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중국윈난(운남)성여행기

에필로그-다시 쿤밍에서 부산으로 / 2017 무설자의 세 번째 중국 윈난성 여행기 -6일차

무설자 2017. 9.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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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무설자의 세 번째 중국 윈난성 여행기 -6일차

에필로그-윈난 소수민족들의 집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싶게 윈난에서 다섯밤을 보내버렸다.

늦은 밤에 윈난장수공항에 도착 해서 첫밤을 자는둥 마는둥 눈을 붙이고 새벽녘에 다시 공항으로 빠져나온 첫밤,

나시객잔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다다를 수 있었던 차마객잔에서의 둘쨋날 밤,

해발 3000~4000미터 고지인 샹그릴라의 고산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만 난롯불과 따뜻한 숙차로 받았던 정감어린 셋쨋날 밤,

어딘지도 모르고 외진 벽촌을 지나고 지나고 들어갔던 여명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곳, 기대가 적어서 그랬던지 너무 좋았던 나흘째 밤,

박제화되어 버린 고찰, 석종사를 보고 실망했지만 해거름에 도착해서 뭔지 모를 향수에 젖어 다시 오고 말리라면서 아쉬웠던 샤시고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서둘러 리쟝 공항으로 나왔다.


자꾸 뒤돌아보면서 아쉬워하는 건 주마간산격으로 스쳐 지나듯이 다닌 지난 일정에 마음을 두고왔기 때문일 것이다.

허벅지 힘이 부족해서 손으로 무릎을 짚어가며 올라가 다다랐던 차마객잔에서 바라보았던 옥룡설산의 웅장함을 그렇게 두고 오는 게 아니었다.

샹그릴라 객잔에서 따스한 난로가 곁에 앉아 마시던 차 한 잔, 아직 차호에 남겨둔 채우려내지 못하고 온 아쉬움이 있다.

아무 것도 볼 게 없다고 하는 샤시고진은 볼꺼리를 찾아가는 곳이 아니기에 하루 저녁을 지내고 와버렸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마지막 날 점심은 캐리어에 남아있는 먹거리를 처리하는 걸로 했다.

부피가 가장 큰 건 컵라면이라서 뜨거운 물만 있으면 한끼는 해결될 수 있었다.

리쟝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넉넉하게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리쟝공항에서 쿤밍장수공항까지는 얼추 한 시간 가량 걸리니 금방이다.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고속도로를 타더라도 대여섯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의 세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대기한 시간을 생각하면...ㅎ~~~

마지막 날 일정도 여유가 없었다.


이번 여행도 즐거운 시간과 불편함이 없도록 잘 챙겨준 가이드 홍산 김경택님을 소개해준 취다헌의 김 사장님을 만난다.

취다헌에서 차도 마시고 차가게를 돌아보고 다구도 구입해야 하며 건송이도 사야하니 저녁 시간을 빼면 빠듯한 일정이었다.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넉넉한 인상의 김사장님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안한 분이다.



서둘러서 차도 마시고 전홍과 숙차, 건송이를 주문하고 다구점으로 이동해서 필요한 다구를 구입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로 김 사장님은 광동요리를 추천했다.

쿤밍에서도 고급요리점이라고 했는데 정말 우리 일행의 입맛에 꼭 맞았다.


김 사장님이 준비해 온 좋은 빠이주와 함께 2017 윈난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우리 일행이 2010년에 찾았던 윈난성 여행이 만족스러워서 다시 찾은 이번 일정도 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다.

윈난성은 와보지 않은 사람은 있더라도 한번만 오고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로 다음 번을 기약해 본다.


짧은 일정임에도 좋은 코스를 잡아 빈틈없이 영양가 있는 여행이 되도록 안내해 주신 가이드 홍산 김경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건축에 대한 모든 건 건축사에게, 운남 여행에 대한 모든 건 부산싸나이 홍산 김경택님에게~~~ ㅎㅎㅎ




  

에필로그

운남 사람들이 사는 집을 보면서


운남성에는 26개의 소수민족이 모여산다.

그 중에서 우리가 다녀온 리쟝에는 나시족이 많고 샹그릴라는 장족이, 따리에는 백족이 거주한다.

소수민족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주거문화가 담긴 가옥구조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중국에도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도시에는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있지만 중소도시는 여전히 전통 가옥의 구조를 유지하며 산다.

집이란 생활문화를 담는 삶의 기반이 되므로 전통을 계승하는 가옥구조는 지역 특성과 역사를 이어가는 단단한 틀이 된다.

집단거주방식을 담는 아파트는 지역의 고유한 삶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게 되는 위험한 집이라고 정의하는 나는 과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내가 돌아본 운남성의 따리의 백족이나 리쟝의 나시족의 가옥은 디귿자나 미음자의 배치를 하고있다.

백족이나 나시족이 아니라도 대체적인 중국가옥의 기본구조는 중정을 가운데 두고 건축물이 배치되어 담장이 아닌 건물이 집의 경계가 된다.

가운데 마당이나 정원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지역의 가옥을 보면 이층구조로 되어 있으며 일층에는 가축을 키우고 이층에는 사람이 거주하며 다락층에는 농작물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이용했다.

최근에는 일층에도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는 추세였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인 한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옥구조를 보이는데 이는 입식생활과 난방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샹그릴라에서 보게되는 장족의 가옥구조는 일반적인 중국 전통가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귿자나 미음자의 홑집방식이 아닌 한동으로 겹집의 형식을 취하면서 높은 담장과 대문으로 집의 경계를 삼는다.

집의 규모는 한층이 50평 이상 된다고 하며 정면이 세칸으로 나뉘면서 가운데 두개의 기둥이 우람하게 세워진다.




정면으로 목조 가구식임을 보여주는 골격에 화려한 장식으로 집을 치장한다.

나머지 삼면은 조적식 벽으로 마감되는데 집의 규모에 따라 마감재도 달라진다.

장족이 사는 고산지대의 기후 조건이 더위보다는 추위를 견디는데 유리하도록 단열을 위해서 겹집 형식을 선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남부지방은 홑집구조이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겹집구조가 많이 보이는 것도 겨울을 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마당을 둘러싼 높은 담장도 외부공간까지 확장된 생활공간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도 외부공간까지 생활공간이 확장되지만 담장의 높이는 길에서 까치발을 하면 집 안을 볼 수 있는 높이라는 점은 생활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장족의 가옥들은 마을 단위로 밀집된 배치가 아니라 넓은 초원에 나홀로 떨어져 지어져 있다.

이런 생활 습성이 담장을 높이 쌓아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집을 짓게된 연유라 생각된다.

넓은 초원에서 방목된 야크를 키우는 목축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집을 마을을 이루며 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샹그릴라 일대가 가는 곳마다 시선이 닿는 데 어디든 집을 새로 짓고 있었다.

가이드의 애기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티벳 지역의 장족들을 달래기 위해 가옥 신축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했다.

수십 개의 소수민족마다 중국의 주류가 되는 한족과 다른 삶의 방식이 있고 중화라는 큰 솥에 담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문화의 기초는 삶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다.

지역적인 특성과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는 지난한 특성을 하나의 틀에 넣어서 버무릴 수 없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이 되기에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무시해 버린다면 삶의 정체성이 혼돈에 빠져 버릴 것이다.


아파트,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집 속에 빨려 들고 말았다.

온돌을 카피한 온수 파이프 난방으로 전통을 잇는건 바닥난방만 적용된 이상한 집에 살고 있다.

삼대가 한 집에 살던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이대가 사는 핵가족제도도 빠르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전통적인 주거 방식이 끊어지고 그 집만의 개별 정체성이 없는 아파트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

운남의 소수민족들이 전통을 이어가며 사는 가옥에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해가고 있음은 알 수 있다.

도시에 몰려 아파트에서 시작된 우리의 삶은  이제는 원룸 투룸으로 옮겨져 가족해체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집이라는 정체성이 뿌리채 망가짐으로서 우리 사회가 고독과 번민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고 하면 나만의 망상일까?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