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세이 고찰순례

산사의 큰 나무

무설자 2010. 7. 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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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산사순례기 1008

산사의 큰 나무 아래에

 부여 무량사 큰 마당 큰 나무

 

 

 

 

 

밥만 먹으며 산다면 그게 어디 사는건가요?

밥을 먹기 위해서 사는 게 다가 아니라면 살아가는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사느냐는 질문에는 수많은 답변들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은 사람이 사는 이유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숨이 붙어있어서 사는 삶의 끝자리가 아니라면 분명히 그 나름의 이유는 있어야할 것입니다

'왜 사는가?'하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을 매달리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 답을 치열하게 찾는 분들을 수행자라고 부릅니다

그분들은 한 여름 복더위에도 의복을 갖춰 입고 앉아 '이 뭣고?'하며 답을 찾습니다

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문제는 들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살아가는 걸 여행에 비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생은 나그네길~~~'하는 노래 가사처럼 어쩌면 삶이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는 것일지 모릅니다

목적지가 있는 길을 가는 이도 있고 걷기만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길은 길을 잃을 염려가 없지요

그냥 길을 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목적지를 알고 그에 닿는 길을 아는 여행길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일까요?

마음이 바빠지는 걸음걸이는 목적지를 알고 걷는 길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은 편안하고 걸음이 바빠야하는데 축 쳐진 제 걸음걸이를 보니 아직 길을 모르나 봅니다

 

 

숲이 좋은 산사를 찾아갑니다

일주문에 들어서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우선 귀를 비우니 낯선 소리들이 들립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채 비우지 못한 마음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수근대는 소리

물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면서 풍경소리가 들려오니 절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자연의 소리와 섞여서 어울릴 수 있는 소리입니다

 

 

천왕문을 지날 때는 마음 한쪽에 남아있는 잔생각도 버립니다

사천왕의 부릅 뜬 눈과 어디 한번 보자는 표정에서 툭 떨어집니다

그리고 씨익 웃음 한번 머금고 들어갑니다

 

 

절을 찾는 건 아직 찾지 못한 목적지를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해서 입니다

1000년 세월을 버텨온 탑과 당우들이 있습니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야 합니다

 

 

저큰 나무도  베어졌다가 자랐을 것이며 오래 되어 보이는 집도 불 타고 헐어졌다가 다시 세워졌겠지요

가장 오래된 저 석탑은 타지도 쉬 망가지지도 않은 것이기에 이렇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일까요?

꼭 이렇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그 무엇이 있었겠지요

 

 

 

제 모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 무엇이 궁금해집니다

부서져서 딩굴고 있는 석편들은 왜 그렇게 자연의 돌도 아닌 그냥 파편으로 계단의 부재가 되어 버렸을까요?

그나마 계단으로라도 쓸모를 찾아서 다행이지 그마저도 쓸데가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돌덩이는 제 자리가 없습니다

 

 

더운 날에는 집도 탑도 아닌 이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더 좋습니다

큰 나무가 만들어주는 넓은 그늘 자리에서 얻는 그득한 휴식

오래 머물 수 있지는 못하지만 이 넉넉한 여유를 만나니 산에 들어 얻은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