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더봄 4

보이차를 굳이 노차로 마셔야겠는지요?

후발효차의 끝판왕은 노차라고 한다. 후발효차의 의미를 표현하는 월진월향越盡越香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세월이 더해지는 만큼 차향도 빼어나다는 의미이니 십 년을 넘어 백 년 된 보이차에 신비감이 더해진다. 이 모호한 신비감을 업고 상업적으로 악용된 가짜 보이차가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노차는 가짜 보이차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30년 이상 되었다는 90년대 보이차는 쉽게 사고 팔리는 상황이다. 상인에게 ‘가짜 아니죠?’라고 묻는 사람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일까? 대만에서 많이 들여온다는 90년대 노차는 뛰어난 작업 기술로 진품에 가까운 향미를 보인다고 한다. 진품이라면 매겨질 수 없는 가격에다 향미까지 90년대 노차 뺨칠 정도이니 구매 유혹에 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독주택 인문학 14 - 대지에 집을 앉힌 배치도에서 길택吉宅이 보인다

집터를 확정했고 설계자인 건축사도 정해졌으면 집 짓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집터는 법적 건축용어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대지垈地라고 한다. 건축 설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지에 건물을 놓는 배치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건축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건물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집을 쓰는 효용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건축주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집 짓기에서 필요한 전문가는 건축설계와 감리, 행정 업무는 건축사가 되고 공사는 시공자가 된다. 여기서 집 짓기를 전문가가 보는 관점과 집을 쓰게 될 건축주와 가족들의 입장은 다소 다를 수가 있다. 건축 설계 단계에서 건축주가 지나치게 관여하게 되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탓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공사도 그러해서 건축주..

노반장 빙도노채, 차산지를 보이차 이름으로 쓰는 이유

별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모르겠지만 특급 호텔 셰프 출신 요리사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고 한다. 조미료, 특히 MSG는 절대 쓰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광고를 따로 할 것도 없이 그의 명성만으로도 손님들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추구하는 조리 철학을 담아 만든 음식에 한껏 기대했었는데 첫 술을 뜨고 나서 수저를 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은 개업 날 이후에 좌석이 잘 채워지지 않게 되었다. 그가 들었던 최악의 한 마디는 이 음식을 먹으라고 내놓는 거냐는 말이었다. 요리계의 명인이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낸 수습 방안으로 그의 명성에 걸맞게 손님이 ..

단독주택 인문학 3 - 우리 시대의 가문, 가풍, 가장이 있는 '우리집'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단독주택인문학 3  요즘 가문(家門)⦁가풍(家風)⦁가장(家長)이라는 이 말들은 잘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미마저 사전에나 있는 死語사어로 전락해 버렸는지 모른다. 이렇게 되고 만 건 아마도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대가족 제도의 붕괴에 따른 게 아닐까 싶다.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상하관계를 따지던 종적 인간관계가 무너지면서 가정도 가족 해체에 들어가게 된 것일 터이다.     삼대가 한 집에 살았던 시절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기초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졌었다. 사실 대화가 아니라 가장의 일방적인 훈시였지만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규범에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네 아버지가 누구냐?”, “어느 집 자식이냐?”는 말을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