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타령-광복로에서/계간 예술문화비평 2014년 가을호
길타령 김정관 건축사, 수필가/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길이 없어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김기택 시인의 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를 읽으며 새보다 땅을 많이 밟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땅을 거의 밟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지상에서 몇 십 센티미터에서부터 수십 미터 높이에 떠서 사는 셈이다. 새보다도 땅을 다 많이 밟고 산다는 건 길 걷기를 좋아하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걸 이르는 것이렷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