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2

(18)고가풍 주택에서 아파트의 풍경을 다시 생각하다| 이동언 교수

아파트 10층에 사는 나는 김기택의 시, '그는 새보다도 땅을 적게 밟는다'를 읽고 정말 의아했다. 사람이 새보다 적게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가만히 따져보니 인간이 확실히 새보다 적게 땅을 밟는다. 그 사실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그것은 정말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의 소산이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휠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는다./ 그의 몸무게는 고무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전달된다./ 몸무게는 빠르게 구르다 먼지처럼 흩어진다./ 차에서 ..

대엽종 찻잎이 만들어내는 독존의 향미, 보이차

생강차, 율무차, 계피차도 '차'라고 명함을 들이밀지만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음료이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가 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엄연한 '차'라는 건 알아야겠다. 그렇지만 녹차는 소엽종, 우롱차는 중엽종, 보이차는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데 왜 그런지 알게 되면 차 생활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는 육대 차류에서 흑차로 분류하고 후발효라는 특성으로 다른 차류와 다르게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다. 왜 흑차류는 오래 될수록 그만큼 가치를 더 쳐주는 것일까? 물론 백차나 홍차도 그 해에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백차는 3년이면 약이요, 7년이면 보배라고 하며 홍차나 우롱차도 묵힌 차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이차만 유독 오래된 차를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