를 모료로 해서 나오는 숙차는 그동안 나온 대지차 모료의 숙차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근래에는 생차를 마시는 흐름이 고수차인 만큼 숙차도 고수차나 생태차를 모료로 쓰면서 높은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좋은 모료를 써서 악퇴미 없이 발효된 숙차를 마시고 싶지만 높은 가격대때문에 망설였는데....

 

 

대평보이에서 카페 회원 4000명 기념으로 출시된 기념병 緣分, 마셔보니 숙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정답이라고 할만 한 차다. 어떤 차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대평보이는 고수차를 즐기는 다인들에게는 맑은물이 줄지 않고 솟아나는 샘터같은 곳이다. 믿을 수 있는 고수차를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분은 대평보이 카페의 회원수 4000명을 기념하여 출시한 숙차이다.

 

 

 

 

 

병면을 보면 모료는 어린 잎을 써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인 2019년에 만든 숙차인데도 악퇴미가 거의 나지 않으니 발효기술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대평보이 숙차는 발효를 하고 3년 정도 지난 모료를 쓰는데 연분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내가 쓰는 개완에는 4g정도가 적당한데 5.6g으로 차를 우려보기로 한다. 눈대중 손대중으로 차의 양을 담아도 되지만 저울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은 것 같다. 사무실에는 저울이 있는데 다우가 선물로 이 저울을 보내줘서 저울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긴압 정도는 병면을 만져보면 단단해 보이지만 차칼을 넣어보면 덜어내기가 쉽다. 긴압이 너무 느슨해도 가장자리가 잘 부서지고 단단하면 차를 헐어내기가 어렵다. 연분의 긴압상태는 90점...ㅎㅎㅎ

 

 

 

개완의 크기에 비해 차를 넉넉히 넣어 진하게 나왔지만 연하면 연한대로, 진하면 또 그대로 맛을 낼 것이다. 발효를 시켜 바로 긴압해서 그런지 탕색의 상태는 탁한데 좀 텁텁하지 않을까? 금방 발효시켜 만든 숙차의 악퇴미는 숙차매니아인 내게도 부담이 되는데 어느 정도일까? 

 

 

 

우와~~~숙차는 단맛이 좋다고 하지만 연분은 홍차에 가까운 단맛인데 끝맛에는 쓴맛이 살짝 돌아 깔끔하게 떨어진다. 걱정했던 악퇴미인 숙향은 거의 나지 않으니 괜찮은데 탕색이 맑아지는 3년 정도 뒤의 향미가 기대된다. 3포씩 숙우를 채워 3번을 비웠는데 네 번째 숙우를 채우기는 무리, 한 5년 정도 지나면 내포성도 더 좋아질 것이다.

 

 

 

연분의 엽저를 살펴보니 발효도를 기가 막히게 맞춘 것 같다. 숙차 초기의 중발효 상태는 부분적으로 과발효가 될 수밖에 없어서 차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너무 경발효로 하면 숙미는 덜하지만 탕의 묵직한 무게감이 떨어져서 숙차의 고유의 풍미가 떨어져서 입맛에 맞지 않다.

 

 

연분의 차 시음은 딸 사위와 함께 했는데 맛있다고 탄복을 한다. 대평보이 카페 회원들은 이벤트가로 싸게 구입했지만 앞으로 가격 책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시음기를 쓰느라 이런저런 말이 길어졌지만 한 마디로 하면...

 

"연분은 참 맛있는 차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