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세이 고찰순례

우리 부처님, 내 마음대로 나투신 곳이라...-화순 영구산 운주사 순례기

무설자 2010. 4. 12. 15:02
728x90

무설자의 산사 순례기 1044

화순 영구산 운주사

우리 부처님, 내 마음대로 나투신 곳이라

 

 

운주사,

전설 같은 이야기로 하룻밤 새 천불 천탑을 조성한 곳이라고 하지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에서는 발견 할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불사를 한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는

 ‘운주사 재천불산 사지좌우산척 석불석탑 각일천 우유석실 이석불 상배이좌

(雲住寺 在天佛山 寺之左右山脊 石佛石塔 各一千 又有石室 二石佛 相背以坐)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기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는 내용을 봅니다

그 때는 기록으로 보아 정말 석불 석탑이 일천기씩이 실존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대단했을 것 같은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또한 조선조 인조 10년(1632)에 발간된 능주읍지에는

 ‘운주사 재현남이십오리천불산좌우산협석불석탑 일천우유 석실이석불상배이좌(雲住寺 在縣南二十五里千佛山左右山峽石佛石塔 一千又有 石室二石佛相背而座)’

운주사는 현의 남쪽 이십오리에 있으며 천불산 좌우 산 협곡에 석불 석탑이 일천씩 있고 석실에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을 보아도 일천씩의 석불 석탑이 있었던 게 분명하고

그 말미에 금폐(今廢) 라는 추기가 있어 정유재란으로 인해 소실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후 조사한 기록을 보면 석탑이 22기, 석불이 213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석탑 17기, 석불 80여기만 남아있어 역사 속에서 끝없이 유실되어온 뼈아픈 세월을 살아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네 차례의 발굴조사와 두 차례의 학술조사를 하였으나

창건시대와 창건세력, 조성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확증을 밝혀내지 못하여 운주사 천불천탑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유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운주사 불상들은 천불산 각 골짜기 바위너설 야지에 비로자나부처님(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하여 여러 기가 집단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이지요

 홀쭉한 얼굴형에 선만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눈과 입, 기다란 코, 단순한 법의 자락이 인상적입니다.

 

민간에서는 할아버지부처, 할머니부처, 남편부처, 아내부처, 아들부처, 딸부처, 아기부처라고 불러오기도 했는데,

마치 우리 이웃들의 얼굴을 표현한 듯 소박하고 친근합니다.

이러한 불상배치와 불상제작 기법은 다른 곳에서는 그 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운주사 불상만이 갖는 특별한 가치로 평가 받습니다

 

또한 운주사 석탑들은 모두 다른 모양으로 각각 다양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연꽃무늬가 밑에 새겨진 넙적하고 둥근 옥개석(지붕돌)의 석탑과 동그란 발우형 석탑, 부여정림사지 5층 석탑을 닮은 백제계 석탑,

감포 감은사지 석탑을 닮은 신라계 석탑, 분황사지 전탑(벽돌탑) 양식을 닮은 모전계열 신라식 석탑이

탑신석의 특이한 마름모꼴 교차문양과 함께 두루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운주사 탑들의 재료로 쓰인 돌은 석질이 잘 바스라져서

오히려 화강암질의 강한 대리석보다 더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불모(석공)가 아니면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 석질로 빚어 만든 탑이 이렇게 수많은 세월의 풍상을 버티어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이곳의 조형자들의 기술이 가히 최고 수준이었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듯싶습니다.

 

운주사 서쪽 산 능선에는 거대한 두 분의 와불(미완성석불)이 누워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사람들은 “이 천번 째 와불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아마도 운주사 천불천탑은 우주법계에 계시는 부처님이 강림하시어 하화중생의 대 설법을 통한 불국정토의 이상세계가 열리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으로 조성한 대불사가 아닐까합니다.

[문화재청 자료]

 

 

운주사가 있는 산은 천불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주문은 영구산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구름이 머무는 절이라...

구름처럼 대중이 운집하고 불법도 구름이 일듯 성하게 일어나라는 의미인가요?

 

 

계곡을 따라 탑과 불상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네모진 탑, 둥근 탑...제 멋대로 쌓고 깎았습니다

하지만 탑을 만든 이의 마음은 제각각 원력을 담았겠지요

 

 

운주사에는 문화유산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어서 그분의 도움을 받아서 순례를 했습니다

일요일 인데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고맙고 죄송했습니다

그녀의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열정을 다한 해설을 들으니 참 아름다운 분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법식에서 벗어나고 격에서 자유로운 부처님의 형상...

이 앞에서 예를 올릴 수 있다면 바로 자유 그 자체에 대한 예경이 아닐까요?

무엇에 구속 받고 사는지 모르는 현대인에게 벗어나라 벗어나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탑신에도 옥개석에도 나름의 정신이 담긴 흔적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저 탑을 만든 장인의 원력이겠지요

정을 들고 그는 무슨 원력을 담았을까요?

 

 

비례를 따지지도 말고 기준을 들지도 말고 그냥 세우고 그냥 모신 것 같습니다

서고 앉고 기대고...

그리고 장소를 잡아 하늘을 향하고 땅을 내려다보고...

 

 

저 높은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며 불사를 지휘했다고 합니다

그 위에 서면 이 불사가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세상의 미래도 보았겠지요

 

 

목이 잘린 불상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부처님을 해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 제자답지 않은 이들이 많은 시대에 벌을 대신 받은 것일까요? 

 

 

불감을 담은 탑입니다

탑은 어디가고 불감만 남았습니다

불상 앞에 놓인 불전함...왜 이렇게 불상 앞에 놓는 것일까요?

 

 

이 계곡 어디에도 탑이 있고 불상이 있습니다

앉은대로 선대로 부처님은 예를 받아야 하는데 순례자는 법당 안에서만 예를 올립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부처님이니 온 세상에 예를 올려야 하는데...

 

 

누워 있는 부처님...

세우질 못했을까요?

누운 부처님을 조성한 것일까요? 

 

 

이 부처님을 또 세울 것인가 봅니다

그냥 편히 누워 계시는 것이 편할텐데요

세워서 예를 받도록 하는 것보다 우리가 제대로 서야할텐데요...

 

 

운주사 천불천탑의 못다 이룬 꿈과 자유정신을 이어가려함이며...

우리의 마음을 세우고 불법을 제대로 배워 삶을 올바르게 유지해야지요

부처님의 위안을 기원하는 것은 우리의 자세를 돌아 보아야 할 것인데...

 

 

 

제 모습대로 색깔을 내고 향기를 가지는 들꽃이 바로 부처님이지요

하찮다고 밟기도 하지만 한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는 것이 바른 불법을 보는 것입니다

천불이 아니라 만불이라도 내 안의 부처를 보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내 안의 부처님

나무 세상 모든 부처님께 예를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