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경자년, 새해 새날 나들이

무설자 2020. 1. 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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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102

庚子年, 새해 새날 나들이

 

 

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 하지만 어제를 지난 오늘일진대 세월의 마디를 만들어 지난해와 새해를 구분짓는다.  음력과 양력이 따로 있으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자년의 시작은 한달이나 남아있다.

 

2020년을 시작하는 새날이 되면 우리 가족은 나들이를 한다. 새해 첫해맞이를 하느라고 새벽녘에 추위를 무릎쓰고 바닷가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몇해전부터는 나이가 들어 일정의 결정권을 넘겨 받은 아내의 방침에 따르게 되었다.

 

아내의 방침은  새해 새날이 즐거워야 한해가 평안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벽추위를 견딘다거나 식구들이 가기 싫어하는 코스는 피해서 가기로 했다. 올해는 날씨도 쾌청하니 산사를 가기로 하고 통도사 극락암이 목적지가 되었다.

 

 

올해 경자년은 내가 환갑이 되는데 우리 손주도 태어나서 외할아비를 따라 경자생이 된다. 딸아이의 뱃속에서 찰싹 붙어서 잘 자라라며 태명을 찹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떤 녀석을 손주로 맞이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복덩이가 태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해 첫날,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하늘의 기상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극락암 법당 기와지붕 위로 펼쳐지는 대나무숲과 송림, 영취산의 기운을 받아들이니 吉祥이로다. 영취산은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고 소나무의 곧은 기개와 대나무의 늘 푸른 기상이 얼마나 좋은가.

 

극락암 映月樓는 내가 경봉스님께 오계와 圓成이라는 법명을 받았던 곳이다. 영월루는 최근 중수를 거치면서 설법전이라는 현판을 달아 누각의 느낌이 없어졌다. 경봉스님이 주석하셨던 고졸한 암자 분위기는 이제 찾을 수 없지만 마음의 고향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극락연지와 홍교, 경봉스님께서 설법 중에 대중에게 물었다.

"극락에 길이 없는데 어떻게 왔을꼬?"

 

통도사는 암자마다 약수가 솟아나는데 물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그 중에 극락암의 약수는 山精藥水, 영취산의 정기를 담은 물이라는 말이렸다. 극락암에 올 때는 꼭 물통을 챙겨와서 약수를 받아가는데 잊고 챙기질 못해서 생수병에 받아간다.

 

다음 코스는 자장암이다. 통도사 창건주인 자장율사를 기리는 암자이다.

 

자장암도 최근 중수를 거쳐 새절이 되었다.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올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요즘은 불사를 너무 대충하는 절이 많은데 자장암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듯 싶다.

 

자장암에는 금와보살이 계시는데 친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인연이 닿아 몇 번이나 친견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 귀한 인연이 닿아 새해 새날 나들이 길이 너무 좋다.

 

오늘 나들이길의 마지막 순례처인 사명암,

궁전처럼 권위가 넘치게 지어진 절이라 올 때마다 썩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 돌담처럼 편안하게 와닿는 절이면 좋을 텐데...오늘도 사명암에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랜만에 들렀던 통도사 암자,

영취산의 靈氣를 받아서 우리 손주도 건강하게 태어나리라 믿는다. 생수병에 담아가는 극락암 산정약수로 새해를 여는 차 한 잔에 올 한해의 소망을 담아 마셔야겠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