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에피소드 인 커피' 이야기
나비야 나비야
오늘도 어제 아침과 다름없는 가을 바람이 청명한 날입니다.
하지만 에피소드인커피의 정원은 우울한 분위기로 쓸쓸합니다.
아직 생후 7개월 밖에 안 되는 어린 고양이인 나비를 다시 보지 못하는 아침이기 때문이지요.
에피소드인커피 정원에 사는 고양이 삼대, 할배 뚱이, 아비 아웅이, 형제 나비와 이쁜이가 있습니다.
이 녀석들 중의 나비가 어젯밤 불의의 사고로 다시 못 돌아올 곳으로 가고 말았답니다.
몸 크기가 좀 커진 나비가 아비인 아웅이를 따라 동네 마실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밤에도 나섰다가 교통 사고가 나서 쓰러져 있는 것을 학생이 발견하고 카페로 데려 왔습니다.
급하게 차에 실어 야간에도 진료를 보는 동물병원으로 데려 갔습니다.
몸상태를 살피는 중에도 나비야하고 부르는 아내에게 고개를 돌리며 냐옹거리더니...
호흡이 멈춰서 심폐소생기와 산소호흡기까지 썼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흐느껴 울며 살릴 수 없겠냐며 의사 선생님께 매달렸지만 나비의 몸은 이미 차가워져 다시 온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길고양이를 거두어 삼대를 카페 정원에 만든 집에서 식구처럼 지내는 아이들이었기에 애틋한 정이 눈물 되어 흘렀습니다.
화장을 부탁한 뒤 나비의 몸을 씻기고 마지막 모습을 보고나서 병원문을 나서면서 몇 번이고 뒤돌아 보는 모습을 보니 이미 동물과 사람 사이가 아닌 관계가 되었음을 압니다.
나비와 형제인 이쁜이는 어제밤에도 카페 정원을 돌아다니며 나비를 찾습니다.
아침에는 기운이 빠져 제 집 안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우애가 각별한 녀석들이라 보기가 너무 안스럽습니다.
이쁜이를 안고 이제 볼 수 없는 곳에 갔으니 찾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얘기를 했습니다.
언제쯤 이쁜이가 나비를 잊을까요?
다음 세상에는 좋은 몸을 받아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빌어 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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