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무설자가 찾은 찻집

우리동네 찻집같은 라온 보이차 ...

무설자 2010. 9. 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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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가 찾은 찻집 4

라 온 보이차

우리 동네에 이런 찻집이 있었으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음카페의 라온은 참 심심한 분위기이다

글도 자주 올라오지 않고 올라온 글에는 댓글도 별로 붙지 않는다

차를 판매하는 카페지만 적극적으로 차를 팔려고 하지도 않아 보인다

 

가끔 주인장이 차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꼭 구매 하고 싶도록하는 당기는 글맛도 사실 없다

보이차만 다루는 곳이지만 생차는 10년 혹은 20년이 되었다고 하지만 탕색은 짙어 보이지 않는다

숙차를 마시기를 권하는 좀 유별난 카페이다 

 

 

라온의 주인장인 라온님이 부산에 올 일이 있어 다녀간 답방의 마음으로 대구를 찾았다

하지만 라온을 목표로 간 것이 아니라 동경당님의 빈소를 찾은 걸음을 이어 가게된 것이다

대구시 북구 동천동, 대구광역시 편입 이전에는 칠곡군이었으니 부산에서는 참 멀다

 

대구 시내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큰 길가가 아니라 빌라 촌에 한적한 골목에 면해 찻집이 있다.

누가 올까?

지나던 사람들이 들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라온님은 무슨 베짱으로 찻집을 운영하는지...?

 

 

라온님이 출타하면 가게는 비워지는 것이라 벌써 두 분이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카페에서 목인, 금강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들인데 거의 매일 오는 분들이라고 한다

설마 무설자가 온다고해서 특별히 이렇게 기다리는 건 아니실테고...ㅎㅎㅎ

 

 

 

 

 

그냥 동네 찻집으로 편안한 분위기이다

들어온 사람이 주눅이 든다든지 차를 모르는 사람이라 해서 기가 죽지는 않겠다

손수 분위기를 만들었다니 더할 것도 없이 그냥 내집 같은 느낌에 금방 편안해진다

 

 

주인이 문을 따기를 기다리던 목인님이 오디오를 켠다

내 집처럼 드다든다는 그 말처럼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한다

찻집이라고 해서 국악이 곡목일 필요는 없이 오디오에 걸맞을 취향대로 어떤 곡이라도 좋을 것이다 

 

 

여섯시가 가까워지니 몇 분이 더 오시고 퇴근시간이 넘으니 여덟 사람이 모였다

시간이 바쁜 분은 차를 마시다가 가고 일곱 사람이 자리를 채웠다

퇴근 길에 들르는 대폿집 같이 늘 만나기에 아주 정겨운 분위기로 마주 앉았다

 

 

무설자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피울님,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한 마디씩 던지는 말 속에 차를 마시는 사람이구나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아주 익숙한 듯 팽주가 되어 차를 우린다

목인님은 매일이다시피 오지만 무설자가 온다니 좋은 차가 기대되어 왔다고 말을 꺼낸다

늘 마시던 차이겠지만 좋은 차를 특별히 낸다는 그 말이 마음에 담긴다

 

 

음악이 만들어주는 차를 마실만한 사람이 모인 분위기, 그대로이다

차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그래서 좋은 하루를 보낸 피로를 풀어낼 수 있는 그 자리가 여기다

라온에 모이는 사람은 어떤 차를 마실까?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보이차 전문 찻집에 커피라...

자주 모이는 멤버 중의 한분이 택배로 보낸 원두를 금방 로스팅한 온기가 남아있는...

 

보이차와 어울릴 수 있는 맛

정이다

마시면서 따스함이 그냥 몸이 풀어진다 

 

 

화이트님

누굴까?

이쁜 그가 궁금하지만...ㅎㅎㅎ^^

 

이제 무설자 방문 기념을 피울님이 본격적으로 차를 우린다

라온이 고집하는 라온만의 성격이 담긴 보이차를...

라온에는 차가 없다

 

라온에는 급하게 익은 차를 사절이다

차가 익고 싶어야 익어지는 그런 생차만이 라온 보이차가 된다

보통 10년이라면 라온차는 5년, 20년이라면 10년의 탕색이라니...

 

라온의 고집이다

더뎌 익어야 꽉 찬 맛의 보이차를 마실 수 있단다

탕색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구감으로 목넘김 후의 회운으로 차를 평가한단다

 

기다린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숙차를 마셔라고 한다

라온의 숙차도 라온만의 고집이 담겨 있다.

 

창미가 묻어나는 노차, 익는 세월을 당겨주는 습한 곳에 보관된 보이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잘 만든 숙차를 편하게 마시라고 한다

대구의 보이차 분위기는 생노차지만 라온은 숙차 마시기를 알린다 

 

 

이 탕색으로 10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라온에 와서 다른 곳의 10년이 지난 보이차와 비교해서 마셔보면 인정하게 된다

탕색을 보며 눈으로 마시는 보이차와 차 그대로가 주는 세월의 맛을 비교해 보면된다

 

 

라온의 고집,

차를 팔기보다는 차 마시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팔기 쉬운 차라면 라온이 아니라도 되지만 정말 마시고 싶은 차라면 이 곳에서 마셔봐야 한다

 

마시고 싶은 차

내가 마시는 차가 필요하다면 라온에서 한번 마셔봐야 할 것이다

그와 차를 마시면서 보이차에 대한 나의 인식에 무엇인가를 더하게 된다

 

 

대구에서 부산

자정을 전후해서 들어가려면 이제 나서야 하기에 그 따뜻함을 안고 나섰다

라온에 다시 오고 싶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