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도반에서 지은 집

50평이 아닌 500평 대형 카페, 그리고 에피소드인커피

무설자 2024. 8.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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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카페를 준비 중인데 조언을 부탁한다며 친구가 찾아왔다. 카페 위치를 물어보니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꾸몄다고 했다.    

 

리모델링? 카페? 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카페를 포함해서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한 결과물이란 건 친구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 건물의 지하층에서 이층까지 카페를 넣어서 이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데...    

 

에피소드인커피 메인 홀 입구

 

500평 초대형 카페라니?     

 

친구와 함께 9월에 개업 예정으로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카페에 가 보았다. 리모델링 전에 용도는 찜질방이었다고 했다. 한 층에 150평으로 세 개 층인데 메인 홀인 2층에 들어서니 멀리 낙동강 하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들어와서 본 첫인상은 아주 맘에 들었다. 메인 뷰가 서향인데 낙동강 하구의 저녁놀이 지면 그 풍광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일단 사람들이 다녀가면 그림 같은 풍광을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갈 테니 홍보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일층과 삼층에 있는 150평의 객장은 넓은 공간이 주는 쾌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삼면이 유리창으로 시원하게 열려 있어 가까이 있는 산의 녹음과 멀리 보이는 낙동강 하구의 풍광은 어떤 인테리어가 대신할 수 있을까? 첫인상으로는 카페가 사람들로 붐비는 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미 오픈 준비가 다 되어가는 카페를 두고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옥에도 티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기존 건물을 카페로 리모델링 작업을 성공적으로 했었고 아내가 직접 카페를 십 년 이상 운영하는 걸 지켜봤던 내 눈에 들어오는 문제는가 없지는 않았다.     

 

500평 카페는 기업 경영의 마인드로   

 

한층 객장이 150평인데 2.5개 층에 테이블이 몇 개일까? 100개 정도는 될 것인데 한 테이블에 세 명씩으로 추산하면 만석일 때 300명이다. 주말 휴일에 손님이 몰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점심시간 전후에 손님이 집중되면 주문된 음료를 처리하려면 숙련된 직원이라도 보통 힘든 게 아닐 것이다. 카페 주인도 이전에 운영을 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게 어쩌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카페를 오픈하기 전에 음료와 디저트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직원 모두 잘 숙지해야 하는데 로봇 시스템이 아닌 이상 손발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가족끼리 한다면 모를까 직원을 채용해서 운영하려면 인원 관리가 주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주인이 카페 운영에 주체적이지 못하면 바와 주방은 혼돈 그 자체가 된다.    

 

매장이 넓은 만큼 손님이 만드는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는다. 음료를 쏟기도 하는데 컵을 깨뜨리면 그 이후에 수습하는 시간도 만만찮다. 아이들이 동행하는 손님이 적지 않은데 뛰어다니다가 넘어질 수도 있다. 만약에 아이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당일에 그 일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계단 근처에는 항상 사고 위험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미리 대처할 수 없으니 일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 카페는 차량을 이용해야만 올 수 있는 장소에 있다. 만석을 기준으로 보면 주차대수가 100대라고 해도 모자라는데 50대 남짓이라고 한다. 주차장에는 주차관리 직원이 상주해야 하는데 밀려드는 차량, 겹쳐서 주차한 차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일도 쉬운 건 아닐 것이다. 손님은 찾아오는데 주차가 해결되지 않으면 카페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층이 45평, 3개 층 150여 평의 '에피소드인커피'   

  

‘에피소드인커피’가 오픈되기 전의 이 건물은 거의 십여 년 동안 비어 있었다. 지하층에는 다방, 지상 4개 층은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 있었다. 지금은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가 되었지만 그전에는 법원과 검찰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청이 사직동으로 옮겨간 이후 변호사들도 따라 옮겨 갔으니 이 건물은 비워지고 말았다.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로 주변 상권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지만 E.V도 없으니 40년이나 된 건물은 채워지지 않았다. 건물주는 지하와 지상 2층까지 카페를 넣어 운영하는 방침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의뢰했다. 

 

리모델링 전의 건물 모습

    외관과 지하층에서 지상 2층까지 카페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만만찮았다. 동아대학교 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이미 주변에는 카페가 넘쳐나고 있었다. 대로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져 있어서 카페 영업에 가장 불리한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3개월을 서울 삼청동 카페거리를 견학 삼아 다녀오고 부산에서 가장 크고 성업 중인 모모스커피와 인어스커피도 견학하며 분석했다.  

   

카페 운영의 목표는 ‘부민동에는 에피소드인커피가 있다.’라고 할만한 명소로 만드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페의 대표를 맡을 아내는 이미 바리스타 교육뿐 아니라 원두 로스팅까지 배우며 로스터리 카페로 지명도를 가질 준비를 마쳤다.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던 나와 아내였지만 목표가 설정되면서 전문가의 안목과 지식을 잦추면서 성공적인 결과물로 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에피소드인커피’ 일층에는 제주도 돌담이 있는 정원을 가진 품격이 넘치는 카페로 단장되었다. 넉넉한 바와 신선한 커피임을 보여주는 로스팅 공간도 볼 수 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주인이 미소를 띠고 반겨주니 오는 손님마다 단골이 되었다. 일층은 팔걸이가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돌담이 있는 정원에 핀 꽃을 바라보며 커피 향에 취하는 공간이다.

 

실내 계단을 동해 이층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공간의 변주로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차실과 모임실, 접이문을 열면 외부공간, 닫으면 모임실이 되는 방도 있다. 홀에는 좌석을 자유롭게 이동해서 열명, 스무 명까지 그룹으로 모임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벽에 설치된 두 군데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읽으며 휴식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지하층은 리모델링 공사로 지하 공간이 남쪽에 선큰가든이 만들어져 겨울에는 햇살이 실내에 가득하다. 카페로 들어오는 메인 홀을 두면서 반개 층만 내려오면 지하층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반지하 공간이 되었다. 이 공간은 50 명 정도 인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음악회, 강연회, 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에피소드인커피는 혼자 와도 좋고, 열명 이상 단체로 와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50 명까지 별도의 공간에서 행사까지 치를 수 있는 다목적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