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스크랩] 차마시는 네가지 즐거움(포커스,이규행)

무설자 2005. 8. 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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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13일 월요일 FOCUS 62면

 

 옛 다인(茶人)들은 차 마시는 즐거움을 네 글자로 상징화해서 설명하곤 했다.

 

첫째는 문(聞)이다.

문은 문향(聞香)의 준말이다. 차의 향기를 즐기는 것이 곧 문향이다. 한데

차의 향기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귀로 듣는다는 뜻의 문(聞)자를 붙인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사실 차의 향기를 귀로 듣는 다는 것은 다도(茶道)에서 도 닦음의 어떤 경지에 이르지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도 닦음의 심오한 경지에 이르면 이른바 '한소식'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한소식'은 귀로 듣는 '문'인데 그 '문'은 '소리없는 소리'라고 일컬어진다. 차의 향기를 듣는 '문향'도 궁극에 가서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고 깨닫는 것을 이름하는 것이다.

 

  차의 향기는 발효정도에 따라 강약의 차별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반발효차인 오룡차계열의 차들은 향기에 따라 품성(品性)을 구분하기도 한다. 후 발효차인 보이차도 산지와 제조차에 따라 여러가지 향기를 지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난향(蘭香)보이차, 연꽃향보이차, 장향(樟香)보이차 등 그러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둘쨰는 식(食)이다.

여기서 '식'은 마신다는 뜻의 음(飮)을 포괄하는 말이다. 차를 마시는 것과 차를 먹는 것이 같은 차원의 것이라는 것을 웅변해 주는 셈이다. 그러나 발생론(發生論)에 근거해서 말한다면 차는 마시는 음료이기 이전에 먹는 잎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늘날에도 운남성의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보이차를 먹는 습관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보이차는 맛이 깊은 음료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먹어보거나 마셔보지 않고는 참 맛을 알기 어렵다. 보이차의 참 맛을 아는 즐거움은 곧 '식'에서 찾아진다.

 

셋째는 청(聽)이다.

차는 향이나 맛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청' 즉, 귀로도 즐긴다는 뜻이다.

차를 귀로 즐기는 '청'은 차향을 귀로 즐기는 '문'과는 차원이 다르다. '청'은 그야말로 육신의 귀로 즐기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차를 즐길 때 들리는 물 끓는 소리에서부터 다기(茶器)가 부딪히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석(茶席)에서 들리는 소리는 모두가 '청'의 범주에 속한다. 차를 함께 나누는 벗과의 다담(茶談)이나 BGM의 음악소리는 '청'의 경지를 한차원 높여주는 조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는 이다.

'제'는 눈으로 직접보고 즐기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차를 마시면서 차의 향을

말하고 맛을 평가하면서 차 잎의 상태를 감상하는 것은 즐거움의 차원을 한 단계 격상시켜주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보이차는 우려낸 뒤의 차 잎 상태가 그 차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보이차는 아무리 오래된 것일지라도 차 앞에서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반면 인공적으로 만든 속성발효 보이차는 차 잎에서 전혀 생동감이 찾아지지 않는다.

/본지 발행인


 
가져온 곳: [보이차]  글쓴이: 보이차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