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차맛이 다른 이유

무설자 2015. 8. 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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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150825

차맛이 다른 이유

 

 

사무실의 제 찻자리

 

 

 

차를 마신지 30년이 넘었고 보이차를 접한지 10년이 되어갑니다

茶歷이 짧은 건 아니지만 차맛은 잘 모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겸손하다고 하겠지만 냉정한 사실입니다

 

특히 보이차는 차마다 다른 맛이라고 할 수 있는 별스런 차지요.

후발효차로 구분되어 오래 저장하는 특성이 있기에 보관하는 장소의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차나무가 있는 장소의 특성과 단순한 제다공정이기에 세심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쓴맛, 단맛, 떫은맛 등 차산마다 다른 성분이 맛의 차이를 만들어내겠지요?

아시다시피 노반장차는 매력적인 쓴맛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빙도차는 단맛을 위주로 조화로운 맛과 향기로 없어서 못 파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차맛을 가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마셔보면 그 느낌은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이름이 포장지에 써져 있지만 그 차산의 찻잎으로만 만들어져 나오는 차는 흔치 않습니다.

약간의 양만 넣고도 순료 고수차라고 우겨도 아니라고 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긴압된 차의 원료인 찻잎도 그렇지만 마시는 사람의 입맛도 느낌을 다르게 합니다.

쓴맛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만 쓰더라도 인상을 찌푸립니다.

단맛에 반응이 빠른 사람은 설탕물을 마시는 것 같다고 허풍(?)을 떱니다.

 

쓴맛이 주류인 차맛에 단맛은 차를 즐기는 범위를 결정하지요.

감칠맛은 폴리페놀이 주가 되는 대엽종 차에서는 대세가 아니라서 더 그렇습니다.

하여튼 보이차의 맛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맛있는 차가 드물 수밖에 없습니다.

 

차가 주는 '차맛'에 대한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그 다음은 물, 다기, 물의 온도, 차의 양, 우리는 시간 등 차맛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주 많지요.

그 중에서 다기는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壺에 우리고 어떤 잔에 마시는가에 따라 맛의 감도는 많이 달라집니다.

표일배에 우려서 머그컵에 마시는 차와 자사호와 자기잔을 쓰는 건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릇의 성분이 주는 차이도 크겠지만 그보다 다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표일배와 머그컵은 일상에서 차를 즐기는 더 없이 좋은 다구라고 할 것입니다.

자사호와 자기잔을 써서 차를 내는 건 격식을 갖추는 자리가 됩니다.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차맛을 좌우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지요.

 

머그컵으로 차를 마시면 아마도 꿀꺽 마실 것입니다.

하지만 찻잔으로 마시면 홀짝 마시게 됩니다.

꿀꺽과 홀짝의 차이, 입 안에 들어가는 차의 양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꿀꺽 마시면 목구멍으로 금방 넘어가겠지요?

홀짝 마시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입안에서 천천히 머물러서 목구멍으로 넘어 갑니다.

차맛의 차이가 현저하게 달라지는 점에 동의 하시는지요?

 

귀한 차일수록 차호와 찻잔이 작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작은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는 건 입안을 찻물로 바르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침이 나와서 찻물과 섞여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차와 침이 섞인 맛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소꿉같이 작은 잔으로 마시는 차는 어떤 차일까요?

귀한 차를 머그잔에 담아 꿀꺽 꿀꺽 마시면 제대로 차맛을 음미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이 마셔서 좋은 건 차가 아니라 음료수 수준이니 차는 되도록 제대로 만든 찻잔으로 마셔야겠습니다.

 

지금 어떤 다구로 차를 마시고 있으신지요?

귀한 차가 있으시다면 가능한 작은 잔에 담아 천천히 음미하면서 드시길 권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