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Episode in Coffee/[CAFE] Episode in Coffee

에피소드인커피 고양이

무설자 2015. 12. 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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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인커피 고양이

                                                                                                                                                         김 정 관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인 에피소드인커피의 작은 정원에 고양이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이 고양이들은 태생은 길고양이인데 이제는 동네에서 우리 카페의 이름을 붙여 에피소드고양이라고 부른다. 4년 전에 카페를 열자마자 중고양이였던 뚱이가 정원에 어슬렁거려 인정 많은 아내가 거두면서 첫 식구가 되었다. 그 이후로 웅이가 새 식구가 되었고 수컷인 웅이가 길고양이 암컷과 짝을 맺어 낳았던 새끼 고양이 중 이쁜이가 같이 살고 있다.


   웅이가 애비로 낳은 고양이가 두 번에 걸쳐 네 마리인데 그 중 한 마리는 우리 카페의 바리스타 집에 입양이 되었다. 입양된 고양이와 형제였던 한 마리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다른 두 마리는 정원에서 키워졌다가 애미를 따라 거쳐를 옮겼다. 지금 뚱이, 웅이와 살고 있는 고양이는 웅이의 자식이 아닌데 웅이가 거두어서 같이 살고 있다.


  웅이의 짝인 암컷은 가끔 정원에 나타나서 사료를 얻어먹고 가곤 하는데 새끼를 가지면 밖에서 낳아 와서 꼭 카페 정원의 한쪽에서 새끼를 키운다. 암코양이가 카페 정원에서 키운 새끼가 세 배에 걸쳐 나온 여덟 마리인데 그 중에서 네 마리를 카페에다 맡겼다. 세 배 째의 두 마리는 웅이가 중성화시술을 받았던 이후의 아이들이어서 아빠가 웅이가 아닌 다른 수컷 고양이의 새끼인 셈이다.

 

  암컷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카페 정원 한쪽에서 키우다가 또 임신을 하자 새끼들을 제 아빠도 아닌 웅이에게 떠맡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희한하게 웅이는 제 새끼도 아닌 두 마리를 자식처럼 거두어 돌보는 것이었다. 카페의 작은 정원에서 고양이 네 마리가 살기에는 너무 번잡스러워보여서 새끼 두 마리를 분양하려고 주선을 했다. 분양을 받을 사람이 쉬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새끼 한 마리가 건강이 좋지 않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신장이 좋지 않아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 녀석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남은 한 마리인 이쁜이를 먼저 고양이를 분양했던 바리스타의 지인이 입양을 받으려 해서 동물보호협회에 보내 중성화를 시킨 후에 그 집으로 보내게 되었다. 입양된 집에서 빨리 적응을 해서 잘 살기를 바랐는데 일주일 만에 파양이 되고 말았다. 이쁜이가 일주일동안 아파트 발코니 구석에서 나오질 않아 안타까워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입양한 집에 가는 동안 야옹거리며 울던 녀석이 카페로 올 때는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이쁜이는 카페로 들어오자 사람 곁에 오지 않고 정원을 돌아다니며 계속 울었다. 자신을 내보낸 사람들에게 항의하는 듯이 목이 쉬도록 울었다.

 

  이쁜이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며 정원 가장자리를 돌아다니자 웅이가 가까이 다가가서 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웅이도 제 새끼도 아닌 녀석을 두 마리나 돌보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려 얼마나 마음이 쓰였을까? 다음날 아내가 출근해서 카페 정원의 웅이집 안을 들여다보니 웅이 곁에서 안정을 찾아 편히 있더라는 것이다. 이쁜이는 카페 정원의 환경이 세상 어디보다 더 좋았었을까?

우리 동네에서 에피소드 고양이라고 부르는 세 마리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카페에 오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우리 식구이다. 카페에 단골로 오는 분들과는 익숙해져서 장난도 치면서 살아가니 스물네 시간을 카페에서 사는 이 아이들이 주인일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이쁜이 털을 빗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쁜아~ 미안해. 이제 다른 곳으로 안 보낼게. 우리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