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심한재

상량식에서 /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심한재 이야기 2

무설자 2018. 3. 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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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심한재 이야기 2

심한재 상량식上樑式에서

 

대들보에 상량문을 쓰고 있는 건축주
완공되면 훨씬 더 좋은 집이 될 心閑齋 투시도

 

지난 2월 5일에 중목구조를 골조로 해서 짓고 있는 양산시 원동면의 심한재心閑齋의 상량식이 있었다. 

 

상량식(上樑式)은 목조 건물의 골재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대공을 세운 후에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거기에 공사와 관련된 기록과 축원문이 적힌 상량문을 봉안하는 의식이다. [위키백과] 

 

건축주께서 공사와 관련된 기록을 준비해 왔고 대들보에 붓으로 상량문을 써서 올렸다. 

의식은 별도로 올리지 않고 건축주와 설계자가 대들보를 고정시키는 핀을 박아 넣는 것으로 형식을 삼았다. 시공자가 크리스천이라서 그런지 기공식과 상량식을 간소하게 하고 말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기공식은 토지신께 고하며 땅을 훼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것이고 상량식은 마룻대를 올릴 때는 떡·술·돼지머리·북어·백지 등을 마련하여 주인·목수·토역꾼 등이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 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푼다[출처] 상량식이란|작성자 소격동 60 주인장 

 

지신이 어디 있으며 택신이 우리 시대에 머물 자리 나 있을까 보냐고 가벼이 넘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신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고마움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또 택신은 새로 짓는 집과 사람이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매개역할을 하는 분위기를 의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보면 좋겠다. 시늉만 하고만 상량식에서 마음으로 심한재가 무사히 잘 지어지게 지신이 살피시고 식구들이 이 집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택신이 돌보아 주시길 빌었다.    

 

목구조 조립이 크레인이 중심이 되어 착착 진행이 된다
대들보가 조립이 되고 있는데 마지막 대들보 부재가 조립되면서 상량의식을 간단하게 치를 예정이다
일본식 중목구조는 구조부재의 결합을 철물을 써서 간편하고 튼튼하게 짤 수 있도록 했다

평면은 벽체가 드러나면서 사라지고

 

중목구조로 골조공사가 진행되면서 집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공정은 지붕골조에 합판을 덮고 방수포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목조라서 골조공사 진행되는 속도가 집 모양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층바닥까지 철근콘크리트 공사로 된 상태는 도면에 그려진 평면을 현장에서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잠깐일 뿐 벽체공사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 눈에 익숙한 평면도의 그림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아파트는 머릿속에 평면도를 기억하면 읽어낼 수 있다. 아파트는 3차원의 입체적인 얼개가 아니라 2차원의 평면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이 가지는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공간의 깊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사지붕을 가진 집으로 지으면 지붕의 경사만큼 내부에서 적정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한옥에서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켜 만든 대청마루의 연등천장을 연상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겠다.

 

관가정에서 찾은 우리 단독주택의 연원

 

내가 설계하는 단독주택의 원형은 양동마을의 관가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가정은 사랑채와 안채로 채를 나누어 구분하고, 안채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공간이 펼쳐진다. 사랑채는 마당에서 훌쩍 들려서 정자처럼 벌판을 바라보는 정취를 가지고 있다. 

 

이 개념은 심한재心閑齋에도 충실하게 적용되어 있다. 계단홀을 중심으로 거실동과 침실동이 채로 나뉘었고, 거실동은 마당에서 들려져 두 개 층의 침실동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심한재는 거실동은 경사지붕의 높이로 천정고가 적당하게 높은데 이는 대청마루의 연등천정을 반영했다.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만나게 되는 계단홀은 침실동의 두 개 층높이로 솟은 공간이다. 이는 관가정의 안마당을 가져왔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가 사는 집은 평면이 아니라 공간이다. 아파트처럼 육각박스에 짜 넣고 평면을 분할하는 집은 공간이 주는 다양한 리듬, 음악으로 치면 리듬의 변주가 담기기 어렵다. 다양한 공간을 지닌 집은 그 안에 담기는 삶도 생동감이 넘친다. 심한재는 마당에서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면 2층의 통층通層 공간인 계단홀을 만나고, 거실로 들면 경사지붕의 볼륨만큼 적당히 높은 공간감으로 느끼게 된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평면은 사라졌지만 공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개 층높이의 통층공간通層空間과 경사지붕의 거실공간에서는 웅장함까지 느껴진다. 공간의 변주가 좋다. 

 

양동마을 관가정 사랑채
침실동 1,2층과 거실동을 연결하는 현관홀은 통층공간이다

 

거실동은 주방 부분은 천정을 두면서 상부는 다락이 되고 거실 부분은 경사지붕 하부의 높이가 노출되면서 한옥의 대청공간을 연상하게 한다.

  목구조의 아름다움은 마감재 속으로 사라지고

 

한참 진행 중인 벽체공사가 마무리되면 목구조의 구체構體인 삼나무의 아름다운 결이 벽 속에 숨어버릴 것이다. 골조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삼나무가 주는 매력에 흠뻑 젖었다. 과하지 않은 나뭇결도 그러하거니와 은근한 나무향이 몸과 마음에 배어들었다. 

 

목구조로 집을 짓는다면 되도록 나무 부분을 노출하면 좋겠지만 이는 비용의 증대를 가져온다. 구조 해석상 필요한 부재의 크기와 인테리어를 위해 노출 효과를 위한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골조 공정이 끝나가는 현장에서 노출이 가능한 부재를 더 찾아내는 선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외장 마감이 끝나고 나면 목구조라고 알 수 없는 집이 될 것이다. 구조체든 마감이든 나무를 노출시킬 경우에는 유지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설계자가 ‘건축가’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겁(?) 없이 나무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예를 본다. 이 경우 몇 해 가지 않아 나무의 상태가 심각하게 훼손이 될 수도 있다. 사진 잘 나오는 집을 짓는 건 건축사의 권리일지 모르지만 준공 뒤의 유지관리 책임은 오로지 건축주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락 부분, 이 공간도 가운데기둥과 큰 보를 제외한 목재가 다 감춰질 것이다
침실동 상부, 나무는 마감재 속으로 감춰지지만 은은한 삼나무향은 오래오래 집 안에 감돌 것이다

상량식을 한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내 외장에 들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목조는 도면대로 지어지는 집이라 3D모델링과 모형작업으로 예측했던 대로 착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도면으로 표현된 고심했던 과정이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로 착착 나오고 있어 현장에 갈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건폐율 때문에 처마길이를 더 뽑아내지 못한 한계는 형태의 완성도에서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나무의 순수함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뒤의 내 외장 마감이 끝나고 난 뒤의 결과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18. 2. 5.)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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