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내가 바라는 차생활

무설자 2008. 7. 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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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80716

내가 바라는 차생활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지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책장 한구석에 있는 둥 마는 둥 자리하던 보이차가 책을 밀어내고 책장을 하나씩 점유하고 있습니다. 보이차 생활의 초반에는 다우들이 조금씩 보내주는 차샘플이 제게는 아주 귀한 공부꺼리가 되었습니다.

 

한두 종류가 아닌 보이차는 마실 때마다 망설이게 됩니다. 어느 차를 선택해야 되는지 늘어나는 차 종류를 두고 고민하게 되지요. 사무실에서는 음료 수준으로 손에 잡히는대로 마시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퇴근해서 집에서 마시면 아끼는 차냐 편한 차냐를 두고 망설입니다.

 

아끼는 차는 대부분 제가 구매를 할 수준이 넘는 차들입니다. 그 차들은 차바위님들이 나누어준 귀한 차인지라 아껴두고 바라만 보고 있답니다. 편하게 마시는 차들은 제 수준에 맞춰 차들입니다. 그 향미에 익숙할 뿐 아니라 맛있어서 마시고 또 마시는 차들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밥 먹듯 차를 마시는 사람이라야 차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럼 그 밥같은 차를 어떻게 마셔야 올바른 차생활이라 할 수 있을까요? 편식하듯 좋아하는 차만 골라서 마시기, 손에 잡히는 차는 무엇이든 고르지 않고 마시기, 분위기에 따라 취향에 맞추어 마시기 등이 있겠죠.

 

저는 아직은 차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서 제 손에 잡히는 차를 인연이 되는듯 그냥 마시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차를 잘 안다고 해도 좋아하는 차만 골라서 마시지는 않을 겁니다. 차를 잘 알게 된다면 그 차의 특성에 맞춰 음악도 고르고 날씨도 보고 앞에 앉은 사람도 살펴 그 때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를 낼 줄 아는 그런 차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아마 제가 선택하는 차는 비싼 차는 아닐 것입니다. 밥 먹듯 마셔야 할 차가 값 비싸다면 차생활이 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값 싼 차만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구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정말 좋은 차는 외식을 하듯 제 차바위님들을 찾아 마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뵈러 갈 때마다 저를 배려해서 내주시는 차는 차만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선배님과 함께 하는 찻자리는 사실 그 좋다는 차보다 차바위님들을 뵙게 되는 것이 더 좋지요. 차보다 사람이 좋으니 제가 바라는 차생활은 아마 차를 닮은 사람, 함께 마시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바위님과 닮아가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