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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406
호사豪奢
벚꽃은 진지 오래 버찌가 익어가고 있고 수국이 한창입니다.
피기 시작하면 금방 절정에 이르는 것이 봄꽃이지요
벚꽃은 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던 날이 엊그제인듯 한데
수국이 꽃덩어리를 내어 온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꽃잎을 즈려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게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봄은 늘 그렇지만 선 채로 인사를 나누고는 떠나버리는 아쉬운 손님같습니다
봄꽃은 앞다투어 피고지니 꽃에 눈이 팔려 허둥대다 보면 금방 여름입니다
호사豪奢라는 말은 지나치게 좋아서 도를 넘는다는 표현이지요.
호사가라고 하면 약간 비아냥이 섞여있지만 그런 처지에 가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차를 즐기는 것도 호사 중에 호사가 아닐까요?
사무실에 오는 분께 이차 저차를 내놓으면 부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차 마실 여유를 부러워 하는 건지 여유 그 자체를 부러워 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차가 있어서 그냥 물을 끓일 뿐인데 말이죠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재물로 만드는 호사가 아니지요
전생에 그만한 덕을 쌓아서 이런 복이라도 누린다고 생각하렵니다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더 채우려 하면서 살면 여유는 사치가 되지요
우리 다우들께서는 차를 모르는 분들이 호사가라고 바라보는 것을 느끼시는지요?
그런 눈길을 느끼면 호사이고 못 느끼면 그냥 일상입니다
호사라면 어떻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겠습니까?
차를 마시는 그 자체가 좋은 일이니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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