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벚꽃이 만발한 봄날, 다우들이 찾아오니

무설자 2011. 4.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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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17

벚꽃이 만발한 봄날, 다우가 찾아오니

 

 

 

요즘은 일없이 누군가를 찾아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특별한 날이거나 필요한 용무가 있어야 방문하게 되지요

일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참 드물고 귀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벚꽃이 온 거리, 먼 산에 활짝 핀 봄날의 토요일입니다

매월 다회를 가지는 다연회의 다우 몇이 사무실을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공식적인 다회에서는 정을 만들기가 쉽지 않지요

 

삼삼오오 작은 찻자리를 가지는 것은 특별한 차를 나눌 수도 있지만 각별한 정을 만드는 자리입니다

찻자리에서 다섯 명이상 같이 앉으면 차를 마시기보다는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보아야겠지요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과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시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자리,

차가 있기에 좀 더 순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되겠지요

 

 

세 시간 정도 점심도 같이 하고 차를 마시고 다우들이 돌아갔습니다

세 분 중에서 두 분은 초보 다우들이고 한 분은 차에 대해 깊이를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아직 차를 마시는데 익숙치 않은 두 분께는 차에 대한 조언을 드리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차를 잘 아는 다우는 맛보기 어려운 귀한 차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다회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茶緣으로 이런 차를 만나게 됩니다

30년이 넘은 긴차인데 초기 숙차의 원형을 만났습니다

 

 

어떤 향보다 깊고 진한 사람의 향기

차를 매개로 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자리는 특별한 향기가 있습니다

일 없이 만나기에 이 자리의 대화는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다시 만날 기약을 할 필요가 없지만 또 만날 수 있는 기약 또한 함께 합니다

만나서 좋으면 그뿐이니 차 한 잔의 의미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그렇게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집니다 

 

 

다우가 저를 위해서 준비해 온 이 차는 그를 기억하게 하는 특별한 차가 될 것입니다

이 차를 마실 때마다 그를 떠 올리며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벚꽃이 만발한 토요일 오후에 벗이 찾아오니....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