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6

손주가 그린 '우리가족나무'

"할아버지, 제가 그린 그림 보실래요?" 다섯 살 손주는 할아버지에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그러면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내미는데 얼굴 일곱 개가 나뭇잎을 대신해서 나무를 이루고 있다. "그림 제목은 우리 가족 나무예요" 손주가 그린 불후의 작품, '우리 가족 나무' 아래에 있는 얼굴 둘은 엄마 아빠, 위에 있는 얼굴 둘은 할머니 할아버지, 가운데 얼굴은 손주라고 한다. 눈코입이 없는 얼굴은 누구냐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이라며 그분들도 우리 가족이란다. 손주가 돌아가신 증조모 증조부까지 함께 가족으로 생각하다니 기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존댓말과 우리 가족 '우리'라는 호칭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독특한 어투이다. 영어의 our와는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친구들과 있으면서 '우리 아내'라고  영어로 'o..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1014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퇴근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석양이 깔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많다. 저녁 무렵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잠 들 즈음이라야 발코니가 밝아진다. 잠 들 시간이라야 사람이 드는 집은 ‘빈집’이나 무엇이 다르랴. 바깥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지만 일 하러 나간 사람은 잠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

경자년, 새해 새날 나들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102 庚子年, 새해 새날 나들이 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 하지만 어제를 지난 오늘일진대 세월의 마디를 만들어 지난해와 새해를 구분짓는다. 음력과 양력이 따로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자년의 시작은 한달이나 남아있다. 2020년을 시작하는 새날이 되면 우리 가족은 나들이를 한다. 새해 첫해맞이를 하느라고 새벽녘에 추위를 무릎쓰고 바닷가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몇해전부터는 나이가 들어 일정의 결정권을 넘겨 받은 아내의 방침에 따르게 되었다. 아내의 방침은 새해 새날이 즐거워야 한해가 평안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벽추위를 견딘다거나 식구들이 가기 싫어하는 코스는 피해서 가기로 했다. 올해는 날씨도 쾌청하니 산사를 가기로 하고 통도사 극락암이 목적지가 되었다. 올해 경..

단독주택 얼개짜기-제2영역 Guest Zone :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단독주택, 며느리와 사위가 기꺼이 찾아오는 이유

靜中動의 運氣로 푸는 단독주택의 구성, 세 영역으로 나누어 얼개짜기 2 단독주택의 세 영역 중 제2영역인 Guest Zone -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단독주택, 며느리와 사위가 기꺼이 찾아오는 이유 단독주택의 얼개에서 제2영역은 Guest Zone 이다. 부부가 쓰는 공간 이외의 나머지 방들을 적 당한 자리에 넣으 면 되는 걸까? 부부 위주로 살게된 집이면 ‘우리집’의 ‘우리’는 부부에 한정되고 만다. ‘우리’의 범위에 자식, 친구들 까지 들어 있어야 ‘우리집 ’이라며 손님이 자주 찾을 테니 행복한 삶 이 보장될 수 있으리라. 이 시대는 손님이라는 말이 실종되고 말았다. 언제부터였을지 모르지만 내가 남의 집을 찾아가지도, 남을 우리집에 청하지도 않는다. 손님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자식과 지내기도 불..

歸家, 우리는 돌아갈 집이 있는가?-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1

무설자의 ‘우리집’으로 짓는 단독주택 이야기 1 歸家, 우리는 돌아갈 집이 있는가? 귀가歸家,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집’과 ‘돌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스레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 예전, 아침에 집을 나서서 낮에 일을 보고 나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때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의 마을 어디의 풍경이 다 그랬었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이 들지 않으니 지금은 집다운 집이 없는 홈리스의 시대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이제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겠지만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면 집집마다 창에는 불이 들어온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서 집집마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면 밥 짓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