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2
우리집을 짓는 이유는 하나,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옷, 밥, 집과 글, 약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꼭 필요한 세 가지를 짚어서 의식주라고 한다. 특히 이 세 가지에 짓는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짓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로 나와 있고 약을 만들고 시를 쓰고 농사를 하다로 이어져 풀이가 되어 있다. 결국 지어야 하는 대상은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 되고 마음을 내어 정성을 다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어서 쓰지 않고 만들어서 파는 것을 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요즘이다.
정성을 다해 지어야 마음이 들어가고 입고 먹고 쓰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를 위해 지은 목도리를 둘러보라. 얼마나 포근한지 추위와 상관없이 마음이 따스해 오지 않겠는가? 국 한 그릇에 김치로 차려진 밥상이라도 나를 위해 지은 밥이면 이보다 더 맛있는 건 없으리라. 옷이 마음까지 따스하게 하고 밥이 마음이 허한 부분까지 채워준다면 집은 잃어버린 ‘우리’를 복구시켜 줄 수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왜 열심히 사느냐는 물음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함이라 답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고 싶은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맛있는 밥을 먹고 나면 배가 꺼질 때까지 행복하다. 멋있는 옷을 입으면 그 옷을 벗을 때까지 행복하다. 그럼 맘에 드는 집에 산다면 그 집에 사는 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 쾌락이나 행운과 다르다고 한다. 만족함이 지속되어야만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쾌락이나 행운은 일시적이거나 한시적인 만족에 그치고 만다. 그 한정적인 만족함은 더한 강도를 원하게 되면서 마침내 불행에 빠지고 마는 것이 쾌락이나 행운이다.
행복이 지속되는 만족함이라면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일상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밥 먹고 일하고 얘기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을 만족하며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지각있는 분들이나 성현들이 얘기한다. 결국 행복은 일상에서 늘 가까이 누릴 수 있다. 이 작은 행복은 홀로 지내는 일상에서도 얻을 수 있겠지만 식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가능성은 더 많이 자주 열리게 될 것이다.
식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오로지 집이 그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식구들이 모두 ‘우리집’이라고 찾아드는 집에 될 때 일상의 삶에서 가능한 행복이 피어날 수 있다.
식구들의 집, ‘우리집’은 어떤 집일까?
분양 받아서 사는 집은 누구의 집이 될 수도 없다.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팔기 위해 만든 집이라면 다른 상품처럼 겉모습에 치중되어 있을 것이다. 식구 중의 한 두 사람, 부부 위주로 집의 얼개가 되어 있는 집이라면 ‘우리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 식구라면 누구나 ‘우리집’이 제일이라고 해야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일이 마쳐지는 대로 서둘러 귀가해야 일상의 행복이 피어나는 ‘우리집’이 될 수 있다. 아침밥도 같이 먹지만 저녁밥까지 매일 함께 먹을 수 있는 집이라면 식구들은 일상의 행복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 꿀을 발라 두었는지 우리 식구들은 바깥나들이를 즐기지 않는다고 투덜댄다면 ‘우리집’에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상의 행복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거나 결혼해서 출가를 하더라도 '우리집’을 그리워하면서 살 것이다.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회귀본능이 있어 태어난 강의 상류를 기억해서 돌아온다. ‘우리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을 떠나 살더라도 항상 다시 돌아갈 집을 그리며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집’으로 찾아들게 될 것이다.
집을 짓는 이유는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집을 짓기 위해 설계를 의뢰하면서 설계자에게 건축주로서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라 얘기해야 할까? 그건 단 하나, 우리 식구들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고 해야 하리라. 공사를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설계는 끝난 것이 아니다. 도면으로 그려지거나 투시도나 모형으로 만들어서 행복할 수 있는 집이라고 설명이 될 수 있을까?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면서 우리 식구의 행복을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세운다면 가당치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건축주가 식구들의 행복을 장담할 수 있는 집을 제안할 수도 없지 않는가? 모양새가 예쁜 집이나 쓰임새가 좋은 집은 건축주가 사례를 찾고 건축사가 능력을 발휘해서 설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양새나 쓰임새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설계를 다 끝냈다고 할 수 없다.
비어 있는 땅에 차가운 무기질재료로 바닥을 만들고 기둥과 벽을 세워 지붕을 덮어서 집이 되지만 그 안에는 담기는 건 오롯한 행복이어야 한다. 집이 누구의 작품이라든지 한 사람의 고집으로 치우치게 지어져 식구들이 모두 공감하는 ‘우리집’이 되지 못한다면 낱낱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 아이들이 원룸으로 탈출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지 모른다.
누구나 집을 짓는 이유는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나만이 아닌 '우리식구'가 바라는 ‘우리집’이 될 수 있는 답을 찾은 후에 삽을 떠야 하지 않겠는가? 그 답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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