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네번째,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외장재의 선택

무설자 2020. 1. 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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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네 번째, 집의 수명을 좌우하는 외장재의 선택

 

 

학교 에서 건축재료를 배우면서 외장재의 선택조건의 우선이 흡수율 이었던 걸 떠올린다. 아마도 빗물에 대한 흡수율이 낮아야 외장재로 적합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 지어지는 집을 보면 이런 기준과 상관없이 시멘트 벽돌이나 목재, 노출콘크리트 등을 예사로 쓰고 있다.

 

더구나 비에 대한 흡수율이 높은 재료를 쓰면서도 처마 없는 경사지붕으로 외관 위주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집을 보면 안타깝다. 한술 더 떠 페인트나 노출콘크리트로 마감으로 벽과 경사지붕을 이어서 지어진 집을 보면 건축주의 입장을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으면서 스틸을 함부로 써서 붉은 녹이 흘러내리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설계자는 집이 지어지고 난 직후에 멋들어진 디자인을 사진으로 남기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주는 그 집에서 살면서 지어진 그대로 관리의 부담없이 오래 유지되길 바랄 것이다. 설계자가 자신의 집을 짓는다면 과연 유지관리가 어려운 외장재를 선택할지 물어보고 싶다.

 

  천년을 바라보는 목조 한옥

 

봉정사 극락전은 1363년에, 부석사 무량수전은 1376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650년 가까이 당당하게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양동마을의 서백당은 1484년에 건립되었으니 535년의 세월동안 경주 손씨의 종가로서 숱한 이야기를 전해오고 있다. 목조로 지은 집이 어떻게 오백년을 넘어 천년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지금도 집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한옥은 목재를 골조로 하며 흙으로 친 벽으로 외벽마감을 삼은 집이 아닌가? 외장재 중에 가장 취약한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었는데 어떻게 백년을 넘어 오백년이 지나고 천년을 바라보는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십 년만 지나도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불안해하는 이 시대의 집을 보면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목재나 흙벽에 비가 바로 닿았다면 오백년이 아니라 백년을 이겨내기도 힘 들었을 것이다. 수백  년을 지난 집이 지금도 법당으로, 주택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은 기단을 높여 집을 앉히고 길게 뽑아낸 처마의 덕분이다. 장마철의 습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대비한 조상님의 집짓기 지혜가 천년가를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통도사 자장암의 처마

 

  처마 없이 짓는 집의 외장재

 

만약에 여름내 비가 그치지 않는 한철을 보내야 한다면 집의 외벽은 물에 젖은 채로 있어야 할 것이다. 비에 대해 흡수성이 낮은 외장재를 썼다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마는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외벽이 습기를 머금은 채로 여름을 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목재라면 이끼와 곰팡이가 생기게 될 것이며, 시멘트 벽돌은 백화가 생성되고 있을 것이며 노출콘크리트에는 이끼가 붙을 건 뻔한 일이다. 또 방청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철재는 붉은 녹이 흘러나오게 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여름이라 하더라도 햇볕이 들지 않는 북쪽 벽은 마르지 않고 젖어있는 상태가 지속된다.

 

한두 해는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십년 안에 손보지 않고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썩어 들어가는 목재, 이끼가 끼어 시커멓게 변한 노출콘크리트나 시멘트 벽돌, 붉은 녹이 흘러내리는 철재는 보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지 은 지 몇년되지 않은 집인데 철재에는 녹이, 시 멘 트 벽 돌 에서는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목재로 마감된 외장, 북쪽이라 비를 이기지 못해 검게 변하고 있다.

 

  목조로 지어도 오백년 이상 버텨내는데 철근콘크리트 골조가 오십년이라니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하는 건 여생을 그 집에서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년 안에 외장재가 문제가 된다면 그 집에서 지내기가 편할 수 있을까? 아파트는 관리주체가 따로 있어서 각 세대는 외부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단독주택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페인트를 칠하든지 목재로 마감을 하든지 어떤 재료를 써도 외장재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집이 있다. 한옥처럼 처마를 길게 뽑아내어 지은 집은 십년이 지나든 이십 년이 되어도 외장재의 관리는 목재라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골조가 마감재로 드러나는 노출콘크리트나 목조인 경우 처마의 유무는 집의 수명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백년을 살아도 괜찮겠다는 집이라는 확신이 들기 위해서는 외장재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집의 내부마감을 바꾸는 건 옷을 갈아입듯이 쉽게 할 수 있지만 외장재는 그렇지 않다. 살아갈수록 정감이 가는 집에서 살고 싶다면 주기적으로 바뀌는 패션 감각으로 지을 수는 없지 않는가?

 

필자 설계로 지어질 경남 양산 지산리 단독주택 지산심한, 단순한 형태로 설계되었지만 사방이 처마로 둘러져 있어 백년가로 지어진다.

 

단독주택을 지을 계획으로 어떤 집이 좋은지 살피고 있다면 짓자마자 찍은 사진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사소하다며 넘길 수 있는 외장재의 선택이 백년가百年家가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외장재의 선택을 잘못한 이유 하나로 입주한 그 해부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DAMDI E.MAGAZINE 연재중 (2019,12 )

 

 

다음 편은 '넓은 잔디마당을 가진 집이 로망이라고 하는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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