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차 한 잔으로 만드는 행복

무설자 2008. 4. 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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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210906

차 한 잔으로 만드는 행복

 

 

올해는 늦장마가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가을비는 농사에도, 일상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밭 작물도 뿌리가 썩고 채소 이파리도 녹아내려 물가도 많이 올랐습니다.

 

이렇듯 가을비가 오래 내리는 걸 하늘에 원망하지만 다 사람이 저지른 환경 파괴 때문이라지요.

코로나도 어서 사라지고 우리의 일상도 제자리로 돌아가길 기대합니다.

기대와 희망마저 없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차를 마실 때도 차호에 넣기 전 차에 대한 기대가 우선입니다.

남이 얘기하는 것으로 들은 차맛을 찾으려하면 온전히 차를 느끼기 힘듭니다.

비워진 마음과 담백하게 입을 헹구고 차를 맞을 준비를 해야하지요.

 

물 맛이 차맛을 좌우한다지만 그 차이가 얼마나 될까요?

제 차사부님은 수도물을 항아리에 담아 하루를 둔 것으로 씁니다.

좋은 차호나 숙우가 차맛을 변화시킨다지만 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구를 뜨거운 물로 정갈하게 씻으면 그걸로 족하지요

 

돈을 주고 산 차이던 다우들께서 나누어 준 차든

내손에 들어온 인연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참 귀한 차입니다

  참 고마운 차입니다

  참 향기로운 차입니다'

 

하고 차에 대해 찬탄을 먼저 마음 속으로 되뇌여 봅니다.

 

이렇게 먼저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면 벌써 온 몸은 차를 맞이할 기쁨으로 들뜹니다.

물 끓는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끓인 물을 차호에 붓는 소리

차와 물이 섞이면 향과 색이 코를 자극하고

작은 잔에 찻물이 담기면 입안에서는 차를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찻물로 따뜻해진 잔이 손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입 안에 머금어진 차 한 잔,

어떤 차라야 이 차보다 맛 있을까요?

 

차를 가늠하기보다는 차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을 잘 살필 일입니다.

차 한잔으로 만드는 소확행,

매일 마시는 차 한 잔으로 이게 행복이라는 걸 느껴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