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의 향미, 스스로 느껴야 하니

무설자 2007. 9. 25. 20:26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709

보이차의 향미, 스스로 느껴야 하니




보이차의 향미를 글로써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글로 표현된 차맛을 느껴보려고 애 쓰는 이들은 얼마나 만족한 결과를 얻었을까?

글을 써서 보이차의 맛을 표현한 이들은 진정 그 표현만큼 느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글을 잘 쓴 것인지 정말 좋은 보이차를 마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글에 표현된 향미를 느껴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아직 만족할만큼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차를 만나지 못했거나 그런 차를 가지고서도 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지.


오래 전에 보이차를 막 접하고 글을 쓰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우화의 예를 들었다.

다들 좋다고 얘기하는데 혼자 느끼기 못하고 있다는 나만의 부족함이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글로 표현된 보이차의 향미에 공감하는 분위기에 편승하기는 싫어서 그렇게 썼을지 모를 일이다.



과연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딱 떨어지는 차맛이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보이차의 향미는 아주 복합적인 맛인데다가 향이나 맛이 청차나 녹차처럼 뚜렷하지 않다.

쓴맛, 단맛, 떫은맛, 신맛 등이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고 물과 온도, 다구가 향미를 다르게 만들어낸다. 

이러니 보이차의 향미를  그 맛을 이렇다라고 말한다면 누구에게나 통용되기가 쉽지 않다.


보이차의 맛과 향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니 몇 가지 용어를 써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 수식어를 써서 그 줄기에 가지를 붙이고 잎사귀를 더한데다 꽃까지 붙인다.

하물며 땅 아래 있는 뿌리까지 얘기하면 이건 도통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禪家에서 선사들이 깨달음을 얻은 뒤에 이런 과정을 거치면 도달하게 된다며 글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경지를 글이나 말로 이렇다고 표현해도 온전히 전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학들이 그 길을 거쳐 도달하기도 하지만 역시 누구에게나 전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깨달음은 오직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경지를 같은 내용으로 표현될 리 없을 것이다.

글이나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식의 축적으로 얻어질 수 없는 건 오로지 수행을 통해 다다를 수밖에 없음이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것도 글에서 얻은 기준에 맞추려 한다면 만족한 결과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수행을 통해서만 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이니 미미한 차의 향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마시고 또 마시는 수밖에. 

차맛에 대한 만족도도 오직 스스로 체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글이나 말에 의존하여 서둘러 차의 향미를 느끼려 한다면 좋은 차를 찾느라 돈을 낭비하고 말 것이다.

보이차는 어차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 되는데 그 결과는 방 하나를 빼곡하게 채우는 이도 있다.

7편,한 통에 몇 만원으로 팔기도 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비싼 차가 된다는  말에 현혹되기 일쑤이다.






어느 차인의 말은 이렇다.

‘좋은 차 한편을 구해서 그 차 한 가지만 끝까지 마셔보라.

그렇게 할 때 되도록 짧은 시간에 다 마셔야 할 것이다.

그러면 기준이 된 그 차맛으로 다른 차를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보이차를 한 편만 계속 마시기는 쉽지 않다.

초보일수록 보이차에 금방 끌리기가 쉽지 않아서 맛없는(?) 차를 한 편 다 마시기는 참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차 저 차를 조금씩 마시다 보면 차맛은 기준이 잡히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것이 쉽지 않다면 몇 가지를 정하되 매일 부지런히 많이 마셔보는 것이다.

그러노라면 차마다 다른 차이를 느끼게 되는 때가 온다.

그 때 차 맛에 대해 선배들에게 듣거나 글을 통해 자신이 느낀 맛을 비교해 보면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보이차는 처음부터 글이나 말로는 그 맛과 향을 알 수 없다고 본다.

오직 집중해서 마시는 기초부터 알아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차를 아는 분이 주변에 있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스스로 마시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돈이나 지식을 통해서는 보이차의 향미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이차 맛, 어떻게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