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204
숙차로 갚는 은혜
작년 연말에 사선死線을 넘나 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 간단한 시술을 하고 오후에 출근을 했었습니다
그 시술이 잘못되어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대장내출혈로 하혈을 하면서 쓰러졌습니다
마침 그 건물 건너편에 119 안전센터가 있어서 바로 119구급차에 실렸습니다
또 200미터 정도 떨어져서 부산대학교 병원이 있었기에 초스피드로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라 1분이 급한 상황에서 다행히 응급처치를 마치고 회생할 수 있었지요
구급대원들의 상황 설명을 들은 응급실 담당의사의 말로는 약 4리터 정도를 흘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그런 상태에서 저를 살린 분들이 많지만 119 대원들의 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사를 한 며칠 뒤에 일어난 일이라 만약 이 건물로 이사로 오지 않았었다면 제가 살 수 있었을까요?
요즘은 이웃이 된 119 안전센터에 자주 놀러갑니다
밤 시간에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접 받았던 믹스커피는 대원들이 밤샘 근무중 마시는 음료였습니다
저의 차 전도 본능이 바로 작동을 해서 사무실에 준비되어 있는 숙차와 표일배를 전했습니다
끓는 물은 생수기에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표일배 사용 시범을 보였지요
대원들에게 한 잔 씩 돌리며 이제는 밤에는 보이차를 드시라고 하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차가 떨어지거나 표일배가 깨지면 어려워 하지 말고 바로 이야기하라고 했답니다
제 목숨을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보답이었습니다
매일 밤을 지키며 저의 경우처럼 위급한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제 이웃으로 지냅니다.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것으로 작으나마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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