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무설자의 세 번째 중국 윈난성 여행기 -5일차
여명, 석종사, 차마고도의 마을이었던 샤시고진
여명에서 윈난성 여행 5일차 아침을 맞았다.
黎明은 이 지역의 이름처럼 새벽녘 동이 터면서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아침햇살이 비치는 것을 봐야 한다.
아쉽게도 그 장면은 보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한 구름과 만나는 햇살을 보았다.
오늘 일정도 만만찮게 바빠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움직여야 한다.
서둘러서 먹는 중국의 아침메뉴는 주로 쌀국수 미시엔이다.
고기 육수에 쌀국수면을 말고 각종 고명을 얹어내는데 배를 그득하게 채워준다.
어제 밤늦게 먹은 컵라면이 아직 소화가 안 된 멤버는 남기기도 했지만 대부분 맛있게 먹는다.
우리팀이 10년 차가 넘는 중국 여행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국음식 특유의 향에 익숙치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상차이를 샐러드로 맛있게 먹어내는 멤버도 있으니 입맛이란 쉽게 바꿀 수가 없는가 보다.
저 바위산 너머에 케이블카로 올라서 보는 珍景이 있다고 하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국가지질공원이라는 석주에 새겨진 내용처럼 눈요기감으로 충분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여명은 중국에도 아직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아침이라지만 고요해서 중국 같지 않다.
전기자동차로 도착해서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는 두 번을 갈아타는데 산이 높아서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그런게 아니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애기하기로 하고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어떻게 장관이냐고?
이 정도의 사진으로는 장관이라는 탄사를 지를만큼의 풍광을 표현하기에는 턱도 없다.
마침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바위산의 위용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가히 선경이라 할만 하다.
상계에 서서 내려다 보이는 하계...잠깐 신선이 되는 양 감상에 젖는다.
바위에 어떤 성분이 있어서 이런 결정이 이루어진 것일까?
거북이가 산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이라고 소개를 하는데 정말 그런 모양새로 보인다.
위의 사진은 대왕거북이라 표현하면서 거북이들이 산으로 오르는 것을 독려한다고 한다. ㅎㅎㅎ
이제 하계로 내려가야 하는데 코스는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한참을 올라가서 타고 내려가는 길과 중간 케이블카 스테이션으로 직접 걸어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반으로 나누어서 올라가서 정상의 경치를 좀 더 즐기고 케이블카로 내려가는 조와 걸어서 내려가는 조로 나누는데 나는 걸어내려가는 쪽을 선택했다.
걸어서 내려가는 조는 깊은 계곡이 주는 정취와 애정바위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재미를 누렸다.
큰 바위 아래에 나뭇가지를 걸쳐 놓으면 바위를 지탱하는데 힘이 되어주는 공덕으로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치유효과가 있다고 한다. ㅋ~~~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은 이 코스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
이제 여명을 뒤로 하고 석보산 석종사로 길을 잡는다.
석종사가는 길에 먹었던 점심상이다.
중국음식은 거의가 기름에 볶거나 튀기니 비위가 좋은 사람도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우리 음식은 채소는 삶아서 무치고 고기는 수육이나 기름없이 구워서 먹으니 기름진 중국음식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석종사 입구에 도착하니 샤시고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샤시고진이 포함된 꽤 큰 마을인데 우리나라에는 저렇게 큰 시골마을이 있을까?
대륙의 스케일을 여기에서도 느끼게 된다.
석종사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모양인데 내려간만큼 또 올라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고산병처럼 가슴을 짓눌러 온다.
걸어서 내려가는 길은 편편한 돌을 깐 기분좋은 발걸음을 딛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니 절이 나타나는데 석종사에는 스님이 살지 않는다고 한다.
공산당 초기의 문화혁명 때 종교는 아편이라며 배척할 시절에 불교도 씨를 말렸을 것이다.
오래된 고찰인 석종사,
따리시에서 140km 거리에 있다.
성수기가 지나서 그런지 한산하다. 절로 들어가는 길은 기분좋은 산그늘, 그 속을 한참을 걸어들어가니 석종사(石鐘寺)가 나타난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선 소나무와, 여명에서 본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한 바위들이 이곳에도 있다.
남조국 때, 바위를 파내어 새겨 앉힌 불상들이 8호 석굴까지 이어지는데 끝에는 여성 생식기 모양의 조각상이 놓여 있다.
그곳에 손을 대고 참배하면 다산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곳의 석굴들은 일체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장치되어 있다.
내려왔으니 다시 또 올라가야 하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이번 여행은 거의 유격훈련에 버금가는 극기여행이라 나 말고도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왜 사서 고생이냐고 투덜거렸을 것이다.
평지를 천천히 걸으며 유유자적 좌우를 살피며 풍광에 녹아드는 여행을 할 나이인데 기다시피 오르내리는 고생길이라니...ㅋ
기다시피 올라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석종사를 건너다 본다.
이 절을 지을 때는 불교가 얼마나 크게 기세를 떨칠 때였을까?
이제는 관광객이 구경삼아 다녀가는 눈요기꺼리가 되어 있으니 참 무상하도다.
5일차 여행도 가는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며 나이탓을 하는 코스였다.
석보산 관광지 입구 계단에 주저 앉아서 쉬는 자세가 큰 일을 끝냈다는 대견함을 자랑하는 것 같다.
내년 여행지는 꼭 평지길을 택할 것이다. ㅎㅎㅎ
이제 이번 여행지의 마무리 코스인 샤시고진으로 간다.
샤시고진은 석종사에서 잠깐이면 닿는다.
우선 송이를 사기 위해 파장이 다 되어가는 장터로 향했다.
차마객잔에서 먹었었지만 오늘이 윈난 여행에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송이가 될 수 있으므로 일등품으로 송이를 구입햇다.
운남성 따리 바이족 자치주 젠촨 현에 위치한 샤시고진( 沙溪古鎮 )은 옛 차마고도로 가던 마방과 말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갔던 마을이다.
샤시구전은 그 시절의 마방 객줏집 ,점포, 사당, 성문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곳이다.
현재 운남성 내 차마고도의 역사가 온전하게 보존된 구간은 리장의 수허고진 ( 束河古镇 ) 과 함께 여기가 유일하다고 한다.
물론 중앙 광장 주변 골목길에 들어선 알록달록한 분위기의가게와 찻집들이 상상 속의 차마고도를 떠올리기에는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골목마다 발길과 시선이 닿는 곳마다 마주하게 되는 고색창연한 건물의 독특한 객잔은 여행객을 옛 차마고도의 정취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마을 바깥을 감싸고 도는 흑혜강 ( 黑惠江 )을 건너는 돌다리에서 잠깐 눈을 감으니 그 시절로 돌아갈 기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길고 긴 여정을 떠나며 숨을 고르고 앞으로의 여정이 평안하기를 기원했던 옛 마방들처럼 또 다른 날의 중국 여행길을 기대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일등품이므로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어 차마고도 길의 다리 끝에 앉아서 껍질을 깐다.
송이향이 우리나라의 송이에 비길 수는 없으나 그래도 송이가 아니냐며 먹고 있는데 지나는 주민들이 생으로 먹는 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중국 송이는 생으로 먹으면 안 되나? ㅎㅎㅎ
내가 원하는 중국 여행지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지난 세월이 스물스물 피어나는 옛 마을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을 몸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에 느긋하게 머물고 싶었다.
그 곳이 바로 이 마을, 샤시고진인데 벌써 해가 기웃기웃 저물어가고 있다.
적어도 이런 마을에서 하룻날 정도를 머물면서 골목을 기웃기웃거리면서 차도 마시고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읽을 수 있어야 했는데.
마을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시간마저 쫓기며 일행을 따라 저녁밥을 먹기 위해 줄달음을 쳐야 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지난 여행 때에도 따리를 스쳐지나가면서 꼭 다시 오자 마음을 먹었었건만....
이제 샤시고진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세번째 윈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된다.
샹그릴라에 대한 기대와 샤시고진에서 보낼 여유가 사진 속으로 녹아들어 버렸다.
언젠가 다시 윈난에 오게 된다면 다른 코스는 다 버리고 따리와 샤시고진만 며칠동안 머무르고 싶다.
내일 리쟝공항에서 쿤밍으로 가면 마음만 앞서고 몸은 정신없이 따라 붙였던 이번 여행이 마무리된다.
다시 오고픈 샤시고진이여~~~~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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