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908
'19 대평 경곡대백아(백차) 시음기
백차는 하얀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茶를 분류할 때 발효의 정도에 따라 여섯가지로 나누는데 녹, 백, 청, 황, 홍, 흑차가 그것이다.
백차는 다른 과정이 없이 시들리기만으로 製茶를 한다.
제다 공정은 ‘차아(茶芽)’→‘위조(萎凋:찻잎 시들기)’→‘홍배(烘焙:불쬐기)’→ ‘사간(篩揀:찻잎 골라내기)’→‘복화(復火:다시 불쬐기)’→‘상자에 포장’ 순으로 진행된다.
말리는 과정에서 불을 쓰지 않고 햇볕에 말리는 양건으로 하기도 한다.
백차는 발효도가 10%내외인데 찻닢을 시들리는 위조과정과 말리는 홍배나 양건의 시간 배분에 따라 차맛이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불을 거의 쓰지 않고 차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茶性이 차가워서 몸의 열을 내리는데 효과가 있다.
차의 성질은 차갑기 때문에 발효도가 낮은 녹, 백, 청차류는 속이 찬 사람에게는 부담을 줄 수 있다.
더운 여름에 냉침을 해서 마시면 시원하겠지만 속이 찬 사람들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차는 경곡 대백아라는 이름처럼 하얀 찻잎의 싹인 아엽芽葉으로 만들었다.
확대한 사진을 보면 솜털이 보숭보숭해서 신기하게 보인다.
하연 찻싹으로만 병차를 만들어서 손으로 만지면서 힘을 주면 금방 부서진다.
찻싹을 이만큼 따려면 얼마나 해야 병차 하나를 만들 수 있을까?
차를 만드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힘든가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제 이 차를 마셔본다.
먼저 다기 자랑을 해야겠다.
나는 무늬가 없는 백자를 좋아해서 쓰고 있는 다기는 자사호 외에는 거의 담백한 백자이다.
그런데 이번에 소장하게 된 다기는 연꽃 문양이 화려하다.
페이스북을 하는 인연으로 차모아chamore라는 티웨어회사의 다기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홍차다기 전문브랜드로 다기를 직접 디자인 생산해서 유럽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쇼핑몰로 판매하는 국내 수요는 많지 않은데 회사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가끔 이벤트로 판매를 한다.
이 다기는 본제품 생산 기획을 위해 만든 시제품이다.
그런 다기인지라 그야말로 唯一無二, 딱 한 점만 있는 셈이다.
받아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랜만에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개완을 써서 차를 우리는데 3.4g을 계량했다.
평소에는 눈대중으로 차를 넣는데...
개완의 크기가 120cc면 이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끓인 물을 개완에 바로 부었다.
백차는 유념이 없이 제다를 하는데다 芽葉을 쓰기 때문에 이파리에 물이 닿는 면적이 적어서 차성분이 우려져 나오기가 어렵다.
뜨거운 물을 바로 붓고 우려내는 시간도 조금 더 주는 것이 좋겠다.
쌉스레한 맛에 경곡찻잎 특유의 차향이 입 안에 그득하게 고여 코로 전해져 온다.
차향을 표현해야 하는데 향기를 찾아내는 구감의 스펙트럼이 좁아서 표현의 한계가 있다.
꽃향, 과향으로 향기를 찾아내어 얘기하는 분이 부럽다.
두툼한 아엽芽葉이 대엽종의 포스를 보여준다.
사실 다른차도 芽葉으로 만들면 유념을 할 수 없기에 차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어차피 백차는 유념의 과정이 없으므로 이 얘기는 의미가 없지만...
백차는 성질이 차가운 차의 본성이 극대화되어 있다고 본다.
녹차는 제다과정에서 살청을 통해 찬 기운을 완화시켰지만 백차는 온전하게 한기寒氣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몸의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어서 여름에 마시는 차로 적합하다.
녹차나 보이생차를 마셔서 속이 부대끼는 사람은 백차를 많이 마시면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은 아무래도 백차를 즐기게 되리라 본다.
제다과정에서 가장 찻닢의 성분 변화가 적은 백차라서 산지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몸이 찬 체질이라서 백차를 즐기지 않지만 경곡대백아의 차향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다.
여름 더위가 막바지에 이른 계절에 경곡대백아의 차향을 즐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벌써 숙차나 홍차에 손이 더 가지만... ㅎㅎㅎ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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