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는 무상의 의미를 담아 소장하며 무아의 맛을 즐기는 차

무설자 2018. 5. 9. 11:44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805

보이차는 무상無常을 담아 소장所藏하며 무아無我의 맛을 즐기는 차

 

   


주변에 혹시 보이차를 마신지 오래 되었다는 분이 있으면 차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물어 보십시오. 보이차를 마신지 몇 년 되었고 매일 마시고 있는 분이라면 생각보다 소장하고 있는 양이 많아서 놀랄지도 모릅니다. 보이차를 세는 단위는 한 편, 7편으로 포장한 한 통, 여섯 통으로 묶어서 한 건 단위로 판매가 되는데 5년 정도 마신 분이라면 적어도 100여 편은 넘게 소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100 편이라면 적지 않은 양으로 보이지만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닙니다. 고수차를 제외하고 생산된 지 5년 이내인 보이차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100 편정도 모으는 건 금방입니다. 보이차는 후발효차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가 익어간다고 합니다. 보이차가 익는다는 건 그만큼 차맛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묵힌 나이만큼 대접을 받게 됩니다.

 

1950년대에 생산된 홍인이라 부르는 차는 한편에 억대를 호가합니다. 이런저런 보이차가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마시는 음료가 아닌 투자의 대상이 되어 대량으로 구입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를 알게 되면 차를 마시는 즐거움보다 수장收藏하는데 더 욕심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2000년 전후로 중국에서는 투자자가 보이차로 눈을 돌려서 봄이 되면 유명 차산지에는 현금박스를 실은 관광버스가 몰려든다고 합니다. 100년 이상 된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 고수차는 특정 산지의 찻값이 50 배가 넘게 오른 곳도 있습니다. 차산지 중에 넘사벽이 된 노반장과 빙도는 새 차가 한 편에 200만 원 이상 호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산지의 순수한 잎으로 만든 純料茶라는 보장이 없는 포장지에 이름만 특정산지명이 적힌 차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수백 수천 종류의 보이차 중에 어떤 차를 구입해서 보관해야 하는지도 알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다우 한 분은 노총각인데 아파트 전체를 보이차로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보이차를 모르는 분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거니와 보이차를 제대로 아는 분들이라면 안타까워하는 일이지요.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로 가서 차를 주문하는 양을 보면서 저도 의아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새 차가 올라오면 몇 통씩 주문하는 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은 아마 곧 차창고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왜 이렇게 보이차를 집에 가득 채우는 데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렇게 된 이유는 보이차를 마시는데 관심을 두기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오해를 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보이차를 접하게 되면 두 가지 방향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차를 모으는 것에 몰입을 하느냐 차를 알기 위한 몰입이냐의 문제입니다. 일단 차를 모으고 난 뒤에 차를 알기 위해 관심을 두느냐? 차를 좀 알고 난 뒤에 수장하는 쪽으로 몰입하느냐의 차이를 생각해 봅니다.

 

보이차를 조금 알기 시작하면 다른 차에 비해 차값이 싸다보니 부담 없이 한참 사 모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한참 사다보면 집에 더 이상 잴 곳이 없어지고 난 뒤에야 무슨 문제가 벌어졌는지 알게 됩니다. 차를 판매하는 카페에서는 차에 대해 달콤하게 소개를 하니 이 차를 구매하지 않으면 좋은 차를 놓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참 보이차를 구매하다보면 내 입맛에 맞는 차가 어떤 종류의 차인지 알게 됩니다. 그 때 이미 소장한 차에서 마음에 드는 차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차맛을 알기 시작한다는 건 내가 가진 차가 얼마나 소장가치가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차를 배운 선배님은 보이차는 투자 대상이 아니니 먼저 차를 알아가는 데 집중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차가 좋은 차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나보다 먼저 보이차를 마셔온 선배님들과 자주 차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의 차멘토를 찾아서 조언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보이차를 알기 위한 공부의 지름길이 됩니다. 보이차는 차맛을 아는 그만큼 즐길 수 있고 값비싼 차보다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찾는 현명한 구매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차멘토님과 함께 마신 차를 조금씩 얻어서 혼자 마시면서 내가 우리는 차의 기준을 잡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는 누가 우리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려서 맛있는 차라야 즐겨 마실 수 있는 내 차가 될 수 있지요. 세상 사람이 다 좋은 차라고 하더라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 내 입맛에 맞는 차의 기준을 잡은 뒤에 차 구매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보이차를 이제 마시기 시작했다면 차를 구입하기 전에 먼저 차맛을 보는 자리를 다양하게 가지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보이차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지만 늘 좋은 차는 지금 마시고 있는 차랍니다. 또 다른 차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 흥미진진해진다면 일상다반사의 단계에 들게 되었습니다. 알아가면서 마셔야 제대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보이차, 그래서 보이차는 후발효라는 특징이 시간을 두고 변하는 맛을 즐길 수 있어 무상無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차랍니다.

 

보이차를 구입하면서 투자운운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차맛을 음미할 마음을 놓쳐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보이차를 오래되면 될수록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의 투자 대상으로 호기심을 가진다면 이미 차가 아닙니다. 오히려 새 차를 부담 없이 구입하여 시간을 두고 더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길 바랍니다. 보이차에 담긴 무상無常의 의미가 축재蓄財의 가치이기보다 시간과 함께 하는 무아無我의 맛을 차 한 잔에 담아 음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