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차 한 잔의 짧은 생각

일 없는 때 귀한 일을 하면서

무설자 2019. 1. 28. 22:39
728x90

 이제는 잘 지어지고 있을까? 온갖 사건에 얼룩진 괴물이라고 하는데...



일 없는 때 귀한 일을 하면서


일이 아예 없다고 해야하는 시절이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다.

올해는 아예 일이 없을 거라 마음 먹어야 한다는데...

 

일을 하고 있다는 게 희한한 일이다.

아는 사람이나 일과 관련된 사람이 없이 일이 들어왔다.

참 귀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다른 건축사가 작업해서 이미 착공한 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

3년이나 걸려서 작업한 종교시설인데, 층마다 다른 평면에다 단면까지 복잡한 일이다.

덤핑 설계, 설계비에 맞춰서 그린 대충 도면으로 집을 지으면 어찌될까?


설계비를 묻고 건축주분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계약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일만따내면 그만인 계약이 있고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계약이 있습니다.

앞의 계약은 일을 수주하기 위해 제시한 금액으로 체결되었기에 작업은 뒷전으로 밀린 것이랍니다."


완성된 설계도를 읽을 때는 집을 짓고 난 뒤에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선과 숫자로 표현된 도면을 따라 공사만 하면 그뿐일까?

설계도서에는 표기될 수 없지만 사랑과 행복이 숨어있는 것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참 귀한 일을 하면서 사랑은 듬뿍 더하고 행복도 가득 담아내고 있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 않은가?                                                   (2019, 1, 30)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