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心閑齋이야기 4
심한재心閑齋의 구들 들인 한실韓室
심한재를 일본 중목조로 짓는 장점 중의 하나였던 공기 단축은 수포로 돌아갔다. 3개월 정도로 잡았던 공기工期가 4개월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붕 마감재로 선택한 금속판 공사의 자재도 일본에서 들여왔는데 일의 난이도와 일본 장인匠人의 관심으로 일본에서 직접 작업을 해주기로 했었다. 일본 장인의 일정을 고려하다보니 공기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심한재의 지붕 모양이 좌우대칭이 아닌 이형異形인지라 시공이 예사롭지 않아서 경험이 많은 장인匠人도 어려운 공사라고 했다. 공사를 맡은 시공사의 대표도 지붕 공사를 하는 내내 까다로운 설계라며 시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설계자도 현장에 자주 나와서 시공 과정을 살펴야만 다음 설계 작업에서 감안해야 하는 이모저모를 얻게 된다.
설계는 작업도구가 컴퓨터가 되면서 3차원의 어려운 표현도 가능해졌다. 현장의 시공 여건도 다양한 작업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어지간히 어려운 공사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골조의 얼개가 복잡해지면 공사가 까다로워져서 하자의 요인이 되고 준공 후에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 쉽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달리 중목구조는 도면화하는 과정에서 시공의 난이도가 미리 예측이 된다. 가장 난해한 공정에 해당되는 거실동과 계단홀의 지붕이 만나는 부분 처리는 예측이 되었으며 걱정을 안고 공사가 시작 되었었다. 다행히 일본에서 노장인老匠人께서 비용을 따지지 않고 작업을 하기로 해서 고민이 해결되었다.
한옥韓屋인 ‘우리집’에 꼭 있어야 할 한실韓室
심한재를 이 시대의 韓屋이라 지칭하는 데는 몇 가지 컨텐츠가 있다. 그 중에 첫 번째 요소는 한실韓室을 꼽아야겠다. 밖에서 장작을 때는 전통 구들장을 놓고 완자문양에 창호지를 붙인 살문으로 된 방을 들였다. 밖으로는 연못이 있는 정원으로 들고날 수 있도록 툇마루를 붙였다.
평소에 일본의 주택을 보면서 부러웠던 건 대부분의 집에 다다미가 깔린 화실和室이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인들은 그들이 사는 집에 화실을 두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韓屋이라는 우리집의 전형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전통주택으로 부르는 기와집은 박제화된 조선시대의 옛집이다. 우리 시대의 한옥이라면 옛집에 숨어있는 한국인에게 맞는 주거의 지혜를 계승해야하고 주거 전통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 시절의 집을 형태만 따라서 짓는 건 유물의 복제에 불과할 뿐이지 않겠는가.
전통을 이어 이 시대의 한옥으로 ‘우리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옛집에서 지금의 집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난방 방식인 구들장을 데우는 온돌이 접목된 한실韓室을 가능한 집에다 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심한재에도 구들장을 전문으로 놓는 장인을 수소문해서 불이 잘 드는 개량 구들공사를 마쳤다. 그 장인은 심한재 작업이 끝나는대로 외국에 사는 우리 교민의 초청을 받아 구들을 놓으러 간다고 했다.
심한재의 구들들인 한실
일본인들이 다다미방인 화실을 가능한 두는 이유는 일본식 주거 생활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함일 것이다. 다다미방과 기모노, 일본인들만의 예절이 담긴 생활 습관은 전통주거공간이 있기에 그들만의 정서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그 집은 다시 사람을 만들어간다는 처칠의 말씀을 떠올린다.
우리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입식생활은 방바닥에 앉고 누워야 편한 우리의 주거습성을 거스르고 있다. 겨울이 되면 소파를 버리고 전기매트를 방바닥에 깔고 뒹구는 집이 많다. 난방기暖房期에는 가능한 몸의 많은 부분을 따스한 방바닥에 접촉시키고 싶은 조상의 유전자가 담긴 우리 체질이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 난방이 부착된 흙침대를 만들어 쓰는 나라도 우리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입식 생활이 위주가 되면서 윗사람께 드리는 최상의 예의였던 큰 절이 사라져 버렸으니 주거공간이 사람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구들장을 들인 한실은 이런 점에서 한국인의 몸이 원하는 습성을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하다~~”고 쾌재를 부른다. 한국인의 몸은 직접 달군 따끈한 구들장 황토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든지 등을 붙여 누워야 정서적으로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된다. 몸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마음의 상태도 그쪽으로 따라가게 될 것인데 입식 생활은 자신도 모르게 불만족으로 살게 한다.
바깥에서 바로 들고나는 방
한옥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는 외부에서 개별공간인 방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동북아 삼국의 주거행태를 살펴보면 중국은 입식생활이며 중정을 향해 열려 있는데 잠을 잘 시간만 겉옷을 벗는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신을 벗고 집 안에서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생활한다. 방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생활이지만 일본은 별도의 난방장치가 없어 다다미나 목재마루로 바닥의 냉기를 막아준다. 우리나라는 방바닥을 데울 수 있는 온돌난방이 되는 점이 어느 나라에도 유래가 없고 좌식생활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방에서 외부로 출입이 가능할 수 있는 한옥은 구들장을 데우는 온돌난방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좌식 생활권이지만 일본은 방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실내 복도가 방풍 공간이 되고 현관을 통해 밖으로 출입한다. 그래서 한국은 마당공간이 내부공간과 하나가 되지만 일본은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구분되어 정원이 발달하게 되었을 것이다.
심한재의 한실은 툇마루로 연못이 있는 작은 정원으로 출입할 수 있다. 달 밝은 밤에 한실의 완자살문을 열고 달빛이 비치는 연못에 핀 연꽃을 바라보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홀로 차 한 잔 마시다가 문을 열고 나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달빛을 맞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터이다. 이러한 삶은 오로지 한옥이어야만 가능할 수 있으니 심한재를 이 시대의 한옥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심한재를 전통을 잇는 이 시대의 한옥이라 부르는 두 번째 컨텐츠는 사랑채와 안채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갈까 한다. 이렇게 ‘우리집인 한옥’의 전통을 이어서 조상들의 집에 대한 지혜를 읽어내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는 오로지 우리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몸의 유전자가 원하는 대로 지은 집이라야 저절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디 몸에 들어있는 유전자뿐일까? 우리의 얼에 담긴 정서도 옛 집에 금방 익숙해지는 것으로 전통을 잇는 한옥을 지어서 살아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한옥이라 내세우는 근거의 두 번째 이야기를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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