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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한재 미나리-그냥 떠나서 밥을 먹을 때도 있어야

무설자 2012. 4. 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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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나서 밥을 먹을 때도 있어야

-청도 한재 미나리-

 

 

미나리를 먹기 위해서 부산에서 청도까지 다녀온다면 분명 나는 미식가일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나리가 얼마나 맛있으면...? 아무리 맛 있어도 평일에 저녁을 먹기 위해 청도까지..."

미식가에다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유까지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날은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저녁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바쁘다 바빠...힘들다 힘들어...죽겠다 죽겠어...

내입에도 늘 달려 있는 말인데 그렇게 외치고 산다해서 나아질 것도 아닌데 입에 붙이고 사니 참 부끄러운 삶이다

아파야 쉬고 일 때문에만 길을 나서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한 이는 우리 모임의 선배님 때문이었다.

 

"바빠도 힘들어도... 시간 좀 내라"

왕 형님의 명이라면 잘 따르는 아우들은 열외 한명을 빼고 일곱명이 '미나리'를 먹기 위해 집합 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시간, 아마 왕 형님의 명이 아니었으면 핑계를 대고 빠졌을지도 모른다.

 

두 대의 차량에 나누어 탄 일곱 명의 시내들은 평일 저녁을 먹기 위해 먼 길을 나섰다.

작년에도 이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참석하지 못했기에 한재 미나리가 어떻기에 이런 길을 잡아 가는 것인지 궁금했다

온천장에서 만덕 터널을 지나 부산대구 고속도로로 해서 밀양을 통해 청도 한재로 들어섰다.

 

 

사진이 전체 풍경을 잡지 못했는데 한재마을이 있는 온 동네에 지을 수 있는 만큼 비닐 하우스를 만든 것 같았다.

설을 지나고 나면 이 비닐 하루스 안에 미나리를 심어서 3월~4월까지 수확을 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 3개월 농사로 일년 수입을 다 해결하는 셈이니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간판이 우리가 밥을 먹었던 그 가게 이름이 아닌데 이런 식당이 길을 따라서 많이 있었다.

주 메뉴가 미나리로 만든 음식이니 철이 지나면 가게 운영도 성수기가 비나 비수기로 가게 될 것이다

한철을 벌어서 일년을 살 수 있는 이런 일이 새삼 부러운 건 일년 내내 일을 해도 한철을 살기 어려운 우리 일...ㅎㅎㅎ

 

 

안 그래도 비도 오는 데 어둠이 슬금슬금 내려 앉는다.

식당에 도착하니 영업을 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뒤로 돌아가니 사람이 보였다.

마침 갔던 날이 금요일, 다음날인 토요일이 영업을 위해 예약이 아니면 문을 닫는데 마침 예약손님이 있어서 열었단다.

 

여기까지 와서 이 집 밥도 못 먹고 갈뻔 했지.

이제 우리나라 음식점 문화도 예약이 꼭 되어야 하는 집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유명한 집이라고 먼 거리를 찾아 갈 때는 예약 필수~~~^^ 

 

 

이 집의 밑반찬이 아주 청도스럽게 보였다.

건강식으로 딱인 시골밥상, 입맛이 다셔졌다 ㅎㅎㅎ

미나리도 미나리지만 산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이 식단 때문에 멀~~리서 찾아 오게 되나보다 ^^

 

 

 

무청과 무말랭이를 무쳤는데 너무 맛있었다.

무청 말린 나물의 씹히는 맛, 무말랭이의 아삭거리는 맛이 밥 없이 먹어도 맛있다.

장사가 잘 되어도 초심으로 항상 맛있는 이 반찬은 꼭 유지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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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오늘의 메인 메뉴인 청도 한재 미나리 등장이오~~~

쑥~~잘 빠진 12등신 몸매에 적당히 물이 오른 토실한 살점에 때깔도 너무 좋았다.

향은 또 이떻고...참 아름다운 자태의 미나리~~~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곡차,

이 동네의 토주...뭐라더라?

아뭏든 시골밥상에 막걸리가 어우러지니 뭐 더 이상 필요한 건 없을 것 같다.

 

 

 

 

아삭하게 씹히는 한재 미나리의 진미는 앞 사람, 옆 사람 신경 쓸 수 없이 정신없이 먹게 만들었다

한단이 순식간에 없어지고...또 없어지고...

작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사다주신 걸로 맛은 보았는데 이처럼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역시 현장감이 중요하다

 

 

 

 

미나리와 동무로 먹는 건 돼지수육이다.

미나리가 맛있으니 아무 고기도 맛이 있었을 테지만 이 집 수육 또한 별미라 미나와 수육의 궁합이 훌륭했다.

미나리로 수육을 사서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2탄은 미나리 부침과 3탄은 미나리 비빔밥이다.

여태껏 먹어보지 못했던 별미라 배는 부른데 입은 자꾸 더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아서 계속 먹었다.

맛 있었다. 참 맛 있었다.

 

이 맛있는 한재 미나리를 가족들과 주변에 나눠주려 사 가려고 했는데 한정된 물량이라 팔 물량이 없다고 했다.

겨우 사정을 하듯이 해서 한 단을 사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식구들이 맛있어 할 정경이 떠 올라 입에는 미소가 가득해졌다.

 

떠나라.

가끔씩 일을 좀 미루어 두더라도 떠나야 한다.

이번 길은 내가 내린 결정으로 나선 길은 아니었지만 저녁밥 한그릇이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주다니...

 

좋은 벗을 둔다는 것은 삶의 전부나 다름이 없다고 한 성현의 말씀이 떠 오른다.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우들을 위해서 시간의 틈을 비워 한숨을 돌리게 해준 선배님의 마음이 다가오는 밤이었다.

언젠가는 서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길을 나설 때가 올 것이라 마음에 담아본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