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好事

무설자 2008. 4. 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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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엄마

 

친정에 다녀온 동생이 보따리를 내려놓고 갔다.
챙겨 보낸 플라스틱 김치통이 그대로 다시 왔다.

안에는 다시 꽉꽉 채운 갖가지
김치와 양념이 들어있었고
보따리 귀퉁이엔 하얀 가제 손수건에 싼
작은 꾸러미가 있었다.

손수건에 싸여서 엄마가 보내온 건 곶감 다섯 개...
곶감을 좋아하는 큰딸 때문에
명절 때건 제사가 있건 다른 사람은
손도 못되게 하신다.
엊그제 제사 후 남은걸 보낸 걸로 생각했었다.

엄마는 농사일도 지으시면서 가까운 곳에
직장에도 다니신다.
근사하고 좋은 일터는 아니지만 한 푼이라도
벌어보시겠다고 욕심 부리신다.

식권 한 장이 이천 원씩 이나 한다고
그거 아까워 도시락 꼭꼭 챙겨 가시고
큰딸이 사준 보온도시락이 따끈해서 좋다고
겨우내 일터에서 자랑을 했노라 하셨다.

곶감 다섯 개는,
그 일터에서 누군가 심심풀이로
드시라고 가져온 거란다.
휴식시간에 나눠준 곶감 다섯 개..

남들은 오물오물 맛나게 먹고 있을 때
우리 엄만 주머니 속에 살그머니 넣으셨단다.
큰딸이 좋아하는 곶감이라서
그 곶감을 다른 형제들이 볼까 무서워
손수건에 싸서 김치보따리에 넣어 주신 거다.

목까지 왈칵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곶감을 먹을 수가 없다.
플라스틱 통 가득 담겨있는 김치도 먹을 수가 없다.
작은 소주병에 담겨있는 참기름도 먹을 수가 없다.

엄마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받아 놓은 것만 같아서
시골에서 가져오는 양념들이며 푸성귀를
당연한 듯 얄밉게도 받아먹었었는데
거기다 손수건에 싸인 곶감까지 자꾸만 날 울린다.

바보 같은 엄마
우리 엄만 정말 바보다.
나를 자꾸만 울게 하는 바보다
나에겐 그런 바보 엄마가 있다.


- 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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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가 되고 안 해도 후회가 되는 게 있습니다.
그건 효도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못해도
결국 돌아가시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부모님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옛 추억을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돌아가신 후에 후회 하지 마세요.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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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카페 갤러리번 풍설님 사진 

 

벚꽃, 목련이 한참입니다.

절정을 이미 지났는지 이제 더 피는 건 없습니다

벚꽃은 바람에 눈처럼 흩날리고

목련은 아침이 되면 땅바닥을 하얗게 만들어 놓습니다

 

꽃잎을 즈려 밟으며 길을 걷는 게 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봄은 언제 왔느냐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일어서는 아쉬운 손님같이 곧 떠나버릴 것입니다

꽃이 더 지기 전에 봄을 맞으러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호사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우리말로는 좋은 일인데 호사가라고 하면 약간 비아냥이 섞여있지요

호사 중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늘 차를 마시며 사는 것도 호사 중에 호사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는 호사가가 되는 것이지요

 

사무실에 오는 분께 이차 저차를 내놓으면 부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어떻게 저렇게 차를 다 마시면서 살 수 있느냐는 눈길이지요

그냥 차 한잔 할 뿐인데 말이죠

차를 마신다는 것은 돈으로 만드는 호사가 아니라

전생에 큰 복을 지어 만난 인연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우들께서는 차를 모르는 분들이 호사가라고 바라보는 것을 느끼시는지요

느끼면 호사이고 못 느끼면 그냥 일상입니다

호사라면 어떻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겠습니까?

차를 마시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