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제가 보이차랍니다
다유농에서
제가 아는 보이차가 말을 한다면 이렇게 얘기할거라고 같네요.
말할 길은 없는데 저들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답답해 할 것이기에 그들의 입을 대신하는 얘기로 표현해 볼까요?
무설자님, 많은 분들이 저희를 두고 이렇게 저렇게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시던데 무설자님은 저희 보이차를 얼마나 아십니까?
어떤 이는 성분 분석으로 저희를 단정하듯 얘기하고 만드는 방법으로 고급이니 저금이니 말하기도 하더군요.
우리들의 출생지를 엄청 따지지는 분도 많더라구요.
묵은 햇수를 따져 가치를 논하면서 나이를 속였느니 제가 있었던 장소를 밝히고는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의 출신이니 그 경력 때문에 제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합디다.
제가 입은 옷도 문제를 많이 삼더라구요. 제 몸과 옷은 사실 별개라고 봐야하는데 의외로 그 옷에 속는 이도 많지요. 제 옷에 써 있는 야생이니 고차수니 하는 내용은 아무렇게나 인쇄되어 나올 수 있는 것이니 옷 안의 내용과는 차이가 많겠지요.
다행히 요즘 나오는 우리들은 생산연도를 밝혀 놓았으니 그대로 보관하면 제 나이를 의심할 것도 없겠지만 이미 나이를 먹은 우리를 소장하기 위해서는 제 옷에 새겨진 여러 가지 내용을 믿고 판단하면 곤란하겠죠.
그럼 우리 몸을 한번 얘길 해 볼까요?
제 출생지를 굳이 따진다면 제가 난 그 곳의 특성을 우선 아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향의 흙의 성분이나 기후등으로 인해 많은 차이가 생긴답니다. 어떤 차는 쓴 맛이 강하고 어떤 것은 단맛이 많으며 향기가 특별하여 특별히 찾기도 하지요. 그래서 고향을 따져 차의 기본적인 바탕을 이해한다면 개성이 있는 차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저의 엄마에 해당하는 차창의 제조 기술- 살청의 정도와 홍청이냐 쇄청이냐에 따라 후발효의 가능성이 큰 차이를 나타낸답니다. 또 제 모습을 갖추기 전의 병배에 따라서도 제 몸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지지요.
저의 모양에 따라 차의 격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병차, 전차, 방차, 타차 등으로 불리는 모양도 차를 선택하기 전에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하지요. 대체로 병차가 가장 우대를 받아 왔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서 특별히 모양만으로 맛을 결정하는데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제 나이와 제가 있었던 장소도 저의 가치를 따지는데 큰 기준이 되는 건 사실이랍니다. 출생 성분보다 저의 이력에 해당하는 보관 장소와 나이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생성분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력이 더 중요하다고도 하고 원래의 태생성분이 모자라면 그 이후는 소용없다고도 합디다. 두 가지가 다 좋으면 최고일 것이며 태생은 어찌할 수 없다면 보관되는 곳의 환경은 아주 중요하기에 지금 우리를 두는 장소나 보관여건에는 특별히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하긴 저를 만들 때 불을 많이 쓰면 후발효 여지가 떨어져서그 이후에 제 몸 속의 성분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태생의 중요성을 우선하는 그 말이 맞겠습니다만 제대로 만들었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곳에서 나이를 먹었을 때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에 대한 제대로 된 저의 평가는 저를 마시는 분의 기호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잘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의해서도 좌우될 것이니 한 마디로 차맛이 어떻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도 차맛은 한마디로 이래야 한다는 딱 떨어지는 결론을 얻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들여다보니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답니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저희들의 맛부터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마시면서 천천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아, 이 맛이야!’라고 느끼는 차가 있다면 여러 분들과 모여서 한 번 그 맛에 대한 느낌을 같이 나누어 본다면 아마 한가지 차를 두고 사람마다 다른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좋다는 느낌이 비슷한 결론으로 얘기되는 차가 있다면 좋은 차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차에 대한 정보를 차를 파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바가 가장 크지요. 그래서 정직한 상인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우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길로서는 가장 가깝다고 보아집니다. 차를 파는 사람이 좋다고 권하는 말과 산 사람이 마셔보니 좋다고 얘기되는 것이 일치한다면 그 차는 널리 나눌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적당한 가격이라면 지금 마실 수 있는 차가 될 것이니 그 차를 찾는 것이 다인의 가장 바라는 바가 될 것입니다.
기가 막힌 향과 맛을 가지면서도 가격은 부담 없는 우리를 찾으시지요? 그렇지만 사실 대부분의 우라들은 기가 막힐 만큼 좋은 향과 맛을 가진 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만 알려 드리지요. 누군가 그런 맛을 필설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말을 너무 귀담아 듣지 않으시길 살짝 귀뜸해 드립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맛과 향, 미미한 맛 안에서 감지되는 묘한 향은 혀끝이나 코의 단순한 감각으로는 가치를 논할 정도로 느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마시고 무심하게 오래 마시다가 불현듯 느껴지는 의외의 맛과 향이 아마 우리를 마시는 분들이 얻게 되는 감동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 복잡한 사연을 담고 있는 우리들의 평판에 너무 민감하기보다는 일년 동안 제대로 평가받는 차 몇 편만 구하여 잘 드셔보십시오. 그렇게 몇 편을 드시고 나면 우리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얘기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한마디만 더 붙인다면 우리에 대한 글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서는 혼란스러워지기 십상입니다. 그것보다는 우리와 함께하면서 느끼는 생각을 다회나 멘토를 두고 자주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차를 마시면서 드는 의문이나 우리에 대한 느낌에 대해 다른 분들의 자문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만 우리들의 얘기를 줄입니다. 우리를 아끼는 마음이 남다른 님이라 감히 몇 말씀 올렸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보이차를 대변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까지가 제가 보이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 소장하고 있는 몇 편 안 되는 차를 점검하고 그 중에서 젤 좋은 놈으로 한 잔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올립니다. -2007, 11, 18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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