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양산 심한재

착공에 부쳐-터를 쓰는 마음을 살피며/'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심한재 이야기1

무설자 2018. 1. 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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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심한재 이야기 1

착공에 부쳐- 터를 쓰는 마음을 살피며

 

낙동강이 가까운 산자락에 터를 잡은 단독주택 심한재 心閑齋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집 짓기에 있어 집터를 찾는 일이 반이라고 할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건축주는 이 터를 찾기 위해 5년이 걸렸다고 했다. 

 

물론 설계자를 선택하는 일도 반, 시공자를 구하는 것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들고 남들이 부러워할 집을 지어 내려면 산 넘어 산, 물 건너 물이라 할 만큼 지난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을 따라가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골짜기 아래에 심한재 집터가 있다

낙동강 가까이 산자락에 위치한 심한재 집터 

 

터를 찾아 설계를 하고 시공자를 선정하는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넘고 넘어 첫 삽을 뜨는 날에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그리던 그 집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려야 한다. 터를 다시 살펴보자니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멀지 않고 길보다 훌쩍 산자락에 붙어 높게 앉았다. 

 

동쪽으로 살짝 비켜서 남향으로 열려 있고 좌우로 팔로 감싸듯 좌청룡 우백호로 산이 감싸고 있다. 풍수지리를 따져 점검하지 않더라도 배산임수背山臨水에다 남향하여 오목하게 들어앉은 터자리니 명당이라 해도 되겠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이 땅을 찾는데 5년이나 걸렸지만 이 터는 얼마나 오래 집 지을 사람을 기다렸을까? 집터는 점지된다고 하니 임자가 나선 셈이다. 어쨌든 심한재가 들어설 자리는 좋은 터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본다.

 

물 좋고 정자 좋은 터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나무랄 데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집터 뒤의 석축이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높이가 좀 되는 담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싶다.

 

첫 삽을 뜨면서

 

산자락에 이렇듯 좋은 자리가 평지로 있었을 리 만무하다. 경사진 땅을 깎아내고 돌을 쌓아 흙을 채워서 집을 지을 수 있는 평평한 땅으로 만들었다. 건축주는 토목공사가 진행되어 있는 땅을 구입하게 된 것이었다. 조성된 대지의 앞은 석축 위에 흙을 메운 성토 지반이고 뒤는 산을 깎아서 석축으로 윗 땅과 경계를 삼은 절토 지반이다. 

 

예로부터 자연 상태의 땅을 훼손하기 전에 산신과 토지신께 먼저 허락을 구하는 제를 지내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이미 석축을 쌓아 집터를 만드는 공사를 시작한지라 그 절차는 생략하기로 했다. 토지신께 땅에 손을 대어도 좋다는 승낙을 받는 제를 지내는 의식을 미신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자연을 공경하여 겸손하게 대하는 태도로 보기에 그 절차가 생략되어 버린 게 아쉬웠다. 

 

집을 짓는 행위는 자연을 무단 점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터의 위로는 억지로 터를 만든 석축이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우리집이 앉을자리를 마찬가지로 만들었다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지열에너지 팀과 지하수 천공 팀과 건축공사 팀이 사전 조율을 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집이 앉을자리를 도면대로 배치하여 실로 떠서 터를 어떻게 쓸지 살피니 집이 앉는 윤곽이 드러나면서 배치의 일부 조정이 이루어졌다. 건폐율을 20%만 쓰는 데도 외부공간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구성하다 보니 180 평이 모자라는 듯했다. 150평의 외부공간이 부족하다는 건 내가 바라는 집으로 설계가 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설계단계에서 도상圖上으로 진행된 가상의 집 짓기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수정할 수 없는 단계로 들어간다. 다소 미진해 보이거나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건축사의 설계 의도를 믿고 시공자의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배치에 대하여

 

주어진 대지에 건축물을 앉히는 작업인 배치는 자연을 공간적으로 점유하는 절차이다. 경사지라면 억지로 평지를 만들기보다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경사진 대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 대지는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많은 여지를 가지고 있는데 과한 석축으로 한정된 땅을 쓸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땅의 모양새가 동서로 긴 1:2의 비율이기에 배치를 위한 절대조건은 대지의 폭을 따져야 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대문은 동쪽이어서 남향으로 앉혀야 하는 건물 배치와 정면을 어디로 둘지 고민해야 했다. 남향의 양명陽明한 기운을 집안으로 많이 받아들여야 하므로 건물은 동서로 길게 놓아야 한다. 대지 폭이 좁아서 남쪽으로 현관을 두기는 어려웠다. 남향으로 건물을 두동으로 채 나눔 하여 가능한 길게 앉히고 그 사이에 현관과 매개공간인 계단홀을 두는 것으로 답을 찾았다. 

 

채 나눔으로 두 동이 계단실 홀로 연결되었다. 오른쪽으로 큰 마당과 달빛 정, 왼편으로는 뒤뜰과 텃밭이다

 

동적공간인 거실동 앞에는 데크가 길이방향으로 여유롭고, 큰 마당과는 충분한 폭으로 매개공간을 두었다. 북쪽으로는 안마당과 손수레가 이동할 수 있는 폭의 통로를 두었다. 대지의 폭은 데크, 거실동, 계단홀, 침실동, 통로가 절대치수로 나누어졌다. 

 

대지의 길이방향은 어떻게 나누어졌을까? 건물이 대지의 가운데 앉혀지면서 전면에는 누리는 공간, 후면에는 쓰는 공간을 두었다. 즐기는 공간은 햇살마당과 달빛정원, 주차장, 쓰는 공간은 작업을 위한 안뜰과 텃밭, 장독대가 들어갔다. 아파트와 차별되는 단독주택이라면 외부공간의 다양한 쓰임새를 살펴서 배치해야만 우리 식구들만의 ‘우리집’이 될 수 있다.

 

 

 

심한재心閑齋를 짓기 위한 지난至難한 준비과정은 이제 마무리되었다. 집 주변의 산에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할 즈음이면 ‘우리 식구’가 꿈꾸던 ‘우리집’이 다 지어져서 들 수 있을 것이다. 심한재心閑齋의 행복한 집 짓기가 겨울 추위를 이기며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18. 1. 23)

 

 

무 설 자

 

 

설계자 김정관 건축사는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 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의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김해, 양산 지역에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여러 채 설계 했으며

단독주택 이입재로 부산다운건축상, 명지동 상가주택 BALCONY HOUSE로 BJEFZ건축상을 수상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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