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120222
혹시나 보이차, 역시 보이차
보이차를 가까이 하는 두 부류의 사람을 나누어 봅니다
한쪽은 마시는 사람이요, 또 한쪽은 모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마시며 모으고 모으면서 마신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마시는 것이 우선이면서 모으는 사람은 별 탈이 없겠습니다.
허나 모으는 것이 우선인 사람은 보이차를 가까이 하면서 마음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마시는 것인데 유독 보이차는 축재蓄財의 성향이 강해서 그렇게 되나 봅니다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 마음을 쓴다해서 큰 탈이 날 일은 크게 있겠습니까만
축재의 수단으로 보이차를 본다면 즐거움보다는 실망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보이차를 오래 마시다보니 모은 차가 좀 있지만 재산 가치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장차한 생차는 대부분 고수차인데 2008년과 2009년에 주로 구입을 했었지요
최근에는 고수차 값이 너무 비싸져서 통으로 구입하는 건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그 땐 살만 했었답니다
고수차는 맛이 순하고 향이 좋아서 햇차를 마셔도 좋은 차랍니다
이 차는 운보연에서 본격적으로 차를 시판하기 전에 만든 시제품입니다
운보연과 인연을 맺으면서 소장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만큼 양이 남아있습니다
2007년 10월에 만들었으니 5년 째 접어드는 세월을 담은 차입니다
느슨하게 긴압을 한 병면에는 세월의 색이 골고루 잘 스며 들었습니다
은호는 금호로 바뀌어가고 있고 녹색은 갈색으로 연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병면의 색이 변하는만큼 차맛도 변했겠지요?
생차의 탕색은 햇차일 때는 연녹색인데 익어갈수록 황금색으로 변해가야 하지요
5년의 세월을 담은 이 차도 바라는대로 황금색으로 바꿔어져 갑니다
색이 원하는 대로 변했으니 맛도 그렇겠지요?
기분 좋은 쓴맛과 살짝 받쳐주는 떫은맛이 조화롭게 바탕을 삼았습니다
고수차 특유의 맑은 향은 아직 빛을 잃지 않았으며 농밀한 액체의 밀도는 마시는 기분을 좋게 합니다
아마도 이 차는 많은 사람이 함께 마실 차는 아닌듯 합니다
이 맛을 함께 음미할만한 다우와 두셋이 마주 앉아 쓴맛도 떫은맛도 단맛까지도
차맛임을 이야기 하며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즐거움을 차 한 잔에 담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보이차를 '혹시나' 돈이 된다고 여겼다면...'역시' 차는 마시는 것이라고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보이차는 세월을 담는 차이므로 여러 사람과 평생을 두고 함께 나누고 마실 양으로 모으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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