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중국윈난(운남)성여행기

[스크랩] 다시 운남으로(7) -사계고진과 바이족의 본주들-

무설자 2017. 11. 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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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리장에서 만난 어느 여행객이 사계고진에 가서 한 일주일 쉬어야겠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뒤 내 머릿속 사계고진에 대한 이미지는 한적한 곳, 쉬어가는 곳이었다.

성수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실제로 사계고진은 한적한 곳,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우리가 묵은 빈관 발코니에서 바라본 흑혜강

 

사계고진의 상징인 희대

사계고진은 차마고도에서 가장 원형대로 보존된 고진이다.

그 옛날 마방들은 남쪽 차 산지에서 물건을 싣고 석보산 너머 리장이나 수허에 도착하기 전에 이곳에 모여 숨을 고르고 앞으로의 여정이 평안하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희대는 마방들이 제사를 지내고, 공연을 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사계고진은 행정상으로 대리시 검천현 소속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검천지역의 본주인 대흑천신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능하다면 본주사당에 가보고 싶었다.

 바이두에서 검색해 보니 이곳 바이족 거주지역인 대리시에 상당히 많은 본주묘와 사당이 검색된다. 

하지만 일행들은 흥미가 있을지 의문이고 마을에 특별한 행사가 없다면 문잠긴 사당만 볼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뤘다. 

 

희대 앞에 있는 흥교사

 

내가 대리, 리장 지역에서 가장 큰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바이족의 본주와 나시족의 동파문자이다.

 

바이족은 마을마다 본주를 모시고 있다. 모신다기 보다는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거나 결혼을 하거나 마을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마을에서는 본주사당에 고하고 제사를 지낸다.

본주는 마을 수호신이기는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다.

마을을 지켜주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신이지만 신보다는 인간을 더 많이 닮았다.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사랑하고 질투하고 다투고... 인간이 하는 짓을 다한다.

바이족의 본주가 그런 그리이스의 신들을 닮았지만 그리이스 신보다 더 인간적이다.

또 그리이스의 신들이 서열이 있고 위계질서가 있는데 비해 바이족의 본주는 서열이 없다.

그냥 그 마을을 지키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신이다.

 

대개의 신들은 천상에 살지만 본주는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산다.

마을마다 마을의 수호신인 본주가 있으니 대리지역에만 1000명이 넘는 본주가 있다.

바이족들은 태어나고, 결혼하고, 병들고, 죽고, 농사짓고.... 모든 생활을 본주와 연결한다. 

가장 많이 모시는 본주는 남조시대의 유명한 장군인 단종방이지만 본주는 인간만이 아니고 돌이나, 황소에 이르기까지 마을마다 다양하다.

이 지역에서 모시는 본주는 대흑천신이다.

복사꽃 아래 평화로운 이곳 인간세상에 시기심이 발동한 옥황상제는 인간세상에 역병을 퍼트리라고 명령한다.

깜깜한 밤에 이곳 인간세상에 도착한 역병신은 새벽에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평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세상에 감동하였다.

또한 자신의 어린 아들은 걷게하고 노모를 업고 가는 농부의 효심에 감동한 역병신은 차라리 인간들을 살리고 자신이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고 약을 삼켜버렸다.

약을 삼키자마자 그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하면서 벌집처럼 되었고, 몸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세상의 모든 뱀들이 돌을 빨아 살리려했지만 죽고 말았다. 뱀이 독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에게 태상노군이 꿈에 나타나 이 사실을 알려주자,  이곳 사람들은 그를 위한 사당을 짓고 대흑천신을 마을의 본주로 모셨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날, 한밤중에 냇물이 넘쳐 홍수가 났다.

마을 사람들이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잠시 후 잠잠해졌다.

다음날 살펴보니 강물의 물줄기가 바뀌어 있었다. 커다란 황소 한마리가 자신의 몸으로 물을 막아 흐름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물론 그 황소는 죽어 있었다. 그 마을 바이족 사람들은 황소를 본주로 모신다.

인간과 동물의 차별은 비이족의 신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이 식탁보를 샀던 자우청(周城)의 본주는 뱀마왕을 물리친 두차오쉬안(杜朝選)이다.

마을의 자매가 뱀마왕에게 잡혀갔는데 유명한 사냥꾼인 두차오쉬안이 뱀의 목에 칼을 꽂았지만 칼이 부러지고 만다.

사투 끝에 결국 뱀마왕을 죽이고 자매을 구했다.

자매를 구해서 호접천 부근까지 왔는데 자매가 두차오쉬안에게 구혼을 하여 부부가 되었다.

자우청 마을에서는 두차오쉬안을 본주로 모시고 해마다 음력 정월 14일부터 16일까지 두차오쉬안에게 제사를 지낸다.

음악을 연주하고 꽃과 향을 든 행렬이 마을에서 호접천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우리가 간 때는 정월 19일 정도라 며칠만 빨랐다면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자우청에는 부러진 칼과 활을 든 두차오쉬안 상이 있다는데 허둥대느라 보지 못했다.

 

 남조의 대장군 단종방은 상양계 마을의 본주인데 비를 내리게하는 조롱박을 가지고 있었다.

 옆마을인 마주읍의 술을 빚어 파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만,

 다른 마을 본주라는 체면에 얽매여 일년에 한번 4월 23일 마주읍 잔치때만 만날 수 있었다.

어느해 마주읍에 가뭄이 들자 단종방은 비를 내리게하는 조롱박을 마주음 본주에게 빌려주어 해갈시켜 주었다.

마주읍 사람들은 아주 단종방을 자기 마을 본주로 모시기로 하니 단종방은 사랑하는 여인을 날마다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내심 기뻐하였지만 겉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척 수락하였다.

원래 단종방이 본주로 있던 상양계 마을 주민들이 화가 나서 다시 단종방을 자신의 마을로 빼앗아 모셔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단종방은 그 뒤로 두 마을을 오가며 본주노릇을 하였다.

지금도 음력 5월 5일이면 마주읍 사람들이 꽃가마를 들고 상양계로 단종방을 모시러 가고,

6월 6일이면 상양계 사람들이 마주읍으로 꽃가마를 들고 본주를 모시러 온다고 한다.

단종방은 천연스럽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사는 마을을 오가며 본주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본주끼리 사랑에 빠져 이웃 마을 여자 본주 사당의 담이 닳아 없어질 정도인 경우도 있다.

허칭지역의 동산라오예 본주는 샤오자오창촌 본주인 바이제(白姐)와 사랑에 빠져 밤마다 주민들 몰래 본주 사당의 담을 넘는다.

하루는 새벽닭이 우는 바람에 허둥지둥 바이제 사당의 담을 넘어왔는데 한쪽 발에는 군화를 한쪽 발에는 꽃신을 신고 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침인사를 드리러 온 주민들 앞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여자 꽃신을 신은 모습을 들키게 된다.

본주의 밤맘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은 속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인사를 마친다.

이후로도 모르는 척 속아주는 마을사람들의 묵인 속에 본주의 밤 맘실은 계속된다.

이렇듯 바이족의 본주는 신이면서 인간적이고 유쾌하다.

바이족 사람들은 근엄해야할 본주의 실수와 인간적인 모습마저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사시꾸전에서 우리가 묵었던 숙소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숙소였다.

2인실 방 1개에 230위안이다.

가격에 비해서 정성스럽게 꾸며진 숙소이다. 전기장판과 전기히터가 있고, 비누 샴프 수건 등 구비용품이 호텔에 못지않은 최고급이다.

일행 중 한명이 치솔을 요구하자 한국제 고급치솔을 내주었다.

커피와 녹차에 보리차까지 구비해서 끓여먹을 수 있도록 해놓고 사탕과 해바라기씨까지 세심하게 구비해 놓았다.

운남성 관광에 필요한 잡지에 읽을 책까지 구비된 숙소다.

이 한적한 곳의 낡은 바이족 전통가옥을 정성스럽게 리모델링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주인장의 마인드가 놀랍다.

 마침 3인실이 없어서 2인실 3개를 잡아 밤중에 대리로 간다는 양기사를 붙잡아 같이 하룻밤을 묵었다. 

사계대묘역빈관, 앞에 발코니가 사진보다 넓게 만들어져 있고 이곳에서 보는 흑혜강이 흐르는 평야가 한적하고 아름답다.

 발코니에서 본 흑혜강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좋은 사람들과 아무 생각없이 며칠 묵어가고 싶은 객잔이다.

 

 

 

 

이 발코니에서는 삼면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 풍광이 방향에 따라 다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새벽, 동트기 전 2시간 동안 발코니의 의자에 앉아 사시꾸전 앞 흑혜강 평야의 동트는 광경을 추운 줄도 모르고 바라보았다.

세상이 열리는 모습을 천천히 볼 수 있었다.

따끈한 차 한잔 끓여 손에 감싸안고 많은 생각을 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6시 50분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하다.

동녘 하늘에 빛나는 것은 달이 아니라 별이다. 여기 별은 유난히 밝다.

남쪽 하늘 빛을 잃어가는 달이 나무가지에 걸렸다.

 

 

 

 

 

흑혜강변 산책 후 아침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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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점에서 아침을 먹고 이제 리장으로 출발한다.

 

 

 

출처 : 가을들녘
글쓴이 : 가을들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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