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不遠千里 茶會, 숙차를 논하다
차는 교통의 요충지처럼 만사를 여의형통하게 만드는 묘약이다
서울에, 진주에, 창원에, 부산에 따로 살며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이들이 벗이 되어 한 자리에 앉았다
그냥 차 한 잔하기 위해서라면 그 멀리서 불원천리 달려오는 이유로는 부족할까?
허나 차 한 잔하는 자리라는 이유 이외에 따로 더할 것이 없다
그럼 차 한 잔 하면서 할 이야기가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만나는 자리이다.
지난 번에는 부산에서 만났고 이번에는 진주에서 만났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자리가 펼쳐진다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진주 다우의 찻자리 공간이다
그는 수지침을 강의 하는 교육원 원장이면서 진다랑이라는 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 매니아로서 이 지역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라고 한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다원,
이 공간에 있는 오디오 기기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방면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외제차 한대 값은 되지 않을까?
서울과 창원에 사는 다우들은 형제지간인데 차에 대한 식견은 전문가를 넘어선다
그냥 차가 좋아서 마시고 아는대로 글을 써서 재주를 피우는 나와는 격이 다른 사람들이다
이렇게 넷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목소리만 큰 게 나고 마냥 들어야 할 사람 또한 나다
그래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다우들이다
그래서 허물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맺힌 마음을 풀어내니 이 자리에 한달음으로 달려오게 되나보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차로 만난 사이다보니 공통 분모는 역시 차가 된다
오늘은 셋이 소장하고 있는 7572를 가져와서 마셔보기로 했다.
나는 중차패 포장의 03 7572를, 서울 다우는 02 가품 7572를, 진주 다우는 대익 포장지의 7572를 준비했다.
마셔보니 결론은 한가지다
기공을 하는 서울 다우는 차가 주는 몸영향에 민감한데 10년 전후의 숙차에서 좋은 차를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니 숙차는 신차를 잘 보관해서 마시는 게 제일이라는...
서울 다우는 몸반응이 아주 예민한데 습창 숙차가 몸에 미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몸반응을 통해 숙차에 대한 특별한 경각심을 느끼게 하였다.
습창 보관으로 나쁜 곰팡이의 영향을 받았거나
악퇴발효가 잘못되어 발효가 아닌 부패 상태로 출시된 숙차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알게 한다
이번 찻자리에서 마셔본 진기 10년의 중차패 숙차는 한 잔을 채 넘기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는 아예 이런 차는 마시면 큰일 난다는 반응이었다.
숙차는 아주 이로운 차이기도 하지만 해로운 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숙차는 악퇴발효를 통해 차를 만드는 특별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공정에서 발효가 아닌 부패가 일어날 수 있다
이로운 곰팡이가 아닌 해로운 곰팡이로 차가 만들어지면 그건 차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숙차는 되도록 유명 차창의 차를 선택해야 하며 중차패 포장지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다음은 후발효차라는 특징으로 보관 과정에서 나쁜 곰팡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광조우나 홍콩, 대만에서 보이차가 보관되는데 이 곳들은 습기가 대단히 많은 지역이다
이 곳의 창고에 몇년씩 차가 보관된다면 습한 기후로 말미암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생차든 숙차든 엽저가 검은색이 많고 색이 온전하더라도 딱딱하게 목질화된 차는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마셔서 머금었을 때 코로 역한 냄새가 올라 오던지 목넘김시에 목이 조이거나 쏘는 느낌을 주면 그건 마셔서는 안 되는 차로 본다
이런 차는 바로 부패되었거나 나쁜 곰팡이의 영향을 받은 차로 판단하면 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여러종류의 숙차를 마셨는데 서울 다우의 구감으로는 썩 만족스런 차가 없었다고 한다
좋은 숙차를 마실 수 있는 결론은 유명 차창의 숙차 중 신차를 구입해서 집에 보관하여 마시는 것이다
경제적이고 안전하고 맛있는 숙차는 자신이 5년쯤 보관한 차가 아닐까 한다
숙차는 싸게 마실 수 있는 차라고 하지만 내가 보관해서 마실 때 가능한 표현이 될 것이다
돈을 주면 못구할 게 있느냐고 한다면 그 답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후발효차는 그 누구도 보관환경과 연수를 장담할 수 없으니 노차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다우들과 나누었던 차 이야기,
진주다우는 발효를 공부한 학자이며 창원다우는 茶學을, 서울다우는 기공을 닦는 도인이니
이 자리는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깊고 넓어서 그냥 같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절로 되었다
자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진주 다우 선곡 음악을 듣습니다
'봄의 제전'
빵빵한 스피커에 명반을 들으니 현장감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봄냄새가 아니라 으시시해서 봄의 제전이 왜 이러냐고 여쭈어보니 러시아의 봄은 이렇답니다
요즘 봄날씨 같은 모양입니다
음악을 두곡 듣고 저녁 먹으러 고고씽~~~
메뉴는 진주 비빔밥인데 점심 메뉴인 청국장 정식보다는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좋았습니다
밤늦도록 차 마시고 이바구 해야 하는데 꼭 돌아서야 하는 처지라 맘을 다잡고 부산행을 해야 했습니다
다우님들 반갑고 즐거웠고 서운했습니다
반갑고 즐거운 건 다우님 땜에,
서운한 건 제 땜인데 다음 다회 때 밤 새워 보입시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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