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94 중차 숙전 시음기 - 세월에 닳아버린 숙차의 향미

무설자 2012. 6. 2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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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94 중차 숙전

-세월에 닳아버린 숙차의 향미-

 

 

 

모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전제로 한 공개시음기를 받기위해 받은 차입니다

이런 차를 받게 되면 부담이 많이 생깁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수련이 피어나는 열정의 계절입니다

차를 마시기에는 적당치 못한 계절이라고 하지만 밥처럼 차를 마시니 계절이 따로 없습니다

여름에는 숙차보다는 녹차나 생차가 제맛을 내지요

 

 

요즘은 차판보다는 옻칠 목다선茶船을 자주 쓰게 됩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편하게 자주 차를 마시게 해줍니다

일상에서는 아무래도 편리한 것이 좋습니다

 

 

시음할 '94 중차 숙전의 병면입니다

요즘 나오는 숙차는 전차라고 해도 병차와 품질이 그렇게 차이가 없는데 이 시대에는 좀 부실해 보입니다

그 시절에는 전차는 병차보다 모차를 한등급 낮게 썼다고 하더군요

 

 

작은 개완에 3g정도 넣었습니다

차맛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는 자기 개완이 적당하지요

하얀 색이라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줄 것입니다

 

 

1994년생이라면 18년이나 된 차니 가히 노차라고 부를만 합니다

노차...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인데 과연 제대로 나이를 먹었을까요?

 

 

탕색은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숙차에서 바라는 색에 가까운 좋은 느낌을 줍니다

이 탕색만큼 향미도 좋기를 바랍니다

 

 

후발효차인 보이차는 만드는 만큼 보관도 아주 중요합니다

생차류는 적당한 습기를 필요로 하지만 숙차는 생차보다 건조한 환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보관되지 않은 차는 후발효차로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 차는 그런 의미에서 보관장소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잘 보낸다는 건 참 어려워서 이 차도 그런 여건을 잘 가지질 못했나봅니다

맛도 가벼워지고 목넘김에서 편치 않습니다

 

숙차가 가져야 할 풍미를 많이 잃어 버렸습니다

제 입맛에는 마시는 즐거움도 썩 좋질 못하네요

맛도 가볍고 향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저는 숙차에서 바라는 향미가 있습니다

입안에 그득하게 담기는 두터운 맛과 첨미甛味와 고미苦味가 적절하게 담겨 나와야 합니다

숙차의 풍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나이를 먹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지요 

 

 

엽저의 색깔은 근근히 유지를 하고 있지만 이미 목질화되어서 풍미를 갖출 여지를 잃어 버렸습니다

맑은 탕색을 유지하지만 내용에서는 숙차의 덕목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세월이 차품을 다 뺏어 버린 것 같군요

 

 

기대를 가지고 좋은 차이길 바랬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내가 바라는 향미를 가진 노차를 만난다는 건 너무 어렵다는 결론을 또 한번 내려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