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11

처마 예찬

처마 예찬 김 정 관 올해는 절기로 입추가 지났는데도 장마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기억 창고 한쪽에서 통도사 극락암 선방 툇마루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냈다. 그 날은 예고도 없이 비가 쏟아졌다. 절에 머물던 사람들은 비를 피해 요사채 처마 아래로 모여 들었다. 나도 툇마루에 걸터앉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구름이 산허리를 두르고 절을 에워싼 대밭의 댓잎과 빗줄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산사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처마 바깥으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축담 안쪽과 툇마루에는 비가 들이치지 않는 안전지대이다. 만약에 처마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을까? 불당 안에 들어가 앉아서 ..

사는 이야기 2020.11.26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를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를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스무 채가 넘는 단독주택을 설계해 오면서 단 한 채도 경사지붕을 벗겨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설계한 집의 외관은 지붕 때문에 거의 비슷비슷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경사지붕만 포기한다면 외관 디자인이 자유를 얻게 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단독주택을 작업하면서 일 미터가 빠져나온 처마를 가진 경사지붕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집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경사 지붕에서 처마는 비를 그어 외관을 온전하게 유지하도록 해주고 차양 역할을 통해 여름 햇볕을 막아준다. 또한 실내에서도 적정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다락의 설치를 통해 수납공간을 ..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네번째,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외장재의 선택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 네 번째,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외장재의 선택 학교 에서 건축재료를 배우면서 외장재의 선택조건의 우선이 흡수율 이었던 걸 떠올린다. 아마도 빗물에 대한 흡수율이 낮아야 외장재로 적합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 지어지는 집을 보면 이런 기준과 상관없이 시멘트 벽돌이나 목재, 노출콘크리트 등을 예사로 쓰고 있다. 더구나 비에 대한 흡수율이 높은 재료를 쓰면서도 처마 없는 경사지붕으로 외관 위주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집을 보면 안타깝다. 한술 더 떠 페인트나 노출콘크리트로 마감으로 벽과 경사지붕을 이어서 지어진 집을 보면 건축주의 입장을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으면서 스틸을 함부로 써서 붉은 녹이 흘러내리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괜한..

단독주택 심한재, 집 둘러보기-에필로그 : 경사지붕으로 처마 깊은 집

이 시대의 韓屋 心閑齋, 집 둘러보기ㅡ에필로그 경사지붕으로 처마 깊은 집 설계자 : 건축사 김정관 (도반건축사사무소), 실무담당 김지인 설계기간 : 2017, 4~2017,12 시공자 : 니드하우스 (대표 유창민) 공사기간 : 2018, 1~2018, 7 구조 : 삼나무 중목조 처마가 사방으로 빠져나온 경사지붕을 가진 집은 고전적일까?... 입주하고 한해를 살아보고 설계자와 시공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거주 후 평가, 건축주가 마련한 상차림을 보니 점수는 'A'인 듯했다. 경사지붕에 처마까지 1미터를 뽑다보니 별난 외관으로 작품이라는 멋내기는 포기했다. 처마없는 집을 지어 한해만 살아봐도 비 오는 정취를 즐길 수도 없고 여름 햇볕도 가릴 수 없다. 장마비가 외벽을 타고 내려 창문 틈으로 누수..

단독주택 얼개짜기 X -2 영역-처마아래 Ⅱ/ 처마 없인 못 살 텐데 요즘 짓는 집에는 왜 두지 않는 걸까?

靜中動의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 6 단독주택 세 영역 외 X-2영역, 처마아래Ⅱ - 단독주택에서 처마 없인 못 살 텐데 요즘 짓는 집에는 왜 두지 않는 걸까? ‘우리집’에서 식구들과 마주 앉아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저녁밥을 먹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소확행이라 했던가. 따스한 햇살, 창밖으로 내리는 비,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불어오는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랴. 여름비가 쏟아지듯 퍼붓는 날, 창문을 내다보며 처마 끝을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집이 어디에 있을까? 처마 아래 공간이 있으면 비, 바람, 햇살이 머무르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집 안의 일상이 쾌적하게 유지된다. 빗물은 처마가 막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