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운보연 첫 숙차- 호박탕 시음기

무설자 2014. 3. 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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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숙차 이야기

이 정도라야 숙차라고 마시지...

-운보연 첫 숙차, 호박탕 琥珀시음기-

 

 

 

 

세상에서 가장 편한 차를 들라고 하면 저는 숙차를 먼저 꼽겠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편한 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알고 마시면 편한 차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가장 위험한 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차만큼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차는 없습니다

보이차를 쉽게 대한다면 큰코를 다칠 수도 있고 어렵게 대한다면 보이차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 마셔야 편한 차,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일 수도 있고 젤 비싼 차도 보이차인 정체 불명의 차입니다

 

보이차를 얼마나 알고 마십니까?

알고 마시면 이만큼 편할 수 없는 숙차 중의 새 얼굴을 소개합니다

 

 

 

우리 집 거실에 붙여진 저의 좌우명입니다

갈지진성竭智盡誠,

몸과 맘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차를 만나야만 안심하고 마실 수 있습니다

맛을 타박하는 것은 마시는 사람의 입장이지만 그 전제는 안전한 차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잘못 만든 차를 마시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숙차를 대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아봅니다

 

숙차는 다른 차에 비하면 무척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싸기때문에 마시는 차가 아니라 맛있어서 마시는 걸로 숙차를 찾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그 해 만든 숙차도 맛있게 바로 마실 수 있게 나오는 고급 숙차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습니다

 

운보연 호박탕이 햇차 때부터 맛있는 새로운 숙차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제 마셔 봅니다

 

 

우리집의 제 찻자리입니다

차기정 장인의 옻칠목다선만 있으면 차판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유리 숙우에 개완만 있으면 되는데 오늘은 별난 걸름망도 있습니다

 

 

편히 마실 수 있어야 다반사가 되지요

이보다 단촐하면 격이 떨어져 보이고 더 많으면 번거러운 딱 좋은 상태입니다

사실 걸름망은 평소에는 잘 안 쓴답니다 ㅎㅎㅎ

 

이제 운보연의 첫 숙차인 호박탕을 살펴 볼까요?

 

 

 

 

 

 

운보연은 그동안 자체 차창이 없이 고수차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는 운보연 지묵당보이차라는 브랜드로 고수차를 공급한답니다

그 기념으로 새로운 발효기법으로 숙차를 만들어서 선 보인다고 하네요

 

 

금색으로 이름을 새긴 고급스런 포장지를 벗겨내니 이런 속살을 드러냅니다

긴압이 조금 세게 되었는지 병면이 썩 예쁘지는 않네요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는데 병면을 봐서는 호박탕이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ㅋ~~

 

 

 

차를 우리는 다기로는 개완을 사용합니다

평소에도 호보다는 개완을 자주 쓰기에 익숙한 다기로 선택했습니다

만약 차기정 장인의 옻칠목다선에 익숙해진다면 차판은 쓰지 않으실 겁니다

 

 

차는 대충 3-4g 정도 넣었습니다

시음을 한다고 하지만 평소에 마시는 일상의 방식으로 우립니다

대충...ㅎㅎㅎ

 

 

세차를 한 뒤에 열탕을 바로 부으니 금방 우러납니다

발효차의 장점이지만 속도 조절이 중요하지요

저는 차를 좀 많이 넣고 빨리 뽑습니다.

 

 

걸름망이 예쁘니 차맛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괜찮은 기물을 갖추어서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괜찮지요

절차가 번거러우면 그만큼 차맛에 대한 기대도 커지지요 ㅎㅎㅎ

 

 

제가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건 멋있는 숙우입니다

유리숙우가 그만큼 간편한 탓도 있지만 숙차를 주로 마시니 그러기도 할 것입니다

노차를 마시는 분들은 유리숙우를 쓰지 않더군요.

 

 

 

탕색이 어떻습니까?

숙차만의 농밀한 탕이 사진으로 느껴지십니까?

뻑뻑하다고 할 정도로 숙차에서 바랄 수 있는 그대로입니다

 

맛은 어떨까요?

호박탕만의 특별한 맛이 있어야 제가 바라는 특별한 숙차가 되는데...

마셔보니 호박탕만의 분명한 맛이 있습니다

 

한자로 쓰인 호박은 보석이니 그만큼 귀하게 대접받을 숙차로 만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게는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호박이라는 채소, 누구나 편히 대하고 쉽게 구할 수 있지요.

 

이 차를 마셔보니 누런 호박을 다린 그 맛이 다가옵니다

은근하게 단맛이 도는 호박의 맛에 끌립니다

숙차가 가지는 덕을 이 호박맛에서 공감합니다

 

그런데...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세월이 더 필요해서 그럴까요?

목넘김에서 거칠거리는데 그 연유를 엽저에 둬봅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는 게 엽저의 색깔입니다

갈색이 나와야 하는데 검은색이 너무 많은 흑갈색입니다

과발효가 되어 탕색도 검게 나오는 여기서 목넘김이 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호박탕,

2012년 모료로 만든 숙차라고 믿기지 않을 맛에 반합니다

우리나라에 공급될 지 알 수 없고 고수차로 만들었다고 하니 가격도 걱정입니다

 

운보연의 첫 숙차인 호박탕,

성공적인 출시를 축하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